송암미술관 소장 민화 특별전
– 남아있는 그림 너머, 옛 사람들의 낙원으로

인천시립 송암미술관(관장 양순덕)의 소장 민화 특별전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가 지난 8월 13일 막을 올려 12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조선 후기 책가도, 기명절지도 등 소장품 구성된 민화를 감상하며 옛 사람들이 꿈꿨던 낙원을 상상해볼 수 있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그림은 감상의 목적으로만 제작되지 않았다. 특히 조선 후기 민화는 다양한 소재에 상서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서민들은 민화를 그리고 삶을 꾸미며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낙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인천시립 송암미술관(관장 양순덕)이 민중의 출세와 다산, 불로장생 등 염원을 담은 조선 후기 민화를 조명해 특별전 <상상의 벽 너머 낙원으로 갑니다>를 8월 13일부터 12월 8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에 이어진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송암미술관과 송암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OCI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19~20세기 작자미상의 민화 20여점을 소개하며, 서민들이 삶과 밀착된 생활용품과 자연물을 그림의 소재로 등장시키면서 어떻게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갔는지를 보여준다. 정조 때 궁중회화로 유행하여 19세기 이후 민화로 확산된 책가도·책거리를 중심으로 저마다 특색 있는 민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엿보고 행복을 향한 욕망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욕망과 삶의 흔적을 표현하다

크게 3부로 나뉜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박공 지붕의 모양을 딴 설치물과 책가도를 모티프로 실제 기물을 일부 칸에 배치한 장식장이 눈에 띈다.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학예사는 “병풍은 감상보다는 공간을 장식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졌다. 서민들은 민화가 그려진 병풍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사물로 하루의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그림 속 책과 기물, 꽃, 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의미를 상상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집 모양의 설치물을 세워 하나의 공간을 연출하게 됐다. 또 벽면을 흰색으로 통일시켜 색이 바랜 옛 그림이 부각되도록 신경 썼다”고 밝혔다.
1부 ‘수많은 책, 수많은 세계’에서는 서책, 고동기古銅器, 문방구, 꽃병, 과일 등을 서가에 넣은 모습을 그린 책가도와 서가 없이 문방도처럼 그린 책거리에 주목했다. 특히 책거리와 기명절지도 두 가지 형식이 혼합된 8폭의 <책거리>는 사실적 기법과 호방한 수묵 기법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회화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부 ‘금이 간 화병, 활짝 핀 꽃’에서는 제기祭器 등 옛날 그릇과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과일, 꽃을 조화롭게 배치한 기명절지도를 선보인다. 청대부터 독립적으로 그려진 기명절지도는 우리나라에서 조선 말기 장승업이 처음 그리기 시작해 안중식, 조석진 등 근대화단으로 이어졌다. 장승업, 안중식, 최우석의 <기명절지도>와 기명절지도를 민화풍으로 재해석한 <자수기명절지도>, 부채 그림으로 유명했던 화원 박기준의 <부채도>, 제례용 고동기를 그린 <종정도鐘鼎圖>를 함께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새와 물고기, 행운의 전령’에서는 각종 꽃과 새, 동물, 물고기를 함께 그린 화조어해도와 종이와 비단에 수중 생물들을 담채로 그려 넣은 어락도를 공개한다. 화려한 장식성과 상징성으로 조선시대 왕실과 민간의 일상 공간이나 각종 행사 자리를 치장한 화조도는 장수와 풍요, 다산과 부부금슬, 관직과 출세를 상징한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 비단에 채색된 <화조영모도> 8폭은 소나무와 학, 사슴과 영지, 연꽃과 물고기, 접시꽃과 돼지 등 소재들의 짜임새 있는 배치가 돋보인다.
또한 특별전과 연계하여 9월 18일부터 11월 13일까지 8차례에 걸쳐 민화를 주제로 한 ‘제8기 송암예술아카데미’가 진행된다. 그림 속 사물에 숨은 의미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민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발견하리라 기대한다.


글·강미숙 기자 사진 송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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