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풀과 한 몸 되어 작품에 새 생명을 ‘백록당’ 대표 고수익 장인

‘백록당’ 대표 고수익 장인
‘백록당’ 대표 고수익 장인

손상되기 쉬운 서예나 회화작품은 보존과 복원을 위해 특별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오래되고 상처 난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표구’가 그 대표적인 예. 전통문화보존과 계승의 측면에서 보자면 한없이 가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백록당’의 대표 고수익 장인은 묵묵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종이와 풀에 건 55년 표구장 인생

표구는 표장(表裝), 장황(裝潢), 표구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렸다. 이 작업은 중국에서 기원후 105년 종이가 발명된 시기부터 존재했다. 한국에서 표구가 만들어진 연원도 원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국 표구문화에 대한 연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고수익 장인은 그런 척박한 상황에서 표구 문화를 지켜 온 명인이다. 1957년, 조계사 바로 맞은 편 견지동에 그의 스승 고(故) 이재원 선생이 차린 ‘동양미술표구사’는 열여섯 고수익의 실질적인 인생학교가 된다.

‘백록당’ 대표 고수익 장인
‘백록당’ 대표 고수익 장인
 
박물관, 학계가 인정한 최고 실력의 전문가

그의 실력은 1972년, 공사 중 분수대가 터져 물에 의해 큰 피해를 본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류 유물 보수 작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고수익 장인은 그 당시 200여 점에 달하는 고서화 문화재를 직접 수리했다. 당시 관장은 혜곡 최순우 선생이었고 학예실에는 진홍섭 선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표구의 지식과 기술을 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표구 분야로는 유일한 대학교재인 <표구의 이해>, 일본과 중국, 대만을 20여 차례에 걸쳐 방문하며 쓴 <표구미학개설>(2007, 교륜) 등의 저서를 펴냈다. 국가 역시 그의 기능이 가진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재청 지정 수리복원기능자 제710호로 지정했다.

풀과 종이의 미학, 그것을 완성하는 솔

m20140627c03고수익 장인은 손상된 서화작품에 종이를 덧대 견고한 새 신체를 부여하는 배접 작업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한 스님으로부터 부탁받은 서화작품으로 글자만 남기고 여기저기 좀먹어 그야말로 표구를 위한 배접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였다.
이날 고수익 장인은 일반 지업사에서 파는 풀이 아닌 직접 오랜 시간 쑨 풀을 사용했다. 사실 그가 표구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단련한 것이 풀 쑤는 일이었고, 그 풀에 그의 평생 표구장 공력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풀은 솔로 인해 제 기능을 완벽히 할 수 있다. 솔의 종류는 역할에 따라 타격솔, 풀솔로 나뉜다. 타격솔은 말 그대로 때린다는 뜻으로 훼손이 심한 작품들에 종이를 덧댓을 때 생기는 표면의 요철을 정리해 주는 솔이다. 거친 구둣솔 느낌으로 억센 야자수 줄기가 원료이다. 풀솔은 말 그대로, 풀을 바르는 데 쓰이는 것으로 주로 양모로 만들어진다. 이 날 선보인 양모 풀솔 중에는 그와 함께 한 세월을 상징하듯 달아 몽당솔이 된 것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수익 장인은 섬세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표구를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일에 비유했다. 미술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표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민화 연구가나 작가들도 이 표구의 진면모를 알게 된다면 아마 새로운 시각으로 민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을 거슬러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표구란 종이나 비단 등에 그려진 그림이나 서예를 족자나 액자, 병풍, 서화첩 등 감상할 수 있는 형태로 갖추는 작업을 말한다. 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최대한 오래, 완전한 형태로 보존할 수 있도록 꾸미는 일부터 훼손된 고서화를 수리·복원하여 새 생명을 부여하는 일까지 표구의 영역이다.

 

글 : 한명륜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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