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성장>, 캔버스에 먹, 혼합재료, 53×33㎝


손

시. 박철
그림. 조여영


무정처가 피안이다
누군가 낙엽에 대해 묻는다 하면
뭐라 딱히 말하지 못한 채 살얼음 피는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보자
오래전 아무 생각 없이 이 길 내려갈 때도
초승달만 멀리 내 머리칼 쓸어올렸지
흘러 떨어지는 것이 무언지 알지 못한 채
세월이 이만큼 다가서 나는 또 까맣게 새벽 산길을 간다
그러나 안으로 흐르는 것, 그 누구든 모른다 해도
가끔은 강물도 조용히 거슬러 흘러간다네

어느 식당에선가 묵은밥을 시키며
메뉴판 아래 하얀 낮달이 뜰 때
사람이 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달도 다 차오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를 기다린다
왜 아래로 떠오르면 안 되나 밑으로 높아지면 안 되나
그런 허공에 붙은 파리떼의 간절한 외마디도 크다
나는 오늘 파리의 손바닥에 또 한 손 내밀며
가끔은 강물도 조용히 거슬러 흘러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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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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