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유영 작가의 고양이가 있는 창작민화 –
사랑을 기다리는 계절, 너를 만나다

분명 고양이를 그렸는데 춘정春情을 자아냈다? 창문을 경계로 다가서지 못하고 서로를 응시하거나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에서처럼 달밤에 밀회를 즐기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의 순간을 고양이의 표정과 몸짓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손유영 작가에게 민화 속 러브 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시선이 머문 것이. 2013년부터 줄곧 고양이를 소재로 민화를 그려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안다. 사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심해서 키울 수가 없는 처지다. 잠깐 길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지만 얼마 안가 다른 입양처를 찾아야했다. 그때의 기억과 미련이 뒤섞여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길고양이와 지인들의 품속 고양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걸까.
김홍도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를 따라 그리고,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을 치면서 그림 속에서 고양이의 매력을 다시 발견했다. 그림만으로도 아기 고양이의 사랑스러움과 봄날의 따뜻함이 느껴져 신기했다. 감탄은 고양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이 됐고, 함께 할 수 없다면 나만의 고양이를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됐다.

밤이 새도록 널 기다려

2014년 〈SHOW 美〉 회원전에서 선보인 〈기다림-달빛창가에서〉(도1)와 〈기다림-아침인사〉(도2)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가 있는 집 안팎의 기다림과 만남을 포착한 그림이다. 고양이는 사랑하는 연인을 빗대서 묘사됐고, 무대에는 화조도 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 장식과 책가도 등 민화로 가득하다. 달무리가 지는 봄밤,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며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의 뒷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밤이 새고 변상벽의 〈묘작도猫雀圖〉에서 튀어나온 듯한 검은 줄무늬 길고양이가 창가의 녀석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연작을 통해 ‘기다림 후에는 반드시 만남의 순간이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남계우의 〈화접쌍폭도花蝶雙幅圖〉에 나오는 모란과 등나무꽃이 나비 없이 동일한 구도로 집밖에 피어있는 것도 재밌는 볼거리다. 이른 시기에 제작된 창작민화였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2016년에 고양이를 소재로 한 개인전 〈묘한 기다림〉을 경인미술관에서 열게 됐다.

묘한 기다림에 이은 인연

화면 가득 민화적인 요소를 채워 넣었던 전작과는 달리, 개인전에 전시된 〈기다림-첫 만남〉(도3)은 이정훈의 포토에세이 《행복한 길고양이》를 보다가 아기 고양이의 눈빛을 담고 싶어서 그린 것이다. 천덕꾸러기처럼 구박받는 길고양이지만 초승달 뜬 밤에 노란 달맞이꽃 무더기 틈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 녀석은 귀엽기만 하다. 더불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옛 그림에 고양이를 접목한 것 중 하나가 〈월하정묘〉다.(도4) 혜원 신윤복이 표현한 남녀 간의 애정을 고양이로 현장감 있게 드러내려고 했다. 세로로 쓰인 화제畵題도 ‘두 고양이의 마음이야/두 고양이만 알겠지’로 바꿨다. 달밤에 어느 담장을 끼고 밀회하는 젊은 남녀를 제각기 따라왔겠지만, 두 고양이는 누가 뭐래도 춘정春情을 자아내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재작년에는 〈묘연猫緣〉展을 열어 현실에서 고양이로 알게 된 인연을 소재로 활용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의 고양이 이름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 작업을 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러브레터〉(도5)의 경우,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찡아’라는 길고양이가 주인에게 진심어린 안부를 전하는 편지를 쓴 것처럼 그렸다.
고양이 수염과 눈썹, 털은 붓을 두 갈래로 갈라 치는 각도와 결에 따라 그림을 돌려가면서 그렸고, 색이 다른 털끼리는 나만의 색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었다. 고양이의 갖가지 감정표현과 동작을 관찰해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애썼다. 앞으로는 토종 길고양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숲 속으로 무리지어 간 모습을 상상해 군묘도를 그려볼까 한다.


글, 그림 손유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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