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운회 – 맑고 깊은 색감 위에 우리 민족의 미감을 전하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자리한 교통의 요충지이자 사시사철 축제가 끊이지 않는 문화도시 부천. 이곳에서 정덕순 작가가 이끄는 소운회는 한국 고유의 예술성을 민화로 되살리려 노력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특히 부천을 벗어나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네 번째 회원전은 민화 전시가 활발히 열리는 인사동에서 소운회의 작가적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부천에서 민화교육을 확대해온 주역

소운회(회장 김인옥)는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운素雲 정덕순 작가가 제자들과 함께 민화의 맥을 잇고자 2011년에 발족한 단체다. 40여명의 회원들은 미술의 전공 유무를 떠나 전통적 기법으로 민화를 그리고 싶은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며, 연령과 직업은 물론이고 가깝게는 시흥이나 김포, 멀게는 공주, 청도군, 포항 등 거주지역도 다양하다.
소운회를 이끄는 정덕순 작가는 2005년부터 교육청 지정 부천시 전통공예체험교육관 관장 겸 민화지도강사로 10여 년간 활동했으며, 부천문화원, 부천문화재단, 문화재청, 부천시청 등의 문화예술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이 민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왔다. 부천 지역의 민화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온 정 작가가 단체를 결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자들이 단순히 그림만 배우기보다 작품성을 갖고 경쟁하면서 미술현장에서 물러나지 않게끔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남들이 인정할만한 이력이 없으면 작가로서 활동할 수 없었죠. 저도 예전에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전시 경험이나 수상 경력 같은 스펙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선배 작가의 입장에서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최선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덕순 작가의 이런 지도 방침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된 네 번째 회원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올해 1월에 열린 회원전은 창립전 이래 부천에서만 전시를 해온 소운회가 서울의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개최한 이례적인 전시회였다. 전시에는 20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병풍을 포함한 대작 위주로 서로 다른 60여점의 재현민화를 선보였으며, 노윤숙, 엄재권, 윤인수 작가 등 민화 화단의 중진작가들이 제자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러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밑색을 옅게 올린 작품에서는 고아한 색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공모전에 출품되는 수준의 작품이 많았다는 평이었다.
실제로 참여작가 대부분은 화업畵業의 길 위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준 정덕순 작가 덕분에 대한민국명장대전 민화 명장을 비롯해 유수의 공모전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이윤정 작가는 2016년 대한민국 향토미술대전에서 서울시장상과 이듬해 같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은정 작가는 작년에만 경인미술대전 특선, 국제기로미술대전 금상, 대한민국향토미술대전 최우수상, 대한민국민화공모대전 특선이라는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작품세계와 예술적 연대를 구축하다

그렇다고 소운회의 민화 수업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과정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요일마다 성격이 다르다. 주말반은 취미로 접근하는 직장인, 화목반은 장기간 민화를 배우며 작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프리랜서나 경력단절 여성, 월요반은 민화 강사 민간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인옥 회장은 모든 수업은 개인 수준에 따라 정덕순 작가의 일대일 밀착지도를 병행한다며 말했다.
“정덕순 선생님은 민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시간과 요일에 구애받지 않도록 빠진 수업을 보충해주는 일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어요. 배운 기간이나 실력 차이에 상관없이 단 한사람도 그리다 포기하는 작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시거든요. 공모전 대비 특강도 진행되는데, 작년 11월에는 한 달 동안 공모전과 전시 준비를 8번이나 했어요.(웃음) 기록적인 일이었죠. 그런데 저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만큼 일상을 함께하고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으며 돈독하게 다져진 관계이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밤이 늦도록 화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는 회원들의 열정은 대중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부천의 지역 명소를 만들고 지역축제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일조한다. 소운회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지하철 1호선 송내역(65m)과 역곡역(60m), 은데미공원(750m) 인근의 벽화를 제작해 지역사회의 도시 미관 향상에 크게 기여했으며, 복사골예술제, 부천국제만화축제 등 부천의 대표축제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민화를 만나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20여년 넘게 행사를 지원해오고 있다.

창작에 앞서 바탕이 제대로 되어야

회원들은 서울과 비교해 인프라가 부족한 부천에서 소운회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덕순 작가가 쌓아온 탄탄한 이력과 작가적 신념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덕순 작가는 1986년 성수동 문화센터에서 민화를 처음 접한 뒤로, 1998년부터 한양대학교 전통종교미술 전공하며 전업 작가 중 한 명인 서경식 작가를 사사했다. 2005년 무렵에는 스승의 추천으로 궁중장식화 국가전승자인 예범 박수학 작가에게 선묘를 배우기도 했다. 국회의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대한민국명장대전 대명장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으며, 2013년에는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심사를 거쳐 고광준 작가와 함께 최초로 문화예술 민화명인 인증을 받았다. 또 2016년부터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민화 강사 민간자격증반을 지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민화를 가르칠 때 옛 선조들의 방식대로 그려야 우리 민족의 미감을 전할 수 있다고 여긴다.
“전통민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습득 과정 없이 창작을 시도하다보면 금방 그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바탕이 되어 있으면 창작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마음가짐과 기법이 무르익었는데 그림에 자신의 생각이 담기지 않겠어요? 그전에 민화에 나타난 우리의 미의식을 들여다보고 오늘날 삶에서 증폭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죠. 같은 길을 걷는 작가들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민화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늘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소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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