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기술, 소뿔에 전통을 그리다! 이재만 화각장

이재만 화각장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이재만 화각장

화각은 쇠뿔을 얇고 투명하게 갈아 종잇장처럼 만든 후 그 뒷면에 용과 모란, 십장생 등의 밑그림을 그려 채색하는 전통 공예다. 반짇고리, 문갑, 예물함, 장롱 등 각종 목공예품에 접목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화각 공예로는 유일하게 국가중요무형문화제에 지정된 이재만 화각장을 만났다.

가풍 덕에 전통이 몸에 배어 있던 유년 시절

이재만 화각장이재만 장인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에 지정된 유일한 화각장으로 1966년 故 음일천 선생의 공방에 입문한 후, 50년 가까이 화각 공예에 매진해왔다. 그는 처음부터 화각 공예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어렸을 때 심취해있던 것은 다름 아닌 만화 그리기. 친구의 소개로 음일천 선생을 만나 화각 공예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는 처음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전통 공예는 집안에서 흔히 보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통 공예는 제가 화각을 하면서 새삼 접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단청을 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대목장을 하시고 어머니가 자수를 놓았거든요. 가풍 덕분에 저는 전통이라는 것에 항상 젖어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였죠.”
당시 그는 만화뿐 아니라 스케치, 유화, 민화 등 가릴 것 없이 그저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손바닥만 한 화각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에게 다소 시시하게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화각에 매료되었던 건 화각만이 가진 독특함과 희귀성 덕분이었다.
“화각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술입니다. 전통왕실공예를 위해 처음 만들어졌기에 그 전승자도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과정이 수고스럽고 노력에 비해 인식이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기술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뿔 고르기부터 갈기, 옻칠, 그림까지, 종합예술로서의 화각

이재만 화각장의 스승인 음진갑 선생님의 호는 일천一天이다. 그는 스승을 회상하며 현재는 분업되어 여러 분야로 나뉜 전통 공예를 모두 마스터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제 스승 일천, 하늘에서 떨어진 단 한 사람이란 뜻이죠. 그만큼 기술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분업화되었지만 예전에는 화각장 혼자 모든 작업을 맡아 했습니다. 소목이면 소목, 매듭이면 매듭, 칠이면 칠, 조각이면 조각. 화각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모두 익히고 혼자 만들었죠.”
이재만 화각장의 말대로 지금 화각 공예는 많은 부분 분업화가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화각장이 익혀야할 기술이 많다. 뿔 고르기부터 갈기, 옻칠, 그림까지 화각 공예에 들어가는 작업 공정만 해도 17가지에 달한다. 화각 공예가 종합예술로 불리는 까닭이다.

 
가격만 듣고 비싸다는 인식 가장 마음 아파

사람들은 화각으로 만든 제품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 탄성은 가격을 물어본 후에 이내 “너무 비싸다”는 불평으로 바뀐다. 그 후 왜 비싼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차라리 괜찮지만, 대부분은 고개만 갸우뚱하고 자리를 뜬다. 그 이후로 그 사람에게 화각은 그저 턱없이 비싼 물건으로 인식된다. 이재만 화각장은 이런 식의 반응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미 화각의 가치를 알고 오는 사람들은 절대 비싸다는 소리를 하지 않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십중팔구 비싸다는 이야기만 합니다. 홍보가 덜된 탓이지요.”
그는 문화재청에도 적지 않은 아쉬움을 표한다.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지정한 후의 실제 관리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단다. 장인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유통 과정에서 조금 신경을 써준다면 작품에 더욱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중요무형문화재에 대한 건강관리나 전승에 대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경써야하지 않겠냐는 그의 말에서 씁쓸함이 묻어났다.

화각이 어우러진 현대 공간을 꿈꾸며

이미 화각 공예 분야에서 명실 공히 최고로 인정받는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대 기술과의 협업을 통해 공간 속의 미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생각이 있습니다. 바야흐로 마니아 시대잖아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동차 내장을 녹색으로 분위기를 통일한다면 어떨까요? 숲 속에 앉아있는 느낌, 자연 속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겠지요. 마이카 시대에 분명 반응이 있을 겁니다.”
그는 이런 공간 구성에 있어 화각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예산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으니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만 과감히 화각을 적용하더라도 그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엘리베이터를 든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화각이 적용된다면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고안한 것처럼 현대적인 여러 공간에 화각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화각을 위한 소뿔 고르기

이재만 화각장화각 공예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뿔 고르기다. 일반인들은 소뿔에 대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 선별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자란 소뿔만 가능하다. 이재만 화각장은 소뿔 공급이 줄어들면서 중국, 일본, 대만, 몽골 심지어 남미나 유럽의 뿔 등 안 써본 뿔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뿔의 단단함이나 투명성을 어떤 것도 따라오지 못한다. 게다가 3년에서 5년 정도 자란 황소 뿔만 가능하다. 여기에 소가 먹는 것도 뿔의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합성 사료만 먹여서 자란 뿔은 적합하지 않다. 요즘 건초만 먹고 자란 소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식물성 사료와 건초를 적당히 먹은 소뿔이 확실히 투명하다. 그렇게 공들여 고른 소뿔 하나를 갈아서 가공하면 손바닥만 한 얇은 한 장이 나온다.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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