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촌창작민화연구회 – 현대 창작민화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다

설촌창작민화연구회
현대 창작민화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다

설촌창작민화연구회는 민화의 맥락을 살리되 오늘날의 트렌드를 반영해 현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작품을 그리고자 한다. 화단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당면한 문제들에 직접 부딪히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집단으로 발돋움 중이다. 그들은 오늘도 민화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글 김영기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재현과 창작, 처음부터 병행해야

설촌창작민화연구회(이하 연구회)는 다수의 작가가 함께하는 연합활동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창작민화를 연구하고자 지난 2015년 발족한 단체다. 지도를 맡고 있는 정하정 작가를 중심으로 강달아, 고보경, 김연미, 박영희, 유은정, 이정옥, 이정희, 조하연, 최남숙 등 총 13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인천 계양구 임학동에 자리한 설촌민화연구실에서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부단한 연구를 통해 현대 창작민화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회에는 다른 민화단체와 차별화되는 두 가지 특색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재현과 창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이다. 민화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재현작업을 통해 전래되는 본을 충실히 익힌 뒤 어느 정도 수준이 높아졌을 때 창작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연구회에서는 이러한 일반론이 가차 없이 깨진다. 민화를 그린 시간이 짧든 길든 마찬가지다. 초보라 할지라도 전통작품을 모사하는 와중에 창작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재현에만 치중해 그리는 이의 정체성이 배제된 민화만을 그리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하정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서양의 미술교육은 석고 데생부터 시작합니다. 즉, 창작에 앞서 모사를 먼저 하는 것이죠. 동양에서는 사혁의 화론육법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오랜 시간 재현민화를 그렸음에도 창작작업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은 반면, 저희 연구회에는 붓을 처음 잡은 지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개성 넘치는 창작민화를 그리는 회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재현과 창작을 동시에 병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지향점은 같아도 화풍은 천차만별


보통 민화단체의 경우 지도를 맡고 있는 작가의 화풍을 회원들이 고스란히 이어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문에 회원전에 전시된 작품에서 지도 작가의 영향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연구회에 소속된 회원들은 화풍이 천차만별이다. 지도 작가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연구회의 두 번째 특색이다.
대외적으로 연구회는 정하정 작가와 그 제자들로 구성된 단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하정 작가는 회원들보다 앞서 민화를 그린 선험자인 만큼 회원들이 보다 수월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인문학적 지식이나 미술 이론, 역사 및 사회적 정보를 전하고 이를 활용해 회원들이 각자의 작품세계를 찾아가도록 돕는다. 따라서 모임의 방식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닌, 토론 위주로 흘러간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작품 창작을 위한 연구와 교류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덕분에 회원들의 작품은 겉으로만 봐서는 도저히 한 단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라 믿기 힘들만큼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선, 색채, 구도 무엇 하나 닮은꼴이 없다. 고보경 회원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만의 시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교류하고 토론하며 각자의 작품세계를 찾아가고 있다. 함께함으로써 발생하는 유익한 시너지가 모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전통민화의 신세계를 선보이다

연구회는 지난해 10월 인천에 자리한 연정갤러리에서 창립전을 개최하며 행보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본격적인 활동
에 앞서 분명한 목표의식과 각오를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이 전시에는 10명의 회원이 참여해 25점을 출품했는데, 참가자 전원이 순수 창작민화만을 선보여 화단과 평단의 시선 모두를 사로잡았다. 전시가 이루어진 장소가 인천에서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는 다분히 의도한 바였다. 일반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에 앞서 미술계 주요인사 및 평론가들에게 먼저 선보이고 그들의 관람평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조율하기 위함이었던 것. 다행히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고, 이에 더해 갤러리를 운영 중인 옥련여고의 재학생들이 상당수 전시회를 관람한 후 “미술의 신세계를 봤다”는 등의 극찬을 해 회원 모두가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그간 공모전에서 거둔 성과도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열린 인천광역시미술대전에서는 8명의 회원이 참여해 모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올해 (사)한국민화진흥협회가 개최한 제1
회 전국민화공모대전에서는 특선, 장려상, 최우수상을 모두 수상해 연구회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김연미 회원은 “처음 창작민화를 그릴 때만 해도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그런 우려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공모전과 전시에 참여하면서 큰 성취감과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함께 얻었다”며 연구회 활동에 만족감 을 나타냈다.


민화계 창작 풍토 조성에 앞장설 것

연구회는 회원 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소규모로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올한 해에는 거창한 계획을 실행하기보다 회원 각자의 작품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실력을 쌓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그러는 와중에 공모전이나 그룹전에 틈틈이 참여해 중간 점검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칠 계획을 품고있다. 먼저 두 번째 회원전을 인사동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민화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많은 민화인들이 찾는 장소에서 전시가 열리는 만큼 연구회에서 얻은 성과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보고 마는 전시가 아닌 다양한 부수효과가 발생하고 사회적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또한, 이때를 기점으로 작가들의 창작을 독려하는 장학사업도 함께 펼칠 예정이다. 저명한 작가나 이론가들을 위촉해
그들이 선발한 작가들에게 소정의 창작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창작자들이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격려한
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 민화계에 창작 작업을 하는풍토가 빨리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민화를 변형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발상과 접근법으로 세상에 없던 창작민화를 그려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회원들은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조하연 회장은 “민화의 맥락을 살리되 오늘날의 트렌드를 반영해 현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작품을 그리는 것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다. 또한, 화단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당면한 문제들에 직접 부딪히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집단이 되고자 한다. 민화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연구회의 모습을 기대해주길 바란다”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우리 민화계에 창작민화의 토양이 비옥해지길, 그리고 그 땅위에 연구회의 뿌리가 굳건히 내리길 기대해 본다.

글 김영기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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