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지침서 고사인물도 (古事人物圖)

고사인물도

*고사인물도 앞부분(좌)
*고사인물도 뒷부분(우), 그림 상단에 화제가 있으며, 작은 산 부분에 远山(원산)이라고 쓰여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소개한 고사인물도 초본 10폭(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두 번째 폭을 살펴봄으로써 민화초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이 초본은 재질이 다른 종이 두 장에 좌우만 바뀐 그림을 그려 붙여놓은 것임을 지난 시간에 이미 밝혔다. 이런 형태로 초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본 제작 과정

1. 종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다.
2. ①의 밑그림 위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린다.
3. ②의 위에 얇은 종이를 덮고 그 위에 ②의 선을 따라 먹으로 채색한다.
4. ②의 뒷면과 ③의 얇은 종이의 앞면이 마주 보도록 풀로 붙인다.
5. ④의 과정을 거친 초본을 모아 대나무와 실로 연결한다.

이제 초본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앞면에 그려진 인물도에는 윗부분에는 웃통을 벗은 노인이 바위 위에 앉아 귀를 만지고 있는 모습이, 그 아래에는 소를 탄 노인이 귀를 만지는 노인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소의 모습은 뒤를 돌아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같은 그림을 그린 인물도 뒷면의 상단에는 二(이). 潁川洗耳(영천세이)라는 화제(畵題)가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제 아래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远山(원산)이라고 적혀있다. 또한, 산 부분을 보면 또 다른 산이 있는 것처럼 먹선과는 다른 희미한 선이 있는데, 이것은 각 초본이 겹쳐진 상태로 보관될 때 앞장의 그림에 묻어있던 밑그림 선이 묻어나와 생긴 것이다.

소부와 허유, 그리고 소의 이야기

이번에 살펴본 초본은 고사인물도 중 가장 유명한,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소부와 허유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소부가 탄 동물의 종류에 따라 크게 송아지와 망아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지는데, 지금 소개하는 초본에는 소가 그려져 있으며, 같은 이야기를 그린 다른 그림들에도 대부분 소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말보다는 소가 상대적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기에 작가들이 쉽게 따라 그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추정된다.
그림 속 소의 자세는 다른 그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세이다. 물을 먹고 싶은 소의 아쉬운 마음을 고개를 돌려 물을 쳐다보는 소의 자세로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간절히 물을 원하는 소의 마음에 빗대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이 그림을 보는 선비들이 서민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림에 담아 그렸을 것이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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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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