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하늘

이번 호부터 최천숙 작가의 ‘민화 에세이’를 연재한다.
최천숙 작가는 최근 수필집을 낼 만큼 문필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민화를 통해 개성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소하고도 소중한 일상이 깃든 그의 에세이, 그리고 민화를 감상해보자(편집자주).

고구려 고분 벽화(4~7C 중엽) 중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사신四神은 동, 서, 남, 북 네 가지 방위를 상징하는 신으로 오행사상과 신선사상을 바탕으로 한 도교에서 나온 것이다. 사신도는 왕이나 귀족의 무덤이나 군대의 깃발 그리고 우주를 지키는 신으로 별자리에 그려지고 민간의 수호신으로 그려진다.
네 방위 즉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은 현무로 넷 다 역동적이고 힘 있는 신령스런 동물의 모습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반드시 죽으므로 생生과 사死는 하나로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사후에도 신들의 보호 아래 행복하기를 바라는 믿음으로 그렸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은평뉴타운은 서울의 중심에서 볼 때 서쪽에 위치해 있다. 도심 속 전원마을을 표방하여 비교적 층이 높지 않고 북한산 기슭에 위치해 자연 친화적이다.
동네에 들어서면 산 공기가 산뜻하고 내음이 상큼하다. 한 겨울만 제외하고 철따라 꽃이 피며 향기 가득하다. 계곡 따라 흐르는 산 물줄기 따라 ‘서울 둘레길’ 이라고 쓰인 산책로가 있다. 길가에는 패랭이, 민들레, 제비꽃, 아기똥풀, 토끼풀 같은 들꽃이 피고 지고 물가의 갈대숲과 버드나무에는 철새가 날아든다.
전국을 돌며 이사 다녔던 군대 생활을 마감하고 정착한 곳이다. 주택 분양을 신청했으나 높은 경쟁률로 받지 못하고, 입주하지 않아 남은 1층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오직 넝쿨장미를 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장미 10그루를 창을 돌아가며 둘러 심었더니 해마다 오뉴월이면 꽃이 피어 창가를 예쁘게 장식한다. 풍경이 아름답고 조용한 동네라 살아가면서 더욱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쪽하늘’이란 제목의 이 그림 속에는 은평뉴타운 내 장미가 피어있는 우리 집이 있고 근처에 있는 한옥마을과 북한산이 보인다. 대구에 있는 친정집의 담장과 대문 위에 소복하게 쌓여 늘어져 있는 능소화도 들어있다. ‘기다림’의 뜻을 가진 주황색 능소화는 젊은 날의 추억과 돌아가신 부모님을 회상하게 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나의 공간을 지켜주는 서쪽하늘의 수호신 사신 중의 하나인 백호를 그리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넣어 내가 사랑하는 우리 동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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