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민화 실기교본 《민화 길라잡이》 출간한 민화 작가 신동식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한국민화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는 신동식 작가는 20여 년간 민화작가이자 수집가, 실기 지도자로서 활약해왔다. 그는 작년 12월에 누구나 민화를 이해하고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이론적 기초와 실무를 총망라한 《민화 길라잡이》를 출간했다. 이 책이 단순한 민화 실기교본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과 화실, 문화센터 등에서 민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화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이나 실기 지침서는 아직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중요한 일도 많겠지만, 민화가 올바로 방향을 잡고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민화가 어떤 그림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민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화 실기교본 《민화 길라잡이》의 출간을 앞두고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신동식 작가는 특유의 달변으로 민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그림의 기본을 다질 수 없다며 민화 실기에 대한 지론과 철학을 밝혔다.
신동식 작가는 많은 이들에게 작가로서 보다는 민화계 최대의 단체인 (사)한국민화협회의 회장을 지낸 활동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재임 기간 동안 협회 내에 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민화공모전의 기틀을 다지는 등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협회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01년부터 민화계의 최고 원로 파인 송규태 선생을 사사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작가로서의 삶이 나머지 인생의 소명이라고 여기고 치열한 수련을 거듭, 2002년부터 회원전과 그룹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초대전, 개인전을 개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07년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사)한국민화작가협회(현 (사)한국민화협회)의 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협회 업무에 뛰어들며 민화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활동가의 길도 걷기 시작했다. 일찍이 공직에 몸담기도 하고 직접 화랑을 경영한 경험이 협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2009년에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회장직을 연임하며 사단법인체의 면모를 갖추고 협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한편 그는 작가, 활동가로서 뿐만 아니라 민화 이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민화 연구에 천착해왔다. 특히 보는 그림이 아닌 ‘읽는 그림’으로서의 민화에 주목한 《동양화 읽는 법》의 저자 조용진 한국형질문화연구원장의 연구에 영향을 받아 민화를 미술사적 체계를 지닌 양식론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민화의 제작방식이나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교를 포수해 채색 안료의 접착력을 향상시키고, 바림과 덧선 기법을 조형요소로 활용하며, 추상적이고 도식화된 문양으로 표현하는 민화만의 특징을 하나의 양식론으로 종합해 미술사의 한 장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민화를 대하는 작가들의 공통된 관점과 정의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민화 실기교본은 그 과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주춧돌을 잘 놓아야 전통의 계승도, 민화의 세계화도 가능한 것입니다.”
신동식 작가의 이러한 지론은 2014년 LA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특강과 같은 해 한국민화학회와 (사)한국민화협회가 공동주최한 한국민화학술대회를 통해 민화계에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펴내는 민화 실기교본은 ‘민화 작가이자 연구자 신동식’의 오랜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민화 실기교본, 민화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

이번에 그가 펴내는 실기교본 《민화 길라잡이》는 민화 입문자와 초보자를 위한 교본의 정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민화를 그리기 위한 준비물과 재료 소개를 비롯해 <까치와 호랑이>, <연화도>, <모란도>, <화조도>, <황룡도>, <책가도>,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총 8가지 대표적인 민화 화목을 스스로 그려볼 수 있는 챕터로 구성됐다.
이 책은 대상의 질감이나 형태의 강약을 살린 선묘, 도상별로 세분화된 조색 비법을 상세하게 수록하여 체계적으로 필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또한 책에는 인문학적 배경에 근거한 민화 양식론과 상징 풀이, 그리고 원형에 가까운 초본을 함께 실었다.
“《민화 길라잡이》는 한국형질문화연구원에서 진행된 문체부 지원 사업 ‘2018 한국전통미술 기법화가 양성과정’의 민화 강의 자료를 보완해 탄생했습니다. 민화의 재료학부터 양식론, 대표 화목을 완성하는 단계별 실기까지 이론적 기초와 실무지침서가 총망라된 실기교본이죠. 그림을 그리면서 직접 대조할 수 있도록 도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A3용지 크기로 채색 순서도를 실었습니다.”
앞으로 재외한국문화원에 민화 실기교본을 배포해 외국인도 민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동식 작가는 내년에 고화古畫로 연구가치가 높은 민화와 유물을 토대로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민화를 다르게 정의하고 연구의 주요 쟁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민화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민화가 하나의 양식(style)이며, 백성에 의해 완성되는 모든 그림이라는 사실이죠.”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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