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민화진흥협회 제5회 전국민화공모대전 대상 수상자 – 성지호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붓을 들다

성지호 작가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고찰을 이어온 그는 생김새는 물론이고 인물의 성격, 작은 습관 하나까지 섬세하게 설계해 新여성 양귀비와 동백을 탄생시켰다. 상반된 매력을 품은 두 여인은 제5회 전국민화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으로 꼽히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 김송희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대상 수상이 조금은 얼떨떨하고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늘 ‘안 된다’가 아닌 ‘해 보자’는 말로 격려해주신 문선영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더불어 연인이자 단짝인 남편과 저의 패거리 친구들 영희, 인희, 진숙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웃음).”
성지호 작가가 그려낸 두 인물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공모전에서 인물화가 대상작으로 꼽히는,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성지호 작가는 20여 년간 캐릭터 디자인 일을 해왔다. 이골이 날 정도로 인물을 연구하고 탐미해온 그는 그간의 경험을 녹여내 민화 버전의 신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셈이다. 이목구비나 손동작, 옷차림은 물론이고 섬세한 채색으로 두 인물의 상반된 성격을 드러냈다. 양귀비는 차분하면서도 도발적인 색감으로 도도함을 돋보이게 하고, 동백은 비교적 채도가 높은 색감으로 명랑함을 표현했다. 새빨간 입술과 은은한 분홍빛 입술로 차이를 둔 부분도 눈에 띈다.
“여인의 발밑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사실 저의 반려묘예요. 양귀비 아래 있는 녀석의 이름은 김홍도, 동백 아래 있는 녀석은 신윤복이죠. 이 고양이가 사람과 사람의 연을 이어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림을 보는 모든 분과 두 여인의 연 또한 잘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성지호, <묘연, 해어화 – 양귀비>, 비단에 혼합재료, 120×70㎝

한국의 美를 찾아서

성지호 작가가 전통의 아름다움을 좇아 민화를 그리게 된 데에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사건이 있었다.
캐릭터 디자인 일로 잠시 일본에서 생활하던 때의 일이다. 한 동료가 자랑할만한 한국의 전통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는 그.
“그 이후에 곰곰 생각해봤죠. 사실 자랑할 만한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답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죠. 일본에서 돌아온 후부터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어요.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성지호 작가는 이곳저곳 다니며 민화를 배우다 문선영 작가를 만나면서부터 민화에 온 마음을 쏟게 됐다. 4년가량 배운 전통자수 기법을 민화에 접목해 새로운 미감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최근에는 그림책 출간을 앞두는 등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종국에는 다양한 장르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는 그.
“저는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참 좋아해요. 그의 그림에는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어요. 사람을 최대한 어여쁘게 화폭에 담아내고자 한 마음이 보이죠. 혜원의 마음을 닮고 싶어요. 사람이라는 게 사실 알면 알수록 알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거든요. 혜원의 마음으로 붓을 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쭉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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