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을 이루고 있는 민화의 해외 나들이 현 주소 – 민화, K-ART를 향하여

민화의 해외 전시는 비교적 자주 있어왔지만, 특히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져 일종의 붐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주로 박물관, 민화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시행하고 있는 민화 해외 전시,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현황과 전시의 성격 등을 통해 앞으로의 비전을 가늠해 본다.


옛 민화의 기획 전시

러시아,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전통민화展
최근 해외에서 민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공외교 전문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이하 KF)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주최한 대규모 민화 기획전들만 보더라도 KF가 문화외교의 콘텐츠로 민화를 선택했다는 점, 나아가 현지에서의 성과를 통해 민화가 가진 국제적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전시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KF는 국내의 대표적인 민화전문 박물관인 가회민화박물관(관장 윤열수)과 공동으로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동양미술관 초청전 <일상의 소망과 염원 : 19-20세기 초 한국의 전통장식그림 “민화”>를 개최했다.
모스크바 국립동양미술관은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등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곳으로 한국 상설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동양미술관 한국 상설전시관의 협력기관이었던 KF는 2016년 말부터 가회민화박물관과 전시 준비에 돌입해, 올해로 개관 100주년을 맞는 국립동양미술관의 2018년 첫 전시로 민화 27점을 선보이는 민화 단독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간 러시아가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행사의 일부나 소규모로 민화전시를 진행해 온 점에 비춰보자면, 이런 수준의 전시는 최초의 대규모 민화 전시라 할 만했다.
전시회에서는 화조도, 어락도, 문자도, 책거리, 산수도, 고사인물도 등 민화의 대표적인 주제로 구성된 작품들을 고루 선보였다. 특히 내륙지역인 러시아 사람들에게 바닷 속 풍경을 소재로 한 어해도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KF와 가회민화박물관은 러시아 전시를 성황리에 마친 후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서 3월부터 3개월 동안 <일상의 소망과 염원 : 19-20세기 초 한국의 전통장식그림 “민화”> 2차 전시를 연이어 개최했다.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은 2만 2천여 점의 미술과 공예품을 소장한 벨라루스 최고의 미술관으로 유럽 지역의 필수 관광 코스로 손꼽힐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다. 이곳 역시 한국미술을 전반으로 소개하는 행사는 진행한 바 있으나 민화작품 단독 전시가 열린 유례는 없었다고 한다.
민화 전시 기간과 맞물려 KF가 지원하고 주벨라루스대사관에서 주관하는 <2018 민스크 한국영화제>가 준비되었으며, 민화 관련 강연, 민화 탁본찍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동시에 진행돼 관광객의 호응을 얻었다.
KF 관계자에 따르면 민화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국립동양미술관에서는 9천여명,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서는 3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해외의 국립미술관에서 우리의 전통민화를 대대적으로 선보이는 특별전을 진행했다는 것은 민화뿐 아니라 국가적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에서 뜻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을 매료시킨 책거리展
2016년 9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미국 순회전으로 치러졌던 책거리 전시 도 주목해야 할 옛 민화의 해외 전시회다.
이보다 앞서 2016년 6월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이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같은 내용으로 미국에서 진행됐던 이 전시는 해외 학계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KF 관계자는 “당시 서울에서 열린 전시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러시아, 벨라루스에서의 민화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KF와 현대화랑이 후원하고 정병모 경주대 교수, 김성림 다트머스대 교수가 기획한 책거리 전시는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 찰스 B. 왕센터, 캔자스대 스펜서 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주관하여 개최됐다.
해당 전시에는 민속촌, 조선민화박물관, 서울미술관 등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책거리 병풍 등을 포함해 책거리와 책을 주제로 한 홍경택, 강애란, 스테파니 리, 안성민, 성파 스님, 김영식 작가의 작품을 함께 출품해 전통과 현대 책거리의 매력을 선보였다.
미국 캔자스대학교 스펜서 미술관에서는 전시회 개막에 맞춰 ‘Paintings in Brilliant Colors: Korean Chaekgeori Screens of the Joseon Dynasty(화려한 채색화 : 조선시대 책거리 병풍)’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회의도 열렸다. 스펜서 미술관 큐레이터 크리스 어썸스와 캔자스 대학교 한국미술사 이정실 교수가 함께 기획한 이 학회는 동양 회화사가 발달한 캔자스대에서 열린 첫 한국미술사 관련 학회로, 수준 높은 발표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책거리 열풍은 현지 언론 및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주요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책거리를 소개했으며 세계적인 학술잡지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s)> 11, 12월호에는 아홉 면에 걸쳐 책거리 전시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미국 유명 미술관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는 지난해 발간한 <소장품 하이라이트>에 한국 전통민화 책거리를 ‘조선의 정물화’라고 소개하며 폴 세잔의 작품과 나란히 실었다.
정병모 교수는 당시 해외 전시를 통해 책거리의 국제적인 저력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해외에서는 보통 ‘한국의 전통 그림’하면 으레 수묵화를 떠올리는데, 조선 시대 500여년의 미학이 응집한 책거리 전시를 통해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죠. 국제적으로 한국의 현대회화는 단색화, 전통화는 책거리로 인식할 정도에요. 특히 책거리의 경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서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현대화랑에서 개최한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 전시회 역시 해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국가 및 세부사항은 논의 중이다.

민화단체들이 주도한 현대민화 해외 전시

민화를 알리고, 작가들의 안목을 넓힌다.
국내 민화 단체나 협회들도 잇따라 해외 민화전시를 개최하는 추세다. 앞서 살펴본 옛 민화 기획전시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미술관 및 박물관 등 기관이 나서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민화 단체에 의한 해외전시는 전시에 뜻을 함께 하는 민화작가들을 모집하고 작품을 선정, 전시 장소를 섭외하여 그룹전 형식으로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 운송료 및 교통비 등 경제적인 요건부터 시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지만 해외 전시를 진행하는 이유는 밖으로는 우리 문화를 널리 소개할 수 있고, 안으로는 각 협회 및 단체 회원 간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해외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라고 한다.
물론 해외 판로 개척에 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한국 민화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어서 현시점에서는 민화를 홍보하는 목적이 판매보다 큰 것이 현실이다. 각 단체들의 첫 해외전시는 2009~2010년부터 많이 개최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민화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어 민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시기와도 대략 일치한다. 작가들의 의욕도 크게 상승되어 안목과 시야를 해외로 넓히려는 욕구도 커졌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개최된 민화展
(사)한국민화협회(회장 엄재권) 역시 상반기에만 두 차례의 해외 전시를 연달아 성료하며 광범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한국민화협회는 지난 6월 22일부터 29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지역에서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수도 타슈켄트 내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개최했고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와 문화교류를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7월 12일부터 7월 1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루치아나 마탈론 박물관에서 <제3회 한국밀라노특별전>을 개최해 100여명의 작가들이 다양한 화목의 민화 작품들을 전시했다.
(사)한국민화진흥협회(이사장 홍대희)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튈리에 미술관에서 제1회 국제전을 진행하며 정기적인 해외전을 개최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중한서화예술교류협회와 문화교류를 협약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양국 공동 회원전 및 초대전을 논의하는 등 올해 들어 국제적인 교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국민화뮤지엄(관장 오석환)은 지난 6월 13일부터 두 달간 카자흐스탄 국립대통령박물관 초청전 <한국 현대민화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초청전에는 유순덕, 민봉기, 오선아 작가가 민화작품을 선보였으며 오프닝 행사에만 300명 넘게 참석하고, 현지 취재진의 취재열기도 뜨거울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민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 역시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다는 후문이다.
(사)한국전통민화연구소(소장 권정순)는 최근 들어 해외 전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 시립미술관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기념해 열린 한·베 미술교류전에 회원들의 민화 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7월 5일부터 13일까지 독일 쾨니히슈타인 임 타우누스에 위치한 Galerie Uhn에서 전통민화 전시 <우리그림 민화특별전, 독일에 부는 한국민화바람>을 성료했다.
(사)한국전통민화연구소는 내년 7월 20일부터 30일까지 뉴욕 Flushing Town Hall에서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회장 이규완) 역시 지난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리옹시에 위치한 쟝 물랭 리옹 3대학교,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팔레드봉디 미술관에서 50명의 회원과 해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이번 전시의 경우 1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특별전인 만큼 주요 작가들의 부스전, 정회원전, 비회원전이 동시에 펼쳐져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번 전시는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가 같은 장소에서 2016년 6월 개최한 <한국민화-아름다운 색채여행 展>의 성과에 힘입은 것으로 당시 100여 명의 회원과 비회원이 민화 및 서양화, 한국화, 궁중자수 등 총 150여 점을 출품해 200여평에 달하는 전시장을 채우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K-국제민화협회(회장 이문성)는 지난 1월 10일 워싱턴DC 미연방의사당에서 을 개최했다. 또한 이문성 회장은 지난 4월 18일 뉴욕 한국일보사를 방문해 올해 10월 한국일보와 뉴욕한인회가 주최하는 맨하튼 브로드웨이에서 코리안 퍼레이드 꽃차 행렬에서 한국의 민화를 깃발 형태로 선보이는 행사를 주관하기로 협약하고, 비슷한 시기에 민화전시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SHOW 美의 경우 올해에는 해외전시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8월 LA한국문화원과 쇼미그룹 회원 25명, LA의 홍익민화연구소 회원 16명이 참여하는 민화소품전 <2017 LA쇼미(Show-美)>을 개최해 성료했으며 2015년에는 이집트, 칠레, 나이지리아 3개국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당시 현지의 방송에서 행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박물관 순회전을 진행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쇼미는 내년에 LA한국문화원에서 민화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재춘민화연구소(소장 김재춘)는 (사)한국미술협회와 지난해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의 밀란 아트 & 이벤트센터에서 <2017 한국미술대축전>을 진행했으며 행사에서 민화를 포함한 한국의 전통미술 100여점과 현대미술 100여 점을 전시해 현지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김재춘민화연구소는 내년 초여름 미국에서 해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경너머 민화를 꽃피우는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해외 민화전시는 향후에도 더욱 활발히 개최될 것으로 예측된다. 폭넓은 홍보 못지않게 작품에 대한 깊은 연구가 뒷받침 될 때, 민화가 단색화를 잇는 한국의 주요 미술 콘텐츠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글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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