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올 가을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눈 내리는 밤길 달려갈 사나이처럼
따뜻하고 맞춤한 악수의 체온을-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호가 아니라
어디 어디 원룸 몇층이 아니라
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호가 아니라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
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
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
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
괴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
시. 박 철
그림. 조여영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