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不滅

올해처럼 유난히 더운 늦여름이면 9월에도 연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한 연꽃도 때로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사로잡고, 누군가에게는 유난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느 여름날, 최천숙 작가의 눈에 비친 어느 은은한 연꽃 이야기. (편집자 주)


연蓮
해가 뜨면 피어나고
해가 지면 오므라든다
빛의 에너지로 움직이며 창조하고
어둠 속에서 재생을 위한 휴식을 한다
반복하며 순환하는 우리의 삶과 같으니
꽃을 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본다

그동안 나는 군자君子, 다산, 장수, 창조, 연화화생蓮花化生 등의 길상의 뜻으로 많이 그려지는 연의 여러 모습을 화폭에 담아왔다. 〈불멸不滅〉도 그렇다. 연의 여러 모양을 바탕으로 하여 중앙에 태양을 금빛의 환으로 그려, 태양과 함께 피는 연의 창조와 생성, 재생의 의미와 순환하는 영원한 진리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연에 대한 작은 추억이 있다. 농가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연이 눈에 들어왔다. 칠월 하순에 동해로 여름휴가를 가는 도중이었으나, 차를 좁은 길가에 세워두고 논두렁을 걸어갔다. 푸른 논에 하얀 연꽃이 피어 넘실거리고 은은한 향기가 바람결에 스쳐왔다. 연못에 핀 연꽃도 아름답지만, 넓은 논 가운데 피어있는 연꽃도 풍요로워 보였다.
연꽃은 홍색이나 분홍색이 많은데 이곳은 백련이 청아하게 피어 있었다. 아기 얼굴보다 큰 꽃이 순수한 흰빛으로 우뚝 서있는 품이 고결하게 보여 군자의 풍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한다. 연잎으로 덮여있어 아래에 있는 물이 보이지 않고, 꽃줄기가 잎 사이로 올라와 있다. 파라솔로 써도 될 듯한 큰 연잎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꽃잎이 떨어진 연과가 총총히 올라와 꽃과 함께 어울려있다. 연과 속에는 씨가 들어있는데 수명이 길어 2, 3천 년 묵은 종자가 발아하기도 한다. 오그리고 입술처럼 다물어진 연잎에 잠자리가 앉았다가 창공을 맴돌며 날아간다.
한여름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내려와 눈부시다. 햇빛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방패 모양의 큰 잎 위에, 연꽃이 중앙에 연두색 연과와 노란 수술이 보이도록 활짝 피어 있다. 꽃봉오리가 가시 박힌 긴 줄기 위에 맺혀 있다. 꽃봉오리를 가져다 연자에 따뜻한 물을 부어 꽃 피우고, 은은한 향과 함께 우려 나온 차를 마시고 싶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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