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미소를 닮은 듯 평화로운 정원, 목아박물관

목아박물관
목아박물관

우리나라 불교조각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치 작은 사찰을 연상시키는 목아박물관이 바로 그 주인공. 조각과 나무, 호수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정원과 우리나라 최고의 목각공예가로 인정받는 목아 박찬수 선생이 제작하고 수집한 불교 목조각, 유물이 관람객의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선사한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목아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박찬수 관장의 생애와 예술혼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여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목아木牙는 박물관을 설립한 박찬수 관장의 법명에서 따온 것으로 죽은 나무의 싹을 틔워 새 생명을 불어 넣듯 관람객들의 마음에 우리 민족과 전통에 대한 사랑이 솟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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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관련 목공예품과 유물이 한 자리에

박물관에 도착하면 ‘맞이문’이라는 한글 현판이 내걸린 커다란 대문이 관람객을 반긴다. 불교 박물관을 표방하며 시작된 곳인 만큼 크고 작은 목조각이 가득한 야외조각정원의 둘레에는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가람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는데, 사천왕문은 ‘마음의 문’, 대웅전은 ‘큰말씀의 집’, 명부전은 ‘사후재판소’라는 한글 명칭으로 고쳐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화장실마저 ‘비우소’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한글을 주요 건물의 얼굴로 내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찬수 관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목조각 장인임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많은 전통문화유산과 민족정신이 잘 보존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온 인물. 지나친 외국어 남용과 비속어 사용으로 아름다운 한글의 원형이 파괴되는 점이 안타까워 올바른 한글쓰기 문화 전파에도 앞장서왔으며, 그 일환으로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섬김전’이라는 정기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여러 작가들이 참여, 한글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모아 16번째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본관인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물의 뼈대가 된 벽돌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건물의 것을 다시 활용해 그 의미가 깊다.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인도의 석굴 사원을 모티브로 하고 곳곳에 불교의 전통 양식을 가미해 박물관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지하1층과 지상1층은 주로 기획전시와 유물 교체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 올해는 ‘중국 작가 초대전’, ‘옹기 : 독·불·장군’ 전시를 진행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매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층에는 박찬수 관장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불교관련유물이 자리하고 있다. 불교소품, 불교조각, 불교 공예를 위한 연장류 등이 주요 전시품이다.

장인의 손을 빌려 새로이 태어난 목조각 공예품

3층에는 장인匠人 박찬수 관장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재현한 작품을 비롯해 주로 불교와 관련한 목조각 작품이 눈길을 끄는데, 불교의 성물聖物 조각은 고도의 집중력과 정교한 기술에 예술적 혜안까지 더해져야 완성할 수 있는 진정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박 관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목조각에 입문, 1989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 제33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2002 대한민국 만해대상 문화예술부문대상 등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1996년 목조각장木彫刻匠으로는 처음이자, 최연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50여 년을 나무를 매만져 왔으니 그림을 그리듯 몇 번의 스침만으로도 나무에 새 영혼을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박물관 곳곳에는 그가 단 몇 시간 안에 완성했다는 목조각품이 여럿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의 시작은 1970년대 박 관장이 불교 목조각에 정식으로 입문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불사佛事에 직접 참여할 일이 많았는데, 새 부처를 모실 때마다 전에 있던 부처를 태우거나 매장하는 것이 마치 소중한 보물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 계기가 됐다. 그 이후 불상은 물론 불교와 관련된 것은 빠짐없이 수집했고, 그렇게 모인 유물들과 박 관장의 불교 목조각품이 목아박물관의 전신前身인 목아불교박물관의 밑바탕이 되었다.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박물관 개관을 준비해 90년 그 형태를 갖췄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1996년 ‘목아불교박물관’이라는 명칭으로 정식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박물관에는 불교 목조각, 현대 조각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집한 예술 서적과 기록물, 유물을 포함해 약 6만 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우리 민족과 전통 문화의 우수성 알리는 박물관

여주의 명소로 관람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지만 여느 박물관이 그렇듯 운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더 발전된 모습을 위해 매년 투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박 관장이 작품 활동을 하며 얻는 수익을 운영비로 충당하고, 뜻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후원도 받고 있으나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물관 운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고 전통 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문화예술운동’에 박물관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립자의 소신 때문이다. 그래서 수익도 수익이지만 민족문화의 우수성과 민족정신 계승의 중요성을 보다 많은 관람객에게 알리고 각인시키고자 다양한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람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직접 큐레이터의 역할을 경험하며 진로를 고민해보는 진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관람객의 방문이 많은 주말에는 다채로운 체험 축제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유관기관의 상이 주어지는 ‘전국 어린이 부처님그림 그리기 대회’를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으며, 박 관장의 전승활동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좋은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도 못지않게 언제든 마음 편하게 박물관을 찾아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생각해 음식점을 비롯한 휴게시설 확충에도 고심하고 있다.
불교박물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박물관에는 단군과 예수, 마리아상 등 다양한 종교의 조각품과 유물이 공존한다. “종교는 달라도 진리는 하나이며, 그 진리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이 정신적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박 관장의 신념 때문. 목아불교박물관에서 목아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월에 목아박물관의 분관 개념인 ‘목아한민족박물관’ 개관을 준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민족정신통일에 앞장서겠다는 목아박물관의 자긍심과 열정이 은은하고도 널리 퍼지는 연꽃의 향기를 닮아 온누리에 다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Mini interview. 목아박물관 박우택 부관장

목아박물관에 오면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보입니다

목아박물관 박우택 부관장

▲목아박물관 박우택 부관장

실질적인 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박우택 부관장은 박찬수 관장의 장남이다. 피는 속일 수 없는지 박 관장의 두 아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하고 아버지의 소신과 열정을 이어받아 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박물관 운영에 있어서 박우택 부관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역시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목아박물관을 찾게 만드는 일. 그래서 최근에는 주변 박물관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 및 답사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박물관 자체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목아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체험축제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저희 박물관이 그야말로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놀고 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과 전통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곳, 특별한 경험으로 온 가족이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목아박물관에 꼭 한번 들러주세요.”

  • 위치 :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이문안길211
  • 개관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12월~2월은 오후 5시까지)
  • 관람문의 : 031-885-9952~4 / www.moka.or.kr

 

글 : 박미지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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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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