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무신도 초본 Ⅱ

도1 무신도 초본,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무신도 초본을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초본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모습을 바라볼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흔적들을 살펴보자.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초본에 남겨진 완성작의 흔적

무신도 초본에는 다양한 흔적이 남아있다(도1). 먼저 찾아볼 수 있는 흔적은 먹선을 그리기 전의 밑그림이다. 초본을 살펴보면 먹선 아래에 목탄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를 통해 이 초본을 그릴 때는 먹선을 그리기 전에 스케치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스케치한 초본 위에 바로 먹선을 그렸다는 것은 정제된 먹선만 있는 초본과는 달리 여러 장의 초본을 제작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또한 스케치한 초본에 그대로 먹선을 그리고 배접해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은 당시 물자의 공급이 그다지 원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의 정교함의 정도와 관계없이 무신도에는 많은 정성을 들이기 때문에 물자가 풍족했다면 먹선만 그려진 초본을 제작해 작품을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2 무신도 초본 일부,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좌) 도3 무신도 초본 일부,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 (우) 도4 무신도 초본 일부,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두 번째 남은 흔적은 채색의 흔적이다(도2), (도3), (도4). 현재 초본에 남아있는 안료의 색깔은 노란색, 청색, 붉은색, 자주색, 보라색, 검은색이다. 이 흔적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채색 안료가 먹선을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채색이 붓으로 칠한 것처럼 고르게 된 것이 아니라,
도5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마치 아주 작은 사각형이 촘촘하게 나열된 것처럼 안료가 남아있다(도5). 이는 과거에 소개한 적 있는 화조도 초본에서 나타나는 흔적과 유사한 흔적이다. 이 흔적은 바로 바탕천의 흔적으로 무신도의 제작과정을 추론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초본은 그림을 그릴 바탕천에 배접한 후, 천 위에 비쳐 보이는 대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훼손 등의 이유로 배접되었던 그림과 초본이 분리되면서 초본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무신도 초본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래 전에 소개한 화조도 초본과는 달리 상태가 좋지 않다. 주머니를 든 인물 초본을 살펴보면 왼쪽 모서리에 다른 종이를 덧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초본에 종이를 덧댄 것은 그림과 초본이 분리된 후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초본에 종이를 덧댄 것은 그림과 초본이 분리된 후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도6). 그 이유는 종이를 덧댄 부분에는 먹선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덧댄 종이에 먹선이 남아있는 초본은 종이를 덧댄 시점과 그림이 그려진 시점이 동일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비단 위에 그려진 그림이 초본과 분리되면서 초본에 손상이 생겼고, 그 이후에 판매를 위해 종이를 덧대 수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
문이다.


(좌) 도5 무신도 초본 일부,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 (우) 도6 무신도 초본 일부, 지본채색, 조선민화박물관 소장



지난 시간과 이번 시간에 살펴본 무신도 초본의 특징들만으로는 이 초본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초본을 통해 무신도가 그려진 과정을 일부 살펴볼 수 있으며, 완성작품이 비단에 그려졌다는 점과 접은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주로 종이에 그려져 접힌 상태로 운반되었던 황해도 무신도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무신도 초본 위에 붙어있던 무신도가 등장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초본이 망가져 종이를 덧댈 정도라면 초본 위에 붙어있던 그림이 무사하게 분리되었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신도 초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성과는 추후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자료를 따로 떼어 살펴볼 때는 보면 볼수록 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여러 자료를 모아놓고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풍부한 자료는 연구에 좋은 양분이 된다. 앞으로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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