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닫이 첫 번째 이야기 – 조선시대 반닫이의 숨겨진 매력

▲ 박천반닫이. 82x41x72cm, 조선

반닫이 첫 번째 이야기
조선시대 반닫이의 숨겨진 매력

“강화반닫이는 억대가 넘는 비싼 가격에 감히 엄두도 못 내겠고, 여유가 되면 수수하고 구수한 맛이 넘쳐 나는 나주반닫이 하나 모셔다가 매일 매일 문지르고 닦고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속에 철지난 옷을 넣어어고 책도 넣고 일기장도 거기다 집어넣고 큼지막한 무쇠 자물통도 채우고…. 반닫이 위에는 지난 일요일 아침 풍물시장에서 운 좋게 건져온 청화백자 항아리를 떡하니 올려놓고 그 앞에 팔을 괴고 비스듬히 누워 보면 어떨까.” 박주열 대표가 들려주는 반닫이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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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약 2개월에 걸쳐 호림박물관에서 조선시대 반닫이 전시회가 열렸다. 우리 조선의 전통 반닫이, 더욱이 남북을 망라하는 조선 팔도의 각종 반닫이를 한곳에서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하고 뜻 깊은 전시회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유형의 고미술 관련 전시회가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국가 또는 학교 기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 많이 있기에 우리의 소중한 고미술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반닫이 전시회와 같이 단품 위주의 깊이 있고 기획적인 고미술품 전시회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좀 더 많은 홍보를 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소중함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의 고미술품을 매입하여 소장하고 싶은 이들이 많지만, 막상 어느 것을 소장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이 분야 또한 많이 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좋은 유물을 소장하기도 하고 즐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우리가 전국 어느 고미술품점에 들어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반닫이에 대하여 두 번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기로 한다. 6월호에서는 반닫이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알아보고, 다음 달에는 각 지역별 반닫이의 특성, 형태 등을 이야기하여 앞으로 우리가 반닫이를 포함한 우리전통 고미술품을 선별하고 소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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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반닫이의 특징

반닫이는 안방, 사랑방, 대청 또는 광이나 다락 등 많은 주거 공간에서 다양하게 쓰인 수장가구이며 글자 그대로 보면 가구의 반쪽을 여닫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가 한 번쯤은 들어본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러한 단어이다.
국어사전에서 반닫이의 사전적 의미로 찾아보면 “앞의 위쪽 절반이 문짝으로 되어 아래로 젖혀 여닫게 된 궤 모양의 가구”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발음상으로는 구개음화되어 『반ː다지』로 하지만 올바른 표기는 『반닫이』로 하고 외래어로는 『Bandaji』라고 쓴다.
이러한 반닫이는 궤의 한 종류에 속하는데 궤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의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같은 사각 상자 모양의 반닫이 형태의 궤이지만 하나는 상부의 천판이 두면으로 크게 나뉘어져 앞쪽의 면을 위로 들어 올려 열고 닫도록 구성된 위닫이가 있고, 다른 하나는 앞면의 반을 나누어 위쪽 반을 앞으로 당겨 여닫는 앞닫이 형태가 있다.
다시 정리하면 궤를 앞에 놓고 보이는 그대로 볼때, 원칙적으로는 상판중 앞쪽 반을 들어 올려 열고 닫도록 제작된 궤를 『위닫이궤』라 부르게 되고, 앞의 위쪽 반을 앞쪽으로 당겨 열고 닫도록 제작된 궤를 『앞닫이궤』라 부른다. 그러나 이 중 우리가 보통 궤라고 부르는 것은 위닫이궤를 말하며 이번에 이야기하는 반닫이는 앞닫이궤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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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가구였던 반닫이의 주요한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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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반닫이는 양반이건 상민이건 할 것 없이 가장 많이 사용하던 가구 중 하나이며 각 가정에 이 반닫이 한두 개쯤은 갖고 있었다. 주로 의복, 책, 제기 등을 간수하였는데 조선시대에는 신분 계층, 주택내의 수장위치 또는 크게는 지역에 따라 그 사용 용도가 서로 달랐다.
살림 꽤나 하던 집안에서는 반닫이 속에 책이나 귀중문서를 따로 보관하거나 제기 등 생활용품을 분리하여 보관할 수 있도록 특별한 용도로
제작하였고, 일반 서민 가정에서는 장·농을 대신하여 안방에 의복 등을 수납하는 수장가구로 쓰였으며 반닫이위에 이불이나 함, 항아리 등 생활 용구들을 올려놓고 사용하기도 하였다. 간혹 청빈한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 등을 보관하기 위한 폭이 좁고 무늬가 화려하지 않으나 기품이 있어 보이는 반닫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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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닫이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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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으로는 크게 몸체와 이를 지탱하여 주는 다리 부분이 있고, 내부에는 각종 수납 장치를 한 것들이 있다.
① 몸체 부분 중에서는 반닫이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문판과 앞널)이 있고, 몸체(천판, 측널, 뒷널, 아랫널)로 구분할 수 있다. 언뜻 보이기
로는 반닫이가 단순하게 짜인 구조로 보이나 각 판들의 물림을 주도하는 결구 기법 등은 매우 견고하게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천판과 측널의 짜임새는 목재의 쓰임에 따라서 달리 되었는데 가령 판재를 가로로 사용했을 때에는 앞판과 측널, 측널과 뒷널을 사개짜임이나 주먹장사개짜임을 한 후 감잡이로 이를 한 번 더 보강한 것이 대부분이며, 천판과 측널을 맞짜임으로 아교로 붙여 고정하거나 감잡이로 보강하기도 하였다.
목재를 세로로 사용했을 때에는 천판과 측널, 측널과 아랫널을 사개짜임하고 맞짜임을 하여 감잡이로 보강하거나 나무못으로 박아 고정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나무의 목리가 일정한 방향으로 수축되면서 가구가 뒤틀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세심한 배려와 지혜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반닫이 경우 외부적으로 볼 때 앞면 위쪽의 개폐기능을 하는 앞닫이 형태에 추가적으로 외부에 서랍 등 부수적인 수납 장치를 추가하여 제작된 반닫이도 간혹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단순한 기능만을 하고 있다.
② 반닫이의 다리는 몸체를 지탱하여 주며 안정과 균형을 이루는 효과와 방습, 방충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능 등을 한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현존 전래되는 반닫이의 다리 형태 중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는 족대형으로 나무 각재를 몸통 하단에 부착하여 반닫이를 지탱하도록 하여 마치 썰매를 연상케 하는 형태이다.
다음으로는 간혹 강화반닫이 등에서 볼 수 있는 다리 모양인데 몸체를 받치고 있는 형태가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는 마대형이 있다. 이는 장롱의 다리부분과 거의 흡사한 형태이다.
마지막으로 분류한 것은 일체형인데 전후좌우의 판재가 바닥면까지 이어져 다리와 하나로 이루어진 형태를 말한다.
③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반닫이 주인의 취향 또는 지역적인 특수성 등으로 반닫이 내부에 별도로 수납 장치를 구비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분류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반닫이의 문을 열었을 때 특별한 내부 기능이 없이 내부 공간을 전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형, 내부에 널을 설치하여 선반처럼 사용하게 만든 선반형, 책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마치 요즘의 책꽂이 형태와 비슷하게 만든 탁자형, 서랍을 만들어 넣은 서랍형 또는 문갑형 등 다양하다.

장식성, 기능성의 두 가지 역할 하는 금속장석

장석은 목가구의 기능적인 보강 목적과 더불어 장식적인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선조의 단순 소박하면서도 깊은 생활철학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으며 목재의 수축 팽창을 막으면서 힘의 구심을 잡아주는 역학적 구실까지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반닫이는 문판이 무거워 견고한 경첩을 필요로 하며 많은 물건을 넣어 두기에 다른 가구들보다 금속장석이 발달된 것이 특징이다.
반닫이의 금속장석에는 뻗침대, 경첩, 들쇠, 고리, 자물쇠 등의 특징적인 기능과 앞바탕, 귀장석, 감잡이, 광두정, 자물쇠 받침대, 배꼽장석 등의 역학적인 보강 기능이 있다. 장석은 목가구의 이음새와 짜임새의 구조적 보강장치로서의 기능 이외에도 목가구의 완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금속의 장식적인 기능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것은 나무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은은하고 화사한 정감을 느끼게 하는데 공간의 구성과 면 분할이 가져오는 조형적인 특질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장석을 배치한 선조들의 심미안에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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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닫이의 재료가 되는 주요 목재

우리나라는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사계가 뚜렷하다. 북으로부터 남으로 이어지는 지역 별 각종 침엽수 및 활엽수 등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기에 곱고 아름다운 목리를 이용한 목가구를 많이 제작 할 수 있었다. 특히 반닫이 제작에 많이 사용된 목재로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피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배나무 등을 들 수 있다.
① 소나무는 전 지역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이기에 많이 사용되었다. 소나무는 마디가 적고 비교적 밀도가 좋아 마른 후에도 잘 갈라지거나 트는 일이 적어 반닫이를 만드는데 아주 유용한 목재 중 하나이다.
② 느티나무는 괴목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느릅나무과에 속한다. 느티나무는 목질이 곧고 단단하며 나무결이 아름답고 윤이 나는 좋은 목재로서 반닫이를 제작하는 데 골재와 판재로 고루 쓰인다. 주로 전라도 지역의 반닫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③ 은행나무는 흔히 행자목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는 편이다. 경기도 지역이 단연 많고 충청과 전라 지역에도 많이 있으며 눈매가 좋아 반닫이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④ 피나무는 연한 황갈색을 띠는 백색 계통으로 목리가 별로 없고 재질이 연하나 잘 트지 않아 반닫이 재료로 좋다. 주로 중부 이북 지역의 지질에 적합하며 이북지역 반닫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⑤ 감나무 역시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데 추위에 약하여 남쪽 지방에서 많이 생육한다.
재질이 연하고 치밀하며 눈이 없어 고급 가구재로 많이 쓰이는데 간혹 추상화를 보는 듯한 먹감나무의 판재로 제작된 반닫이를 볼 수 있다.

 

글 : 박주열(나락실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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