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닫이 두 번째 이야기 – 세월을 초월한 조선의 멋

반닫이 두 번째 이야기
세월을 초월한 조선의 멋

우리나라 목가구는 반도라는 지리적 여건과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의 영향을 받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미를 형성하였다. 그 중에서도 반닫이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나무의 종류와 크기, 구성의 비례에 있어 다채로운 조형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그리 넓지 않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산맥과 강으로 나누어진 지리적 특성과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풍토적 환경으로 인해 지역마다 다양한 수목이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과 생활 정서, 풍속의 차이 등을 바
탕으로 각 지역마다 독특한 지방색을 띠는 반닫이가 제작되었으며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기간 동안 그 특징이 유지되어 왔다. 반닫이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소반의 경우보다도 지방색이 더 세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지방색을 띤 반닫이를 크게 분류하여 이북 지역의 반닫이, 경기도반닫이, 강원도반닫이, 충청도반닫이, 경상도반닫이, 전라도반닫이 및 제주반닫이로 구분하고 그 중에서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닫이 중 지방색이 아주 진한 부류를 중심으로 선별하여 한눈에 보아도 식별할 수 있는 조형적 특성에 접근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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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지역 반닫이

이북 지역 반닫이에는 평양반닫이, 박천반닫이, 개성반닫이를 포함시켰다.

① 평양반닫이
평양반닫이의 특징을 보면 우선 다른 지역에 비해 추운 날씨로 인한 두꺼운 옷을 보관하기 유용하게 만든 것 때문인지 유난히 큰 것이 많다. 그러나 이보다 더 특징적인 것은 전면을 가득 채운 백동 장석이라 할 수 있다.
약과형의 긴 경첩이 앞판에 가득 차 있는 백동 장석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단단하면서도 화려한 양상을 보이며 문판에는 뒤틀림을 방지하려는 듯 문변자를 덧댄 것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평양 반닫이의 경우 전면의 각 백동장식에 조이법을 사용하여 음각으로 각종 그림, 문양 등을 그려 넣은 것이 많다.

② 박천반닫이
박천은 평안북도 서남단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 지역 역시 추운 지방이기에 크기 또한 대부분 대형이며 이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피나무를 사용하여 제작한 것이 많다. 피나무는 목리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나무의 질 또한 약하지만 트는 일이 없어 많이 사용한다. 박천반닫이는 장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하여 일명 숭숭이반닫이라 부르며 경기, 개성 지역에서도 일부 숭숭이 반닫이가 있다. 숭숭이반닫이의 가장 큰 특징은 두석장이 일일이 정으로 쪼아 여러 가지 다양한 문양들을 정교하게 투각하여 제작한 것이다.

③ 개성반닫이
개성반닫이는 타 지역 반닫이와 달리 전면 상판의 문판이 열리지 않고, 장·농의 면 분할 양식처럼 중심의 여닫이문 자리에서 작은 문판이 열리도록 특별히 제작된 반닫이로 일명 개구멍 반닫이라도 부른다. 개성반닫이의 장석은 주로 주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북지역 반닫이가 대부분 그렇듯이 전면에 장석이 가득 차 있다. 경첩은 대부분 5경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패와 호리병 모양을 조합하여 구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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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의 반닫이

① 강화반닫이
많은 사람들이 강화반닫이를 최고의 반닫이로 꼽는다. 정확히 고증된 것은 아니지만 강화반닫이와 관련해 전해 오는 설이 있는데 몽고 항쟁때 도읍이 된 이곳으로 함께 온 대장장, 칠장 및 소목장들의 빼어난 공예 기술이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강화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목가구가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강화반닫이는 반닫이 중에서도 금속장석의 정교함과 판재의 조화로움이 가장 잘 어울리며 특히 안정감 있는 비례미를 자랑하는 최상급의 반닫이가 많다. 내부에는 서랍이 있으며 특별하게 제작된 고비가 부착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특징적으로 보면 전면 중앙의 거북모양 경첩과 천판 위에 물건을 얹어 놓았을 때의 불편함을 고려하여 천판의 이마부분에 뻗침대를 부착한 것이다.

② 남한산성반닫이
반닫이의 대부분을 지역명으로 부르는데 비해 남한산성반닫이는 산성이라는 역사적인 건축문화재적 명칭을 사용하고 있
다. 지리적으로는 경기도 광주에 속하기에 광주반닫이라 칭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미 익숙해져 있는 남한산성반닫이라 부르기가 더 좋다.
남한산성반닫이는 장석이 많이 부착된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람해 보이며 느티나무를 주로 사용한 통판형의 전면이 많고, 다리는 각목형이 주를 이룬다. 남한산성반닫이의 특이점은 앞판의 둥근 경첩이 말굽 형태와 비슷하게 생긴 말발굽장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반닫이

산 좋고, 물 맑고, 인심 좋다는 충청도는 타 지역처럼 특별하고 세련된 장식이 많지 않은 단출한 형태의 반닫이가 있다. 크게 분류해 보면 금산, 충주 지역 반닫이가 있으며 그 외에 예산, 서산, 당진, 홍성, 광천 등의 반닫이를 통틀어 충청도반닫이라고 칭한다. 특히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반닫이의 앞바탕엔 별 문양이 없으나 뒷면에는 단순한 인삼잎형의 문양이 있어 특이하다. 경첩은 주로 2첩으로 약과형이다.
그 외 충청도 반닫이의 특징적인 것을 살펴보면 우선 만자 문양 등이 투각되어 있는 제비초리형 앞바탕과 3경첩으로 이루어진 상단의 인동형과 하단의 제비초리형 경첩이 눈에 띄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역의 반닫이

땅이 넓고 아름다운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 지역의 반닫이로는 충무반닫이, 진주반닫이, 예천반닫이, 김해반닫이, 언양반닫이, 남해반닫이, 청도반닫이, 양산반닫이, 밀양반닫이, 상주반닫이 등이 있다.

① 충무반닫이는 금속장석의 수는 많지 않으나 두꺼우며 전반적으로 반닫이의 폭이 넓고 낮은 안정적인 형태가 주종을 이룬다.
② 예천반닫이는 타 지역의 반닫이와 달리 경상이나 책장에서나 볼 수 있는 두루마리 천판을 가진 것이 많다. 경첩은 주로 3경첩인데 중앙에 있는 경첩이 거북 모양을 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③ 김해반닫이는 무쇠와 주석의 조합으로 전체 분위기가 밝고 화려해 보인다. 경첩은 실패형과 약과형이 있으나 김해반닫이의 전형적인 경첩은 실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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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언양반닫이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경첩의 형태에 있다. 타 지역의 반닫이 경첩과 달리 상하 경첩의 연결 부분을 말듯이 구부려 굵은 쌍철심에 끼워 넣은 후 쌍가락지 형태의 마구리로 고정시킨 형태이다.
⑤ 청도반닫이는 강원도반닫이처럼 액자형으로 제작되었는데 차이점은 강원도반닫이와 달리 전면이 평면으로 이루어진 점이다.
⑥ 양산반닫이는 무쇠장식이 돋보이는 반닫이이다. 특징은 경첩의 연결부분에 덧붙임과 같아 보이는 경첩코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문판의 반복되는 열림과 닫힘으로 인한 경첩의 파손을 방지하면서 단단하고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보통 이를 이중코라고도 한다.
⑦ 밀양반닫이는 경상도반닫이 중에서 금속장석이 문판을 덮을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장식적인 면을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무쇠판도 매우 두껍게 만들어졌다. 내부에는 천판 상단에 서랍이 부착된 형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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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반닫이

전라도의 지명은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합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라도반닫이에는 영광반닫이, 장흥반닫이, 나주반닫이, 여수반닫이, 익산(이리)반닫이, 남원반닫이 등이 있다.

① 영광반닫이는 타 지역의 반닫이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나 금속장석은 오히려 단출하게 붙어 있다. 주로 소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많으나 먹감나무로 된 것도 있다. 앞바탕은 주로 문양이 없는 보상화 형태가 많으며 경첩의 특징을 보면 상단은 초형의 형태가 주로 많고 하단은 제비초리형으로 된 것이 많다.
② 장흥반닫이는 천판의 끝부분을 문판면보다 약간 돌출시켜 아랫면을 둥글게 곡면 처리하였는데 이는 육중한 반닫이의 몸체에 부드러운 시각적 효과가 보여준다. 주로 느티나무를 많이 사용했으며 앞바탕과 경첩은 실패형이 많으나 간혹 중앙 경첩의 상단이 석류형인 것이 있다.
③ 나주반닫이의 특징은 최소한의 장식으로 절제의 미와 순수한 목재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한 것이다. 경첩은 긴 형태의 일자형과 제비초리형이 있는데 경첩에 유두형의 굵은 못을 일렬로 박아 장식하였다. 또한 감잡이 장석 대신 유두형 못을 촘촘히 박은 기법도 나주반닫이의 특징이다.
④ 남원반닫이의 특징은 호리병 경첩이다. 그 형태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상단은 호리병 모양을 갖추고 있고 하단은 연꽃이 호리병을 감싼듯한 것과 좌대 위에 호리병을 올려놓은 듯한 형태가 있다.

제주반닫이

제주반닫이는 전기와 후기의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제주반닫이의 앞바탕은 대부분 실패형으로 만자문 등을 투각하였는데 경첩의 크기는 장흥반닫이의 것보다 훨씬 크다. 후기로 갈수록 그 크기가 더 커지고 다소 복잡해졌으며 특히 배가 부른 넓은 실패형을 제주반닫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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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주열(나락실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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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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