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변호사의 저작권법 특강 ② 작가들이 알아야 할 저작권 실무 지식

미술계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서면보다 내용이나 조건이 분명치 않은 구두계약을 체결한다.
불공정한 계약으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 화랑과 작가 사이에 위탁판매수익의 분배, 전시 중 작품 훼손과 관련한 책임부담 등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무에서 생긴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거나, 저작권 이용 허락을 할 때 유의해야할 점을 살펴보며 저작권법 특강을 마친다.(편집자 주)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저작권 분쟁에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작가들이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원인의 대부분은 타인으로부터 저작권이 침해된 경우이다. 허락 없이 이용하거나, 허락 범위를 넘어서 이용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이번 시간에는 누군가 나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저작권 이용 허락 계약 시 유의사항에 대해 짚고자 한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필자가 주변 작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누군가 내 저작물을 마음대로 베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자식과도 같은 창작물을 누군가 함부로 복제해 프린트로 판매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교묘히 베껴 만든 타인의 작품을 목격했을 때 작가가 받는 심리적 충격과 분노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로만 끝내지 않고 벌어진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 도통 어찌할 방법을 몰라 더 당황하게 된다. 타인이 저작권을 침해했을 때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크게 민사적 방법과 형사적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만 떠올리나,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즉 저작권 침해 행위는 엄연히 범죄 행위라는 말이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이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침해행위를 한 자에 대해 고소할 수 있고, 이 점 때문에 후술하듯이 저작권 침해를 당했을 때 소송을 통해 손해를 엄격하게 입증하지 않아도 합의를 통해 손해를 보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소를 할 때는 상대방이 침해한 자신의 저작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같은 상대방 행위의 양태, 저작권 중 침해된 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마음대로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했다면 저작권 중 ‘복제권’이 침해당한 것이며, 저작물을 허락 없이 방송, 전송했다면 ‘방송, 전송권 침해’, 허락 없이 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제작했다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저작물과 상대방의 작품이 어떠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상대방의 작품이 나의 저작물을 ‘보고 만든 것’이라는 의거성도 함께 적시해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다.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내용에 더불어 상대방의 침해행위로 얼마만큼 손해를 보았는지 그 금액도 주장·입증해야하는데 손해액 입증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저작권법 제125조는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수를 손해로 보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즉 자신의 창작물을 타인에게 이용하도록 허락했을 때 받던 금액이 있다면, 그 금액만큼을 상대방이 허락 없이 함부로 사용함으로써 받지 못한 손해로 본다는 뜻이다. 그 외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저작물의 경우 손해배상액을 입증하지 않고도 1천만 원(영리를 목적으로 고의로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5천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재판부가 손해를 인정할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 제도도 있다.(저작권법 제125조의 2)

내용증명을 잘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형사 고소 등을 하기에 앞서 침해 상대방에게 침해 내용과 요구 사항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를 진행하는 방법을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민사소송이든 형사고소이든 단기간에 결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도 소요되기도 한다. 이처럼 법적 수단은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통해 합의를 진행해보고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한다. 더구나 침해를 당한 측에서 손해배상액수라든지 주장·입증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합의로 진행되면 엄격한 입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침해자 입장에서도 합의를 통해 형사 처벌의 위험성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따라서 만약 타인이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를 진행해보도록 하자. 다만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소장이나 고소장에 준하는 정도로 침해 행위와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법리에 맞게 기술할 필요가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저작권 이용허락을 해줄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의 이미지를 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갤러리 등과 전시를 하는 경우에 도록에 작품 이미지를 삽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기도 하고, 작품을 활용한 굿즈(goods)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민화의 인기가 높아지며 민화를 삽입한 굿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작품 저작권 이용에 대한 요청이 오면 반가운 마음에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허락해주었다가 분쟁이 생기는 작가들을 꽤 보았다. 저작권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이용할 수 있는 기간, 이용 대상, 이용할 수 있는 범위, 이용 방법 등 살펴야 할 요소가 많다. 먼저 전시를 위한 저작권 이용허락의 경우에는 전시 홍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미지의 종류, 이미지를 게시하는 매체의 종류(공식 홈페이지, SNS 등), 도록을 제작·출판 하고자 하는 경우 부수, 출판사, 판매 여부, 판매가격, 판매대금의 분배비율 및 분배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세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전시기관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이미지를 전시가 끝나고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도 사전에 협의되어야 한다. 만약 작품을 굿즈로 제작하는 등 상품화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작가와 상품의 종류, 판매가격, 판매대금의 분배비율 및 분배시기 등도 미리 약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용기간이 지난 후에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품에 대한 처리 방법도 반드시 논의해야 하며, 상품에 저작자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 위치나 방법도 협의되어야 한다.

실제로 전시기관과 전시를 홍보하기 위해 브로셔나 온라인에 작품 이미지를 게재하는 것으로 이용 허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락 범위를 넘어 굿즈를 제작·판매해 생긴 분쟁을 처리한 적도 있다. 다행히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에 전시 계약 시 저작권 이용허락 등에 관한 조항(제14조)이 포함되어 있어, 타인과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표준계약서 등도 참고해볼 만하다. 이처럼 저작권 이용 시기, 방법, 대상, 수익 분배 등에 대해 명확히 협의하여 타인이나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이용해 피해 보는 일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글·사진 박주희(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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