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변호사의 저작권법 특강 ① 저작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의미이다.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로 문화예술 관련 법적 분쟁이 늘고 있으며 민화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계와 법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활동해온 박주희 변호사가
민화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법 특강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민화도 비껴가지 못하는 저작권 분쟁

나날이 갈수록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미술계 내부에서 저작권 관련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전승된 밑그림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민화는 비교적 저작권 분쟁과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졌지만, 전통민화에서 탈피해 새롭게 창작된 민화나 민화를 활용한 굿즈(goods)가 늘어나면서 민화 화단에서도 저작권 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저작권 분쟁의 대부분은 저작권에 대한 오해와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오해를 풀고 민화 작가들이 알아야 할 저작권법 지식에 대해 짚고자 한다.

저작권법은 창작자만을 위한 법이다?

세간에서는 저작권법을 둘러싸고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저작자의 보호가 너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는데 저작자를 과도하게 보호함으로써 새로운 창작활동을 막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누구의 말이 옳을 것일까? 정답은 양쪽 의견 모두 이유가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언뜻 상반되어 보이는 2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저작권법은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만 이를 무한정 보호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저작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창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반대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저작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공정한 범위에 합치되는 경우에만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적 아래에서 창작하는 저작자이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사람이든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작권법을 둘러싼 많은 분쟁은 이 2가지 목표 사이의 힘겨루기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이든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해한다면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이 저작권에 대해 가장 큰 오해를 하는 부분은 모든 창작물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저작권법은 모든 창작물을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저작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저작권 관련 분쟁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은 해당 창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의 개념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권 분쟁 실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건은 ‘표현’한 ‘창작물’ 여부이다. 외부로 표현되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는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 작품의 콘셉트나 분위기, 관념, 화풍, 표현기법은 아이디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기에 이를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작품을 베낀 것이 아닌 독창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표현이거나 통상적인 표현인 경우에는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 만약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해 타인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해오는 경우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표현이 종래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조사하여 이를 근거로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할 수 있다. 또한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저작권법의 보호 기간인 ‘저작자 사망 후 70년’이 지난 저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조선 시대의 무명화가나 서민들이 그린 전통민화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설령 이를 그대로 베꼈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민화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민화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전통민화의 본을 베끼거나 모사했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민화가 아닌 독창적으로 창작된 민화의 경우 저작물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타인의 창작민화를 허락 없이 베끼거나 모사했다면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 침해에 해당한다. 또한 타인의 저작물 일부를 분리하여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원저작물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이 또한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 정동극장의 전통 뮤지컬 <미소>(MISO) 포스터가 한국의 고전적인 전통 여인상을 표현한 이봉섭 영남대학교 교수의 작품 <여인상>을 복제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디자인의 배경과 구체적인 표현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해당 작품의 생략된 윤곽선, 눈매와 눈썹의 모양, 앞가르마와 옆머리의 모양, 얼굴 형상의 크기 및 비례, 눈의 각도 및 배치, 얼굴과 머리카락 색의 구분 등이 거의 같으므로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판결(2012가합106749)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창작민화를 변형하거나 개작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냈다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제22조에 따르면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 저작물이라 하며, 2차적 저작물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창작민화를 사용하여 새로운 작업하고자 할 때는 이용 범위가 일부라 할지라도 반드시 원저작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전통 민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이라도 새로운 저작물로 보호받는 경우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민화를 단순히 따라 그린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민화를 새롭게 변형을 하거나 창작성을 가미해 재창작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통민화와는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에 민화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전통민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하거나 민화 속에 캐릭터를 삽입하는 등 새롭게 재해석한 민화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서울 용산구에 있는 디저트 카페 ‘올드페리도넛’의 민화 패키지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민화 패키지에 사용된 작품은 그 자체로 새로운 저작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이와 같은 민화를 모사하거나 작업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저작자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작품이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일까?

많은 사람이 나의 작품과 타인의 작품이 유사하면 바로 저작권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두 작품이 유사하다는 점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저작권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첫 번째 요건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저작물과 그 상대방의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 요건은 의거성 인정되어야 한다. 의거성이란 쉽게 말해 ‘남의 것을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의거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두 창작자가 동일한 작품을 창작해냈을 우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두 작품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남이 나의 것을 보고 베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고 따라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실무상으로 상대방이 나의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상대방과 나의 저작물이 얼마나 비슷한지, 두 저작물에 공통된 오류가 있는지 등을 살펴 의거성을 추정하고 있다.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꼭 등록을 해야 할까?

필자는 많은 작가로부터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작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우리나라는 저작권 발생과 관련해 무방식주의를 취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건이나 절차가 필요 없다. 민화를 창작한 순간 저작자에게는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은 민화라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저작권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해놓은 경우에는 저작권 분쟁이 생겼을 때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등 저작권 침해를 쉽게 대항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는 만큼 지키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권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저작권 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저작권 분쟁의 대다수는 당사자가 저작권법을 몰라서 발생한다. 냉정한 말이지만 법정에서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창작을 하는 사람이든 창작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이든, 저작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작권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통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계속〕


글·사진 박주희(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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