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암종 관장의 이발소그림 콜렉션21 – 관광지 방문 기념품, 유적지를 담은 채색토기

관광지 방문 기념품, 유적지를 담은 채색토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소속 당의 후보로 확정되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였다. 보수와 진보로 나눠진 선거판에서는 단연 이 둘을 아우르거나 중도 부동층을 공략할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 높은 후보가 최종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이 ‘확장성’이라는 단어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계속 넓혀 나간다는 의미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발소그림이 정형화된 사각의 틀 속에 갇힌 캔버스에만 그려지다가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확장’된 것이 바로 이같은 채색 토기다.
‘토기’란 흙으로 빚은 후 약 600도에서 1,00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 구워 만든 그릇으로, 유약을 바르지 않은 형태의 그릇을 뜻한다. 가마에서 소성시킨 도자기와는 다르게 대부분 평지나 간단히 움푹 팬 자리에서 구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도기(1,200℃ 이상)나 자기(1,350℃ 이상)와 구별되며 토기보다는 높은 온도, 도기보다는 낮은 온도(1,000℃ 이상)에서 구워진 것은 도질토기陶質土器라고 하는데 신라와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토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자료들은 전부 토기로 제작된 것인데, 푸른색의 것은 상단에 ‘부여’라는 명문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고 화려한 채색의 다른 한 가지에는 하단에 ‘경주 불국사’라고 쓰여져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지 방문을 기념하는 문화상품인 것이다. 이 관광지라는 것이 대부분 유서 깊은 유적지이기 마련인데 신라와 백제토기가 생산된 ‘경주’와 ‘부여’를 모델로 이런 제품이 생산됐다는 것은 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나무판화도 불국사의 낮과 밤을 표현했듯이 이 채색토기도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자극시키기 위해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담긴 내용과 표현 방법을 달리해서 제작하였다. 단순하고 담백한 채색과 양각으로 표현한 ‘부여’ 기념품과 복잡하고 화려한 채색과 평면으로 표현한 ‘경주’ 기념품의 서로 다른 유형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수많은 생산품 중 이렇게 일부가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량이 많았다는 증거이다. 적어도 40~50년의 나이를 먹은 이런 깨지기 쉬운 토기들이 오랜 세파를 잘 견뎌내며 온전히 남았다는 사실이, 새로운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최고의 선이 되버린 ‘인위적 폐기처분(artificial obsolescence)’과 더 나아가 한 개를 사면 적어도 세 개 이상을 버려야하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현상의 폐해를 자행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바와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글 박암종(선문대학교 교수,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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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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