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암종 관장의 이발소그림 콜렉션⑯ –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농촌풍경화

박암종 관장의 이발소그림 콜렉션⑯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농촌풍경화

혼란 속에 빠진 우리나라 정세.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모든 국민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한두 곳도 아니고 곳곳에서 국정을 농락당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가경제도 나아질 줄 모르고 점점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민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 절망이 온 천지를 뒤덮고 있는 형세다.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오래된 낡은 이발소그림 한 점은 그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폭풍이 부는 들판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도 샘은 있고 초토 속에도 풀은 솟아난다. 밤길이 멀어도 아침 해 동산을 빛내고 오늘이 고달파도 내일이 있다. 젊은 날의 꿈이여! 낭만이여! 영원히
–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Byron(1788~1816)

유럽의 국경을 넘나들며 얻은 수많은 경험의 소산으로 탄생한 바이런의 ‘희망’이라는 이 낭만주의적 시는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1970년대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국시는 ‘경제개발’과 ‘수출’이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국가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 종자돈을 모아 소박하게 가게를 하나 차리면 이러한 이발소그림을 주고받으며 개업을 축하했다. 노력하면 그 대가가 그대로 부로 환원되던 시절, 곧 희망이 곳곳에 넘쳐나던 시절이다. ‘축 개업’이라고 쓰인 이 이발소그림은 그림이 걸렸을 당시 가게 주인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

당시 제작된 이와 같은 이발소그림은 여러 제작소 중에서도 이 그림에 명기된 수도미공사首都美工社에서 대부분 제작·판매했다. 현재 남아있는 70년대 이런 류의 그림에는 수도미공사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름도 기록돼 있는데, 이를 통해 오성이라는 호를 가진 작가가 펜으로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색 바랜 그림 속을 들여다본다. 고단하게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농촌 풍경이 담겨 있다. 멍에를 내려놓은 발걸음 가벼운 소를 앞세우고 정작 자신의 지게에는 소먹이가 될 풀을 잔뜩 짊어진 농부와 새참바구니를 챙겨 머리에 이고 뒤따르는 아낙의 모습에 정겨움이 가득하다. 흰색의 싸구려 액자에 그림 가장자리를 두른 얇은 종이 매트의 소박함에서 당시 주고받던 선물의 가격을 가늠케 한다. 용도에 맞게 구매자가 요구하는 대로 글을 써줘야 했기에 가게에 진열된 물건을 팔려면 주인은 필경사같이 글씨도 잘 써야 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 폐업이 속출하는 절망의 시대. 거기다 농촌의 어려운 실태를 부르짖으며 시위하다 사망에 이른 백남기 농민을 생각하며 바라보는 ‘희망’과 ‘개업’이라는 글귀가 선명한 이발소 그림. 비록 우리들은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그림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고 희망찬 내일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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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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