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제사그림의 기능에 관한 재고찰

• Ⅰ. 머리말
• Ⅱ. 『朱子家禮』 「祭禮」 로 본 사당도
• Ⅲ. 『朱子家禮』 「通禮」 로 본 사당도
• Ⅳ. 『주자가례』 「喪禮」 로 본 교의도
• Ⅴ. 맺음말

※ 본 논고는 한국민화학회와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가 공동주최한 2015 한국민화 학술대회 <유교문화와 민화>에서 발표된 논문을 옮긴 것입니다.

Ⅰ. 머리말

조선 후기의 민화 중 제사용도로 알려진 그림들이 있는데 사당그림과 교의그림이 그것이다. 선행연구에서는 두 그림을 제사용도라는 같은 범주에 넣어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라 통칭한다.¹⁾ 그리고 두 그림을 제사용도로 주장하는 근거는 다분히 도상적인 추론에 의한 것이다. 본 연구자는 두 가지 점에서 선행연구와 견해를 달리한다. 첫째는 명칭의 문제이고, 둘째는 두 그림의 기능에 대해서 제대로 검토된 바 없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새롭게 규명해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본 연구의 목적이기도 하다.
먼저 명칭의 문제이다. 감모여재도라는 명칭은 사당그림 중 상단에 ‘감모여재도’라 화제(畵題)가 적힌 것(도 1,2)들이 발견되면서부터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사당그림의 명칭이다. 그리고 교의그림의 화제는 ‘영위도(靈位圖)’로 두 그림은 각각 별개의 화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그림을 감모여재도로 통칭하는 것은 용도가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뒤에서 밝히겠지만 두 그림은 화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된 쓰임새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감모여재도로 통칭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각각의 명칭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먼저 사당그림의 경우 화제 ‘감모여재(感慕如在)’의 의미는 ‘사모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그의 모습이 실제 나타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유교에서의 조상신에 대한 관념, 즉 조상신은 ‘실재(實在)하는 신’이 아니라 ‘여재(如在)하는 신’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상신의 강림은 자손의 ‘정성’과 ‘공경’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후손들의 제사에 임하는 태도를 경계(警戒)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순한듯 하지만 조상제사에 대한 성리학적 이해가 함축된 표현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화제가 사당그림 중 동일한 본(本)에 의해 제작된 듯 비슷한 유형의 그림들에서만 보이고 있어 사당그림 전체의 명칭으로 쓸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다음 교의그림의 경우 영위도라 화제가 있는 것이 단 1점(도 3)뿐이어서 영위도를 교의그림 전체의 명칭으로 일반화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명칭에 관해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에서 일단 본고에서는 도상적인 구분에 따라 사당도와 교의도로 명칭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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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본 연구의 목적인 사당도와 교의도의 기능에 대한 것이다. 선행연구에서 두 그림을 제사용도로 보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도상 자체가 사당(祠堂)이나 교의(交椅)를 주된 제재로 하고 있고 특히 그 내부에 마련된 신위(神位) 자리에는 지방(紙榜)을 붙였다 뗀 것 같은 밥풀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제사 때 사용했을 거라는 추론이다. 그리고 조자룡 박사가 충청도에 사는 한 노인의 증언을 들어 사당도는 제사용 그림이라고 언급함으로써²⁾ 이후의 모든 연구나 저술들은 구체적 검증 없이 제사용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당도와 교의도가 상제례(喪祭禮)라고 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목적을 갖는 그림인 만큼 예서(禮書)와의 관련은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당시 조선시대 모든 의례서의 근간이 되었던 『주자가례(朱子家禮)』를 통해 문헌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주자가례』는 도입 이래 조선의 국속(國俗)과 절충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주석서만도 123종이 간행됨으로써 조선의 모든 의례서는 이 『주자가례』에 의해 촉발되어 체계화되고 정밀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는 상징적 지침서이기 때문이다.³⁾ 또한 18세기 이후 200년 이상 관혼상제의 지침서가 되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서인 이재(李縡, 1680∽1746)의 『사례편람(四禮便覽)』이 『주자가례』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주자가례』는 사당도와 교의도가 제작되던 19세기 당시에도 여전히 유효한 기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⁴⁾ 따라서 『주자가례』를 통해 사당도와 교의도의 기능과 의미를 새롭게 규명해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다루지는 않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사당도와 교의도가 유교의 정통적인 상제례 형식을 표방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상의 가상의 신체인 신주와 이를 모시기 위한 사당, 그리고 혼백이나 신주를 올려놓는 교의, 이것들을 주된 제재로 하는 사당도와 교의도는 유교식의 상제례에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형식을 그림으로 대체한 것으로, 분명 유교의 산물이다. 그러나 현전하는 사당도의 도상 중에는 『주자가례』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다. 우선 정자각(丁字閣)이나 누각형, 중층형태의 전각 등과 같이 『가례』의 규정을 무시한 자유로운 형태의 사당들이 있고, 화병이라든가 연좌대 형식의 위패, 풍경 장식 등과 같은 불교적 요소들도 있으며 신위의 표현에 있어서도 합설(合設)⁵⁾과 같은 시속례(時俗禮)를 따른 표현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교적 요소들은 제작자나 수요자의 종교나 취향에 따른 것으로 사당도의 연원이나 성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용도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이 부분은 논외로 한 것이다.

1) 제사그림에 대한 선행연구로는 4편이 있다. 김시덕, 「유교식 제사 실천을 위한 감모여재도」, 『종교와 그림』(민속원, 2008) ; 이상현, 「감모여재도 연구」(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2008) ; 지은순, 「조선시대 감모여재도 연구」(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불교예술문화학과 석사학위논문, 2012) ; Ariana Perrin, “Homage to the dead; The ancestral shrine paintings of Choson Korea”, Arts of Asia Vol.40 No.2, Arts of Asia Publications Ltd, 2010
2)　“감모여재도라는 단폭 그림의 자료가 많이 나왔기에 그 정체를 추구해오던 중 충청도 시골에 사는 한 노인으로부터 그것이 제사용 그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기와지붕에 소나무가 돋은 古瓦屋사당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 각종 과일을 배치한 제사상 그림이 있다. 사당 중앙부에 백지면이 있는데, 이 자리에 지방을 붙이게 되어있다. 다시 말해 이 그림은 사당의 위패를 대신하는 그림이다.” 조자룡·김철순, 『民畵: 조선시대 민화 상(上)』(웅진출판주식회사, 1992), p. 316.
3) 『주자가례』는 성리학의 실천 지침서로서 국가차원에서 보급이 장려되었지만 그 내용이 너무 소략(疏略)하고 중국의 예서인 까닭에 문물이 서로 다른 조선에 적용하는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 이유로 조선의 국속(國俗)과 절충해가는 과정 속에서 많은 가례 주석서가 나오게 된다. 장동우의 「『家禮』註釋書를 통해 본 朝鮮 禮學의 進展過程」에 따르면 15~16세기 『주자가례』 관련 저작은 38종, 17세기는 37종, 18세기는 31종, 19세기는 17종으로 15~19세기까지 총 123종의 『家禮』 관련 저술 및 주석서가 있다.
4)　 18세기의 가례주석서 가운데는 ‘가례OO’라는 말 대신 ‘사례OO’이라는 제목의 저작들이 많은데 이는 주자가례의 본문과 원주(原註) 또는 전주(傳注)에 대한 변형을 시도했기 때문에 『주자가례』를 자의적으로 변형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례OO’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사례편람』 또한 『주자가례』 맨 앞에 있던 「통례」의 사당을 제례의 앞부분으로 옮기는 등 본문의 재배치와 의절의 보완을 통해 행례의 편의를 도모한 책이다. 장동우, 「『家禮』註釋書를 통해 본 朝鮮 禮學의 進展過程」 『東洋哲學』 제 34집(2010), p. 257 참조.
5)　설위의 방식에는 단설(單設)과 합설(合設)이 있다. 단설이라 함은 기일제사에서 기일을 맞은 해당 조상만을 대상으로 하여 한 분의 신위만을 설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합설이라 함은 내외의 신위를 함께 모시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주자가례』에서는 단설을 명시하고 있으나 생전의 정리(情理)를 생각해서 합설의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情에 바탕한 시속례라 하겠다.

Ⅱ. 『주자가례』 「祭禮」로 본 사당도

사당도는 유교식의 제사를 실천하기 위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사를 위한 것인지 명시된 바 없다. 그러나 사당도가 제작되던 당시의 제사의 종류나 형태는 지금과는 달랐을 것으로 『주자가례』 「제례」장에는 6종이 명시되어 있고 사당도가 제작되던 19세기 조선에서 실행되던 제사는 이 중 4개 정도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또 속례로서 『가례』의 규정에는 없는 제사가 성행하기도 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이렇듯 제사의 종류가 다양했으므로 「제례」장의 규정과 당시 실행되던 제사, 그리고 사당도의 도상과를 연계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제사를 위한 그림이었는지 확인해 보기로 한다.

『주자가례』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상제례 공간은 사당과 정침(正寢)⁶⁾, 그리고 묘소이다. 『가례』 등의 예서에 따르면 정침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주검을 처리하는 일련의 의례를 치르는 곳이며 만 2년이 지나 대상과 담제, 길제까지도 영좌를 두고 의례를 행하는 곳이다. 그리고 신주를 사당에 들인 이후에도 사시제나 기제 · 녜제(禰祭)의 경우 신주를 모시고 나와 제사를 지내는 중요한 행례장소이다. 그러나 정침의 개념은 중국식 가옥구조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의 가옥구조에는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안대청이나 사랑대청 등을 정침으로 간주하고 이용하였다. 다음으로 사당은 4대조 이하의 조상의 신위를 모셔둔, 조상들이 기거하는 공간이다. 사당의 제도는 세 칸이지만 집이 가난하고 땅이 좁거든 한 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도 여의치 않아 살림집의 방 한 칸을 사당으로 사용하거나 신주를 보관하는 감실을 만들어 방이나 마루의 한 귀퉁이에 모시는 등의 여러 방편이 있었다. 사당의 건립에는 이렇듯 경제적 여건이 중요했고 이와 함께 종자(宗子)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여기에 사당도를 제작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사당도는 무엇보다도 신주(神主)가 없거나 또는 신주를 모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紙榜)으로 제사를 지내는 경우에 필요한 그림이었다.⁷⁾ 일제강점기인 소화 9년(1934)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의례준칙(儀禮準則)』을 보면 사당 없이 신주만 있는 경우 차라리 신주를 안매(安埋)하고 지방을 벽이나 병풍에 붙여 사용할 것을 말하고 있다.⁸⁾ 조선 전기에는 임시적인 방편으로 사용되었던 지방이 조선 말기에는 제사의 보편적 형식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의례준칙』 제정 이전에 이미 벽에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지방을 붙이거나 아니면 병풍에 지방을 붙여 사용하는 등의 실례가 있었기 때문에 『의례준칙』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전하는 사당도나 교의도의 위패부분이 훼손된 것들이나 문자도 병풍 중 ‘치(恥)’자 폭에 백이숙제의 사당을 그린 부분이 훼손되어 있는 경우들이 모두 그러한 실증적 예라 하겠다. 현전하는 사당도들을 보면 화면 중앙에 지방을 붙일 수 있도록 위패가 그려진 것(도 4,5)과 위패는 그리지 않은 유형(도 6,7)이 있어서, 전자의 경우 직접적으로 지방을 붙여 제사를 지내는 용도였고 후자의 경우 위패(신주)의 배경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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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도 속에 나타나는 건물의 형태는 사당 형태 외에도 정자각형, 누각형, 일본 신사를 본 뜬 형태, 중층형의 전각, 일반 가옥의 형태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 내부에 위패를 그리거나 지방 붙일 자리를 구획해 놓은 것으로 미루어 사당의 기능을 가진 건물을 의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가례』의 규정을 무시한 자유로운 건물 형태는 생전의 못 다한 효를 갈무리하듯 가장 좋은 형태의 건축물을 조상들을 위한 공간으로 배려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말하는 바는 19세기쯤이면 가례가 일반 대중에까지 보급되고 사회 전반의 보편적인 규범이 되었다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완전하게 이해되고 적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작자나 수요자 계층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사당도가 유교식 의례의 정착을 위해 관(官)이나 지배층의 주도하에 제작이 장려되고 보급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유교 지도자인 사대부들이 이러한 일탈을 허용할리 없기 때문이다.

『주자가례』 「제례」장에는 제사의 종류로 사시제(四時祭)·초조제(初祖祭)·선조제(先祖祭)·녜제(禰祭)·기제(忌祭)·묘제(墓祭) 등 6종을 규정하고 있는데 정리해보면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주자가례』에서 규정한 제사의 종류

제사명	봉사대상	봉사자	시기	행례장소
사시제(四時祭)	高祖父母이하의 조상	적장자인 종자	4계절의 중월 ( 2·5·8·11월 )	정침
초조제(初祖祭)	시조(始祖)	시조를 잇는 대종손	동짓날	사당
선조제(先祖祭)	初祖 이하 高祖 이상의 선조	대종손 또는 소종손	입춘날	사당
녜제(禰祭)	부모	父를 잇는 종자 이상	季秋 (9월)	정침
기제(忌祭)			기일 (忌日)
묘제(墓祭)	5대조 이상의 조상		<주자가례> 3월	묘

주자가례가 도입된 고려 말 공양왕 2년(1390)에 공표된 「대부사서인제례(大夫士庶人祭禮)」를 보면 사시제와 기일제, 또 묘제를 중시하는 관습에 따라 속절에 성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초조제와 선조제는 배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⁹⁾ 마찬가지로 16세기 신의경(申義慶, 1557∼1648)의 『상례비요(喪禮備要)』와 18세기 이재(李縡, 1680∼1746)의 『사례편람(四禮便覽)』에서도 초조제와 선조제가 빠진 채, 사시제·네제 ·기제·묘제의 4종류로 제시되고 있다. 『주자가례』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사시제 역시 조선에서는 주요 제사로 간주되지 못한 듯하다. 전통적으로 묘제를 중시하던 습속에 따라 설·한식·단오·추석 등 4명일에 모두 묘제를 지내던 사시묘제와 절기상으로 중복되거나 묘제 관행이 성행하면서 자연히 사당 사시제는 축소되었다. 이만부(李滿敷, 1664∼1732)는 『식산선생속집(息山先生續集)』¹⁰⁾에서 “지금 풍속에 이미 사시제가 폐지되어 단지 상원·중구·동지의 小祀만이 남아있고, 정조·한식·단오·추석에는 모두 묘제를 지내니, 墓祀는 지나치게 중하게 여기고 廟祀는 너무 간략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18세기에는 이미 사시제에 대한 중요성이 퇴색하였으며 이후 사시제와 묘제가 적절히 혼용되어 지금의 음력10월 묘제(시제)로 자리 잡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주자가례』에서 정한 제사의 종류는 6종이었지만, 조선의 국속에 맞추어 가감되어 18 · 19세기의 조선에서는 사당제사인 초조제, 선조제가 사라지고 녜제 또한 기일제와 중복되는 성격을 지닌 탓에 주목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주자가례』에는 없는 속례로서 돌아가신 분의 생신날에 음식을 차리는 생신제¹¹⁾가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시제 또한 점차로 차례(茶禮)로 대체되거나 묘제에 흡수되어갔다. 따라서 18, 19세기의 조선에서는 『주자가례』에서 규정한 제사 중 기제와 묘제만이 중시되어 실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사당도는 조상의 기제사를 지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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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도가 기제사용이라는 것은 사당도에 그려진 위패의 형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제사그림인 가당도를 보면 위패의 표현이 곧 제사의 종류를 의미하는 것임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가당도는 제사의 내용에 따라 신위대수의 표현을 달리한다. 위패의 수가 3대 혹은 5대 이상으로 수 십, 수 백 개에 이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도 8,9) 종족 사당에서의 제사를 본 뜬 것이다. 그리고 위패는 하나이지만 ‘삼대종친(三代宗親)’이라고 합동식으로 표기한 것은(도 10,11) 춘절의 제사에 사용한다. 또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제사의 경우 우리나라의 지방과 같은 형식의 인쇄물(도 12)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위패의 형식은 제사의 내용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로, 사당도의 위패가 단설이나 합설의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은 기제사용임을 말하는 것이다.

6)　 『가례』를 비롯한 예서에서는 임종이 가까워지면 ‘천거정침(遷居正寢)’이라 하여 병이 깊어진 환자를 정침으로 옮기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중국 고대사회에서 정침은 天子부터 士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구비하고 있던 가옥의 핵심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입식생활을 하는 중국의 가옥구조에 입각하여 마련된 공간으로,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정침 개념을 수용할 때 적잖은 혼란이 뒤따랐다. 퇴계는 ‘집안에 제사상을 차리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정침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정침은 ‘정청’ 혹은 ‘정옥’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여기서 정청이란 대청을 일컫는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가옥에서 정침으로 인식되었던 공간은 안채의 대청, 곧 안대청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미영, 『유교의례의 전통과 상징』(민속원, 2010), pp. 227∼234 참조.
7)　“형제는 사는 곳은 다르지만 사당은 애초 다르지 않았으니, 다만 형이 제사를 지낼 대 동생은 집사로 참여하거나 혹은 물질로 돕는 것이 마땅하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형의 집에는 신주를 설치하지만 동생은 신주를 세우지 못하며, 다만 제사지낼 때만 즉시 신위를 설치하되 지방으로 신위마다 표기하고 제사를 마치면 불살라 버린다.” 임민혁 역, 『주자가례』, (예문서원,1999), p. 438 ; 공자가 ‘나는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를 안 지내는 것과 같다.’고 하였듯이 신위를 모시지 못한 곳에서는 지방으로나마 조상을 대신하고 제사를 지냈다.
8)　“통상 가주(假主) 또는 지방이라 칭하야 폭 二三寸, 길이 六七寸 되는 백지에 제신(祭神)의 칭호신위(稱號神位)를 묵서한 것으로 제사 때마다 이를 작성한다. 배우자는 常히 合祀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럼으로 同一紙片에 配偶者를 列書할지니 例如 「祖考主神位」 「祖妣金氏神位」라 함과 같다. 단 顯達한 관직있는 이는 懸祖考某官云 이라고 書할것은 물론이다. 지방은 櫝(木製箱形이니 神主를 入하도록 特製한 것)에 넣어 내면에 붙임이 可하다. 그러나 독(櫝)이 없을 때에는 병풍 또는 토벽(土壁)(벽이 더러우면 白紙類로 바른다.)에 첩부(貼附)함도 무방하다. 祠堂이 있는 집은 신주(위패)를 用할 것은 물론이나 祠堂 또는 奉安所의 設備가 업시 神主만 存한 時는 保存取扱上 곤란하여 或時失禮에 涉할 염려도 不無하겠슨즉 이럴진댄 寧히 안매(安埋)하는 것이 可하다. 古昔에 影堂의 制가 잇섯스나 畵像은 왕왕 眞을 寫하기 難하야 도리어 違禮에 涉함으로 程子가 이것을 祠堂으로 改한것이엿다. 그러나 現下祠堂을 存한 家는 極稀하다. 단 사진을 用하는 것은 好趣向이라 하겠다.” 조선총독부령, 『의례준칙』 제례 4.
9)　『高麗史』 卷63 志18 禮5 「大夫士庶人 祭禮」 恭讓王二年二月, 判大夫以上祭三世, 六品以上祭二世, 七品以下至於庶人, 止祭父母. 並立家廟, 朔望必奠, 出入必告. 四仲之月, 必享食, 新必薦, 忌日必祭. 當忌日, 不許騎馬出門, 接對賓客. 其俗節上墳, 許從舊俗. 時享日期, 一二品每仲月上旬, 三四五六品仲旬, 七品以下至於庶人季旬.
10) 　『息山先生續集』, 卷5, 書 ‘答李生問目 “今俗旣廢四時祭。只存上元，重九，冬至小祀。而正朝，寒食，端午，秋夕。皆詣墓拜埽。是墓祀過重。而廟祀太簡也。”
11) 달리 기신(忌辰), 생기(生忌), 생휘일제라고도 한다. 『가례집설』에 생신·기신의 설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주자가례』에는 없는 우리 고유의 제사 형태로 禮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서인들은 물론이고 왕가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풍속이 있었다. 대체로 3년 상기 안에 생일이 돌아왔을 때 간단하게 은전을 차리는 집이 많았다고 하는 바 20세기 초까지도 여전히 행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Ⅲ. 『주자가례』 「通禮」로 본 사당도

앞장에서 전술하였듯이 『주자가례』에서 말하는 사당은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조상의 신위가 모셔진 공간으로, 마치 조상들이 살아계신 듯 일상적으로 의례를 행해야 하는 대상이다. 「통례」장에는 상례(常禮)로서 사당에서 행해야 하는 의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당시 양반들 사이에서 이 사당의례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일찍 자리를 잡았고 실천의 정도도 높았던 것으로 보여 사당도 역시 제사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당의례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당의례를 위한 용도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사당도 중 제수(祭羞)가 진설된 유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사당도의 도상은 기본적으로 사당 건물에 제구와 제수가 가감(加減)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경을 이루는 주변의 장식에 있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순하게 사당과 그 주변만을 그린 것이 있는가 하면(사당 건물 단독형) 사당에 향로와 향합, 촛대와 같은 기본적인 제구를 갖춘 유형(사당과 제구형),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제수까지 갖춘 유형(제수진설형), 크게 이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 중 제수진설형은 실제 제사를 지내듯 음식들이 차려져 있는 유형이다. 그런데 제수의 종류를 보면 메와 갱이 없음은 물론이고 제수의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주(酒)·과(果)·포(脯)에도 미치지 못하며 소과류(蔬果類)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반적인 기제사 용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혹 제사나 의례 중 소과류만으로 제수를 차리는 예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례』에는 「통례(通禮)」편에 보면 사당은 일상생활을 의례화하기 위한 장소로서, 그 이용으로는 매일 일상적으로 하는 신알례(晨謁禮), 외출하고 귀가할 때의 의례로서의 출입례(出入禮), 정조(正朝)·동지(冬至)·삭망(朔望)때의 참례, 속절(俗節)에 올리는 의례, 그리고 특별한 일이 발생하였을 때의 의례(告由)를 행하는 것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의례의 종류와 신주의 출주 여부, 제수의 구비 여부를 정리해보면 <표 2>와 같다.

<표 2> 『주자가례』 「통례」편에 규정된 사당 의례

	신주	제수
신알례(晨謁禮)	내어 모시지 않음	(분향-재배)
출입례 (出入禮) - 첨례(瞻禮)	내어 모시지 않음
출입례 (出入禮) - 경숙례(經宿禮)	내어 모시지 않음	(분향-재배)
출입례 (出入禮) - 경순례(經旬禮)	내어 모시지 않음	(분향-재배-고유)
출입례 (出入禮) - 경월례(經月禮)	내어 모시지 않음	중문開 (분향-재배-고유)
참례 (參禮) - 正朝·冬至·朔日 참례	내어 모심	과일, 헌작 점다
참례 (參禮) - 망일 참례	내어 모시지 않음	과일, 점다
속절의례 (청명·한식·단오·중원·중양 같은 절일의 의례)	내어 모심	과일, 시절음식, 채소
유사시 의례 (告由祭)	대체로 삭일 참례의 절차를 따름

사당의례 중 주목하여 볼 것은 정조와 동지, 그밖에 매달 초하루에 사당에 참배하는 삭일 참례와 한 달의 중간일인 보름에 지내는 망일 참례이다. 『주자가례』에 보면 삭일 참례의 절차에 이르러 비로소 신주를 내어 모시고 과일일망정 제수도 진설되고 있으며 ‘강신-참신-헌작과 점다-사신’의 구조로, 제례의 기본형을 띄고 있다.(도13) 반면 망일 참례에는 신주는 내어 모시지 않고 과일과 점다만을 한다.(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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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5> 正至朔參圖/ 望參圖

『가례집람(家禮輯覽)』의 삭망참례 진설도에도 삭일 참례의 제수는 ‘酒 + 茶 +果’이고 망일 참례의 제수는 ‘茶 + 果’이다.
19세기 당시 실제로는 참례가 어떻게 행해졌는가를 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상변통고(常變通攷)』에 보면 “남계가 말하기를, 집이 몹시 가난하여 술 한 잔과 과일 한 그릇도 준비할 수 없는 자는 삭망에 모두 분향만 한다.”라고 되어있다. 당시 실제로 삭망의 참례는 ‘酒 + 果’를 올리는 간단한 의례였으며 이도 여의치 않을 때는 분향만으로 대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매달 정기적으로 행하는 삭일참례와 망일참례의 제수(祭羞)는 과일과 술, 차(茶)지만 우리나라 풍속에서는 차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생략하거나 아니면 대신 물을 올렸는데 사당도 중 제수가 진설된 유형의 도상과 유사하다. 따라서 사당도 중 ‘제수진설형’은 기제사를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사당 의례의 가장 간단한 형태이며 1년에 24번 주기적으로 행해야 했던 참례를 지내기 위한 실제적인 도상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사당에 고하는 고유례의 경우에도 『가례』에는 ‘정조, 동지, 초하루의 의식과 같다’라고 되어 있는데 벼슬 받은 것을 아뢰거나 좌천됐음을 아뢸 때는 축판에 “~ 삼가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경건히 아룁니다.”라고 되어 있어서 참례와 마찬가지로 제수는 과일과 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수진설형은 참례나 고유례와 같은 빈번한 사당의례를 위한 용도인 것이다.
당시 사당의례에 대한 인식은 사당의 건립이 보편화된 시기보다 비교적 일찍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16세기의 『묵재일기(默齋日記)』를 보면 삭망이나 명절에는 사당에 배알하고 관직을 제수 받거나 승진하였을 때 고유하는 등의 기록이 있어 사당의례가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의 기록인 『간이집(簡易集)』에 수록된 처사(處士) 반공(潘公)의 묘갈명에도 “자신이 지자(支子)라서 제사(祭祀)를 드리지 못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집에 고(考)와 비(妣)의 신위(神位)를 설치해 놓고는, 마치 사당에서 행하는 것처럼 초하루와 보름에 제(祭)를 올리곤 하였는데, 반드시 마음을 극진히 하여 조촐한 제물을 마련해 올리면서 예속(禮俗)이 어떠한지는 다시 물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맏아들이 아니라서 자신의 집에 사당을 세울 수 없었던 양반 중에서도 부모의 신위를 모시고 참례를 행했다는 기록이다. 반공이라는 한 사람의 얘기로 일반화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당시 양반들 사이에서는 제사 못지않게 참례가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로 미루어 양반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사당의례에 대한 인식이나 실천의 정도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당도가 제작되는 19세기가 되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사당도를 대상으로 이러한 사당의례를 행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12)　제수진설형의 제수는 수박과 참외·석류·포도·오이·가지·유자 등의 과일과 야채로 지금 살펴본 참례나 고유례 등의 제수가 과일이라는 규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것들은 씨가 많거나 넝쿨 식물이거나 남근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다산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소과(蔬果)인가 과(果)인가의 기준은 중요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기원하는 바를 담았던 상징물들의 표현인 것이다.
13)　“정조,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하고 잔다. 이튿날 날이 밝으면 일찍 일어 나 문을 열고 발을 걷어 올린다. 감실마다 햇과일과 큰 소반 하나를 탁자 위에 진설한다. 신위마다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각각 하나씩 신주독(神主櫝) 앞에 진설한다. 띠풀 묶음과 모래 두엄을 향탁 앞에 진설한다. … 보름에는 술을 진설하지 않고 신주도 내놓지 않는다.” 임민혁 역, 앞의 책, (예문서원, 1999), p.67.
14)　南溪 曰 : “朔宜行參, 朢宜焚香, 所以有差等, 若家甚貧, 一盞酒一器果, 亦不能\備者, 只得並行焚香” 『남계집』속집 권 18 「답서족질태숭문(答庶族姪泰崇問) 정월 이십 팔일」 (『상변통고』권 12 「통례」에서 재인용)
15)　벼슬받은 것을 아뢸 때는 축판에 이르기를 ‘모년모월 초하루에 효자 모관직의 아무개는 감히 황모친모관봉시부군과 황모친모봉모씨께 아룁니다. 아무개는 모월 모일에 성은을 입어 모관직에 제수되었습니다. 선조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어서 녹봉을 받는 자리를 얻었으니 남은 경사가 미친 바라 감격과 흠모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경건히 아룁니다.” 임민혁 역, 앞의 책 (예문서원,1999), p. 77.
16)　이문건은 주로 삭망, 설날, 단오, 삼월삼짇날, 추석과 같은 명절에 사당을 배알하고 1537년 4월 5일 관직을 제수 받았을 때, 그리고 1545년 4월 5일 승진을 고유하는 기록이 보인다.
17)　간이집 제 2권 처사(處士) 반공(潘公)의 묘갈명 “卽自以支子不得祭。位考妣子家。而朔望如于廟者。物必致潔。以爲盡心。不復問於禮俗何如.”

Ⅳ. 『주자가례』 「喪禮」로 본 교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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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연구에서는 단순하게 교의를 사당에서 신주를 올려놓는 용도의 의자라고 보았기 때문에 교의도의 용도 또한 구체적 검증 없이 제사용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나 교의라고 하는 의자는 제례뿐만 아니라 상례에서도 사용되는 제구(祭具)로, 상례의 과정 내내 중심적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자가례』 「喪禮」장을 살펴 교의의 쓰임새를 밝히고 교의도의 도상과 연계하여 상례과정에서의 용도가 있었음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교의는 같은 교의일지라도 의례의 진행에 따라서 그 명칭을 달리한다. 탈상전(脫喪前) 궤연(几筵:상청, 빈소)에 모실 때는 혼백(魂帛)이나 화상(畵像)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하며 영좌교의(靈座交椅)라 명칭하고, 평소 제사시나 사당에서는 신주를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신좌교의(神座交椅)라 명칭한다. 이는 상례절차 속에서 망자의 혼백이 조상신으로서 안착하게 되는 과정에 따라 영(靈)에서 신(神)으로 명칭을 달리하는 것에 따른 구분으로 보인다. 이런 구분법에 따르자면 영좌교의를 그리면 상례용도가 되고 신좌교의를 그리면 제사용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좌교의나 신좌교의는 어떤 장면에서 사용되었는가에 따른 구분일 뿐 형태가 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상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교의도 중 유일하게 화제가 있는 국학진흥원 소장의 교의도(도 3)를 보면 화제가 ‘영위도(靈位圖)’라고 되어 있다. ‘영위’의 자전적 의미는 ‘상가에서 모시는 혼백이나 가주’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교의도가 상례용도임을 알 수 있다.
상례과정에서 영좌교의의 쓰임새를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영좌교의의 설치는 ‘시신의 염습이 끝나면 시신의 남쪽에 횃대를 세우고 수건으로 덮는다. 이 휘장 밖에 의자와 탁자를 그 앞에 놓아 영좌를 만들고 혼백을 설치하는 것(도 16)’으로 시작해서대상을 마치면 신주를 사당으로 들이고 영좌를 거두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문상(聞喪)과 분상(奔喪) 조에 영좌교의와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

■ 어버이의 상을 들으면 옛 관 혹은 복두를 대신하는 것으로 베를 찢어 사각을 만들어 쓰고 흰 베적삼을 입고 새끼띠를 하며 삼신을 신고 길을 떠난다. 그러나 갈 수 없는 경우 자리를 만들어 곡하기를 의례대로 한다.

■ 만약 갈 수 없다면 자리를 만들되 전제를 올리지 않는다. 의자 하나를 설치하여 시신의 관을 대신하고, 좌우 전후에 자리를 설치하여 곡하기를 의례대로 한다. 만약 상을 당한 측에 자손이 없으면 여기에 의례대로 전(奠)을 진설한다.(도 17)

■ 분상하지 않는다면 나흘째에 성복한다. 분상하지 않을 경우 자최는 사흘째에 아침 저녁으로 자리를 만들고 모여서 곡을 하며, 나흘째 아침에는 성복하는데 역시 같다. 대공 이하는 처음 상을 들었을 때 자리를 만들고 모여서 곡을 하고 나흘째에 성복하니 역시 같다. 모두 매월 초하루에 자리를 만들고 모여서 곡을 하며, 달수가 이미 찼으면 다음 달 초하루에 자리를 만들고 모여서 곡을 하고 복을 벗는다.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멀리서 어버이의 상을 들었으나 갈 수 없는 경우 의자 하나를 설치하여 시신의 관을 대신하고, 좌우 전후에 자리를 설치하여 곡하기를 의례대로 한다.’는 규정이다. 『가례증해(家禮增解)』와 같은 주석서들에서는 『주자가례』 분상 조의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교의로 시신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가령 외국에 사신으로 나가있다가 사망하거나 임지에서 사망하여 시신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또는 반대로 부모의 부고를 받았으나 임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혼백을 따로 만들지 않고 교의로 대신하여 간이 빈소(殯所)를 설치하고 의례를 행하라는 규정이다. 제사에서 신주의 대용으로 지방을 사용하듯이 상례의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시신과 혼백을 대신하여 교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전(奠)을 진설하는 여부나 성복하고 곡(哭)을 하는 등의 언급으로 볼 때 교의의 설치는 곧 빈소를 의미한다. 여기서 일단의 교의 그림 제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정상적인 상례의 절차로 돌아와 다시 살펴보도록 한다. 습(襲)이 끝나면 영좌를 설치하는데 시신의 입관을 끝내고 부터는 시신에 대한 의례가 사라지고 영좌를 대상으로 모든 의례가 진행된다. 그리고 시신의 매장 과정에서 준비해간 신주에 제주(題主)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우제를 지내면서 영좌에는 혼백 대신 신주를 모시게 되고 그동안 사용하였던 혼백은 삼우제 후 성묘하면서 산소 옆 깨끗한 곳을 골라 묻는다. 이후부터는 신주를 모신 영좌에서 의례를 진행한다. 우제의 장면을 보면 시신의 매장 전 영좌에 있던 혼백과 옆에 세워 둔 명정(銘旌)이 사라지고 영좌 위에는 신주가 놓이고 향탁 아래에는 모사기(茅沙器)가 등장한다. 여기서 모사기란 띠풀 묶음과 모래두엄을 담은 그릇으로 땅이나 산소 등의 의미를 갖는 장치이다. 제사 때 이 띠풀 위에 술을 부음으로써 망자의 체백을 불러온다는 상징성을 갖는 장치이기 때문에 시신이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다가 매장 후부터 진행되는 제사들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학진흥원 소장의 교의도를 보면 상단에 ‘영위도’라는 화제와 함께 향탁 아래 모사기가 그려져 있다. 영위도가 반곡 후 우제부터 탈상 때까지의 의례를 진행하기 위한 빈소로서 기능하였을 거라는 결정적 단서로 보인다. 즉 여러 경제적 이유로 빈소를 설치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영위도 한 장을 걸어 간이빈소의 역할을 하였으리라 짐작되는 그림이다. 현전하는 교의도 중에는 사당도와 달리 인쇄본(도 18)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러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화가 갖는 대량제작의 수월성과 일회성의 용도라는 특징으로 미루어 볼 때 교의도가 다른 장례물품과 마찬가지로 상례와 같은 일회성의 의례에 사용하고 폐기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실이라 하겠다.
이상으로 실제의 교의는 사당에서 신주를 올려놓는 용도의 제구이며 상례의 장면에서는 망자의 혼백을 올려놓는 용도와 아울러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시신을 대신하는 상징적 의미로도 사용됨을 보았다. 교의도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이러한 제구를 갖출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대체물로, 제례의 용도만이 아니라 상례의 과정에서 빈소에 갈음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사용됐던 그림으로 보인다. 규정대로라면 모사기 표현이 없는 교의도의 경우 분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고 모사기가 있는 교의도의 경우 우제부터 탈상까지의 과정에서 빈소의 기능을 대신하여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작이나 사용 시 규정을 인지하고 구분하여 적용하였을지는 의문이다.

18)　간이집 제 2권 처사(處士) 반공(潘公)의 묘갈명 “卽自以支子不得祭。位考妣子家。而朔望如于廟者。物必致潔。以爲盡心。不復問於禮俗何如.”
19)　모사기란 깨끗한 모래와 띠의 묶음인 모사(茅沙)를 담는 그릇이다. 제례에서 조상의 영혼을 맞아들이는 강신(降神)을 위해 모사기 위에 술을 세 번 나누어 붓는데 이는 땅에 계신 조상의 혼백을 모신다는 상징성이 있다. 산소, 땅을 상징하기도 한다.

Ⅴ. 맺음말

조선시대 전 시기에 걸쳐 모든 의례서의 근간이 되었던 『주자가례』와 사당도·교의도의 도상을 연계하여 그 기능을 재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두 그림 모두 제사용이라는 종전의 주장과는 달리 두 그림은 주된 쓰임새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사당도는 기제사와 사당의례를 위한 것이고 교의도는 상례용도이다. 사당도의 경우 여러 제사 형식 중 기제사를 위한 용도이며 참례나 고유례 등과 같은 사당의례를 위한 기능을 갖는다. 물론 실제 사용에 있어 각각의 유형들이 구분해서 사용되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제수진설형의 존재는 사당도가 제사뿐만 아니라 사당의례와 같은 용도로도 폭넓게 사용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 교의도의 경우 제례의 용도만이 아니라 상례의 과정에서 빈소에 갈음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사용됐던 그림으로, ‘영위도’라는 화제와 함께 모사기가 표현된 작품의 존재로 미루어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이 『주자가례』의 규정과 사당도와 교의도의 도상을 연계하여 읽어 본 구체적 기능으로 사당도와 교의도가 상례와 제례의 장면에서 단순히 주변을 장식하기 위한 장식그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감모여재도’나 ‘영위도’라고 하는 화제에서 보듯이 유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기능에 있어서도 『주자가례』와 같은 상제례서에서 문헌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도상을 보면 유·불 복합적 요소와 민간신앙적 요소가 공존함으로써 그 제작이나 보급이 관(官)이나 지배계층에 의해 장려된 것이 아니라 모든 생활의례가 유교식으로 대체되어가던 흐름 속에서 나타난 자발적 현상으로 보인다. 가례가 대중들의 보편적인 생활의례로 자리잡아가는 과정 속에서 대중들의 코드로 읽고 대중들의 그림으로 풀어낸 『가례』의 주석화(註釋畵)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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