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의 새 그 다양한 상징 세계

민화 속의 새 그 다양한 상징 세계

새 그림은 행복한 아름다움을 자연 속에서 찾아 생활 속에서 사랑과 믿음, 자유로운 꿈의 현실을 표현했다. 특히 민화 속의 새는 아름다운 꽃보다 더 고운 눈부신 색채의 깃털을 가지고 있고 날렵하고 때론 긴 몸매에 기묘한 멜로디를 창출하는 울음소리가 있어 문학이나 그림 속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대상이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세화를 걸거나 방 안에 붙여놓고 서로 사랑하고 무병장수하며 살기를 바란 사람들. 그들은 부부가 생활하는 방 한 켠에 예쁜 꽃에 둘러싸인 새가 등장하는 그림을 장식해 놓았다. 이러한 그림을 우리는 민화라 불렀고, 민화 속의 새 그림은 화조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꽃과 새를 함께 그렸다. 화조도의 범주에는 화훼(花卉), 초충(草蟲), 영모화(翎毛畵)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원래 새 그림은 영모화를 ‘새깃(翎)’의 뜻으로 풀이한 새 그림만 영모화라 불렀으나 현재는 꽃과 새를 그린 화조도 속에 새와 동물 모두를 포함시켜 화조도라 부른다.
화조도 속의 새나 동물은 15세기 이후에 유행하며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실학의 유행과 대중문학의 발달, 그리고 안정된 정치 속에서 민중의 자존심과 자아의식이 싹텄던 사회적 성향과 함께 진경산수화, 풍속화의 유행과 서양화법의 유입 등으로 화단의 새로운 영향 속에서 변화를 보이며 전개되었다.
화조도는 인간의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삶의 소망을 상징하는 자연 경관의 일부로써 사랑을 받아왔다. 전통화, 즉 문인화가 사람의 격정과 의욕을 식히고 가다듬어 인간의 감정세계를 초월한 보다 이성적 세계를 지향했다면, 민중의 생활화인 민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화조도 속의 새 그림은 행복한 아름다움을 자연 속에서 찾아 생활 속에서 사랑과 믿음, 자유로운 꿈의 현실을 표현한 그림이다. 특히 민화 속의 새는 아름다운 꽃보다 더 고운 눈부신 색채의 깃털을 가지고 있고 날렵하고 때론 긴 몸매에 기묘한 멜로디를 창출하는 울음소리가 있어 문학이나 그림 속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대상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는 390여 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사계절이 뚜렷하여 철따라 찾아오는 철새는 260여 종이며 텃새와 나그네 새 등으로 구분된다. 민화 속에 등장하는 새의 종류는 명확하게 몇 종류가 나타나는지 알 수 없지만 철새는 겨울 철새와 여름 철새로 구분되며, 다시 산새와 물새로 나눌 수 있다.
한편, 민화에 등장하는 새는 화조도나 문자도 등에 등장하는 새로 크게 분류되는데, 우선 문자도에 등장하는 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자도 속의 새

‘제(悌)’자에는 할미새가 등장된다. 할미새는 걸어갈 때 꼬리를 흔들고, 날아갈 때는 울기를 끊이지 않는데 호들갑스러운 이 모양은 급한 일을 당하면 바쁘게 움직여 서로 돕고 사는 형제의 우애 있는 모습에 비유한다.
‘신(信)’자에는 청조가 등장하는데, 이 새는 중국 고대 설화인 서왕모(西王母) 설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얼굴은 사람, 몸은 새의 형상을 가졌다. 서왕모가 등장하는 곳에는 항상 청조가 먼저 와서 서왕모의 출현을 알리는데, 한나라 무제(武帝)의 궁전에 청조가 나타나자 동방삭(東方朔)이 이를 보고 ‘서왕모가 온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함이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신’자에 등장하는 청조는 편지를 입에 물거나 목에 걸고 있는 형태로 그려진다.
‘의(義)’자에는 물수리 두 마리가 ‘X’자로 교차되어 그려지는데 이는 부부간 의를 상징한다. 『시경(詩經)』, 「주남 관저(周南 關雎)」편에 보면 ‘물가에서 물수리 한 쌍이 울고, 어여쁜 아가씨는 군사의 좋은 짝이라네’라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물수리는 남녀 또는 부부간의 좋은 인연과 ‘義’의 상징으로 표현하며 연못가에 날아들기 때문에 항상 연꽃과 함께 그려진다.
‘염(廉)’자에는 봉황이 등장한다. 봉황은 살아 있는 벌레를 먹지 않으며, 무리지어 살지 않고, 어지럽게 날지 않으며, 오동나무가 아니면 날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한번 날면 구만리를 날아가고 어진 성군이 나타날 때에만 출현한다. 봉황의 이러한 곧고 절도 있는 성품이 아무리 없어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자신의 도리를 지키는 청렴한 모습과 일치하여 염자의 상징이 되었다.

 
철새들의 향연장 민화

어떤 짐승을 그릴 때는 반드시 그 짐승의 천성을 알아야만 그 형상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새를 그릴 때는 산새와 물새의 두 종류로 나누어서 그린다. 산새는 반드시 꼬리가 길고 높이 날아올라 날개짓이 경쾌하며, 물새는 꼬리가 짧아서 물속에 들어가 떴다 잠겼다 하기에 편하도록 되어 있다. 꼬리가 긴 새는 반드시 부리가 짧아서 울기를 잘 하고 높이 날아오르기 좋도록 되어 있고, 꼬리가 짧은 것은 반드시 부리가 길어서 고기나 새우 같은 것을 물속에서 잡아먹기 좋도록 되어 있다. 민화에 등장하는 꼬리가 긴 새는 주로 여름의 배경에 등장하고 짧은 꼬리의 새는 겨울 배경에 등장한다.
민화 화조도 속에 보이는 새들은 대개 배경과 합쳐져 하나의 의미를 지니거나 그 뜻을 더하며 나타난다. 예를 들어 원앙은 연꽃과 함께 등장한다. 원앙은 한 쪽을 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심지어 한 마리가 죽으면 남은 한 마리는 제 짝을 그리다가 따라죽고 만다. 그래서 원앙을 필조(匹鳥), 즉 배필새라고 하여 부부 간의 정조를 지키고 다복한 복록의 의미를 지닌 새로 여긴다. 또한, 원앙은 부부금슬을 의미함과 동시에 자식을 뜻하기도 한다. 때문에 연꽃과 함께 그린 원앙은 귀한 자식이 연달아 난다는 ‘연생귀자(連生貴子)’의 뜻이 된다. 물총새 역시 연꽃과 함께 나타나는데, 연밥은 다산을 의미하므로 물총새가 연밥을 쪼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와 그 아래 다정스럽게 쉬는 한 쌍의 학은 거의 하나의 틀처럼 정형화 되어 있다. 이 그림은 장수와 함께 벼슬이나 관직과 연관된 입신출세를 상징하는 등용의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한편, 비둘기는 정해진 짝이 있어 무리지어 살아도 잡스럽지 않으며 금슬이 좋은 새로 유명하다. 또한 비둘기 종류 가운데 머리 윗부분이 흰 비둘기는 그 모양에서 연상하여 ‘백두해로(白頭偕老)’, 즉 부부가 검은 머리가 희게 되도록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기도 한다.
이밖에도 팔가조와 목련, 해당화가 함께 그려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팔가조(八哥鳥)는 효를 상징하는 새이고 목련은 옥, 해당화(海棠花)는 당(堂)의 뜻을 나타낸다. 이는 ‘옥당제조(玉堂啼鳥)’, 귀댁에서 새가 운다는 뜻인데, ‘효를 아는 새가 울다’라는 뜻으로 효자가 난다는 뜻이 된다.
한편, 까치와 매화를 함께 그린 그림은 ‘희보춘선(喜報春先)’이라 하여 봄을 맞아 맨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함을 의미한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시기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까치가 매화나무 가지 위에 앉아서 지저귀는 모습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뜻과 새로운 봄과 더불어 기쁜 소식이 있을 거라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다.
또한 꽃 중의 왕으로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는 모란은 다른 문양들과 결합하여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는데, 이 가운데 백두조 한 쌍과 결합되면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부귀하다’는 뜻이 된다. 또한 백두조 두 마리가 대나무 가지 위에 올라 앉아 있으면 대나무 죽(竹)자가 중국 음으로 축하한다는 ‘축(祝)’자와 발음이 같아 부부의 백년해로를 축원하는 그림이 되기도 한다.
고대 중국 전설로부터 유래된 봉황은 앞의 문자도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가슴의 무늬는 인(仁)을, 날개의 무늬는 의(義)를, 등의 무늬는 예(禮)를, 배의 무늬는 신(神)을 나타내고. 머리의 무늬는 덕(德)을 뜻하고 있어 임, 의, 예, 신, 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봉황이 오동과 함께 그려지는 이유는 봉황이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는다는 전설 때문이다.
한편, 기러기 그림에는 항상 갈대가 그려진다. 원래 기러기는 풀이나 풀씨, 낟알 등을 먹는 초식 조류인데 논이나 저수지, 해안이나 습지 주변의 갈대밭에서 주로 생활한다. 때문에 기러기와 갈대가 잘 어울릴 법도 하지만 사실 그림에 이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갈대는 한자로 ‘노(蘆)’이고, 기러기는 ‘안(雁)’이다. 이를 함께 붙여 읽으면 ‘노안(蘆雁)’이 되는데, 이는 편안한 노년이란 뜻의 ‘노안(老安)’과 그 발음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노안도는 노년에 편안하게 지내라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다. 또한 기러기는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오고 봄이 되면 북쪽으로 가는 것을 음양에 순응하기 때문이라 해석하여 남녀가 음양에 따르며 살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화에 등장하는 닭 그림 중에는 맨드라미가 함께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닭과 맨드라미가 서로 어울려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는 길상적 문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상가관이란 ‘관 위에 또 관을 더한다’라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최고 경지에 이름을 말한다. 닭 머리 위의 벼슬은 계관(鷄冠)이라 하고, 맨드라미 역시 닭의 벼슬과 모양이 닮아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닭과 병아리, 석류가 함께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석류알 또는 병아리처럼 자자손손 아들 딸 많이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뜻이 있다.
국화는 장수를 뜻하는데 마찬가지로 ‘수(壽)’의 뜻을 지닌 바위와 함께 그려지면 ‘익수(益壽)’의 의미가 되어 오래도록 장수하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꿩은 새 중에서도 암놈과 수놈의 사이가 가장 좋아 언제나 떨어지지 않고 같이 다닌다 해서, 사람들은 오색으로 피어난 아름다운 국화와 꿩들을 함께 그려 이들처럼 부부가 오래오래 사이좋게 살기를 희망하였다.
목련은 그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고, 잎보다 꽃이 먼저 나며 잎과 꽃이 함께 피지 않고 정갈한 맛이 있어 고고한 선비나 군자를 상징한다. 목련과 함께 그려지는 공작은 천국, 천상의 아름다움, 지고한 지혜와 열망을 상징하며 민화에 이들이 그려지면서 아름다운 행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의 고서 『한서(漢書)』에 보면 앵무새를 ‘남쪽 지역에서 헌납해 온 능히 말을 할 줄 아는 새’라고 하는데, 앵무새의 암컷을 ‘앵(鸚)’이라 하고, 수컷을 ‘무(鵡)’라 한다. 따라서 예부터 화목한 부부의 애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앵무새의 의미는 화평(和平)과 안정(安靜)을 나타낸다.
한편, 수대조(綏帶鳥)의 ‘수(綏)’는 ‘수(壽)’와 동음이며, ‘대(帶)’는 고관의 의복에 하는 ‘옥대(玉帶)’를 뜻해 부귀를 의미하고, ‘대(代)’와 동음 동성으로 ‘만대(萬代)’의 대와 의미가 통하기 때문에 ‘부귀만수(富貴萬壽)’를 의미한다.
이처럼 민화 화조도 속의 새나 나무, 꽃은 계절별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여덟 폭 민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각 두 폭으로 구성되고 열 두 폭 민화에는 열 두 달의 계절변화에 따른 꽃과 새가 구성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모든 꽃들과 새들을 아름답게 그려서 방안의 분위기를 언제나 밝고 환하고 명랑하게 하고자 했다. 꽃과 새들의 노래와 향기 속에 파묻혀서 한 평생을 즐겁게 보낼 뿐 만 아니라 그림 속에 나오는 새처럼 부부가 한평생을 정답게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랬던 것이다.

 
〃꽃과 새들의 노래와 향기 속에 파묻혀서
한 평생을 즐겁게 보낼 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나오는 새처럼
부부가 한평생을 정답게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랬던 것이다〃

 

글 :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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