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작가가 꼭 알아야 할 저작권 상식❶ 민화와 저작권, 더 이상 낯선 관계가 아니다

저작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 왔다. 단지 우리가 그것의 존재와 중요성을 간과한 채 살아왔을 뿐이다. 최근 들어 민화계에도 저작권 관련 시비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저작권 전문변호사인 필자가 민화작가에게 꼭 필요한 저작권 상식을 몇회에 걸쳐 다뤄 보려 한다.


최근 들어 저작권 시비가 잦아진 미술 분야

저작권에 관한 권리 의식이 지금처럼 높아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저작권이라는 말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떤 경우에 저작권이 발생하는지, 심지어는 자신에게 저작권이 있는 지조차도 모르고 살아온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저작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 왔다. 단지 우리가 그것의 존재와 중요성을 간과한 채 살아왔을 뿐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다변화됨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추구하게 되었고, 그러한 개성의 발현으로 생성되는 콘텐츠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인터넷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창작자는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도 연결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창작의 중요성과 그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저작권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창작자에게만 집중되고 일반 사용자들의 인식은 고양시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권리 의식이 높아진 창작자와, 여전히 별다른 죄의식 없이 남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용자. 이 둘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었고 여기저기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이 터져 나왔다. 미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저작권에 관한 특별한 인식 없이 남의 그림이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저작권자마저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저작권과 관련해서 빈번하게 분쟁이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미술저작물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 언젠가 이미지 제공업체가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일반인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경고와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일들과 저작권에 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미술 분야에서도 저작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술과 관련된 저작권 강의나 교육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저작권 교육은 ‘남의 것을 베끼지 말 것’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전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저작권이 침해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여 남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과 소양을 쌓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어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세 가지 사항

민화인들 또한 보다 폭넓은 예술 활동을 위해서라도 저작권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통상 민화인들이 그리는 민화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화를 단순히 모사模寫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모사의 대상이 되는 민화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이미 경과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화에는 기존 민화를 단순히 모사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일부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한 2차적저작물인 민화가 있을 수 있고, 전통적인 민화의 기법만을 사용하여 아예 새롭게 그린 민화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민화를 그대로 모사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민화를 모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것이 저작권 보호기간이 경과한 민화인지 아니면 새롭게 그려진 민화인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일반적인 민화 관련 분쟁 시 우리 민화인이 꼭 알아야하는 저작권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만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통상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네 것이 내 것과 똑같다거나 비슷하다.”라고 주장하고, 상대방은 그 반대로 “내 것은 네 것과 똑같지도 유사하지도 않다.” 라고 반박한다. 물론 이러한 반박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저작권 소송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반박 논리만으로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반박 외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갑은 을이 그린 민화가 자신이 그린 민화와 동일하거나 비슷하다고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을은 갑에게 뭐라고 반박하면 될까? 보통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내가 그린 민화는 너의 민화와 동일하지도 유사하지 않다!”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을이 그린 민화가 갑의 민화와 똑같거나 비슷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있어야만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을이 갑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① 갑이 그렸다는 민화가 저작권법상 보호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어야 하고, ② 그 저작권자가 갑이어야하며, ③ 을이 정당한 권원 없이 갑의 민화를 보고 그것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민화를 그려야만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충족되었을 때 을은 갑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을의 민화가 갑의 민화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을은 뭐라고 반박하면 될까? 크게 세 가지를 주장할 수 있다. ① 갑이 그렸다는 민화는 저작물이 아니라는 주장, ② 비록 갑의 민화가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갑이 저작권자가 아니라는 주장, ③ 을이 갑의 민화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을이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입증에 성공하면 을은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방어자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반박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 여부,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당사자 간에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바로 ‘저작물’에 관한 사안이다. 위에서 갑의 민화가 저작물이 아니라면 갑은 그 민화에 대해 저작권을 갖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갑은 저작권자가 아니므로 을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을은 갑이 그린 민화가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①인간이 만들어야 하고, ② 표현되어져야 하며, ③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흠결이 생기면 저작물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갑의 민화 저작물성 여부와 관련된 을의 반박논리는 정해져 있는 셈이 된다. ① 갑의 민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고, ② 쟁점이 되는 갑의 민화 중 특정 부분이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이며, ③ 쟁점이 되는 갑의 민화의 전부 또는 일부분이 창작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갑의 민화는 갑이 그린 것이기 때문에 첫째 주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의 다툼은 둘째 주장과 셋째 주장과 관련해서 발생한다. 위 사례로 되돌아가 살펴보면, 갑의 민화와 을의 민화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갑은 위와 같은 동일 또는 유사성에 관해서만 주장·입증하면 되지만, 을의 입장에서는 갑의 민화가 창작성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외관상으로는 누가 보더라도 저작권 침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을은 어떤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주장할 수 있다. ①누구라도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고, ② 이미 종래에 존재한 것이거나 통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③ 그 자체가 별다른 창작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갑이 그린 민화가 기존 민화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갑의 민화가 기존 민화를 기초로 일부 변형한 그림인 경우에만 위 주장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민화는 기존부터 내려오던 틀이 잘 변하지 않고 대체로 이전에 존재하던 민화를 참조해서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의 구도 및 배치, 윤곽 등의 요소는 대체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갑의 민화는 누가 그리더라도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갑이 기존 민화를 변형했다고 하는 부분이 별다른 창작성이 없는 것일 수 도 있다. 따라서 을의 입장에서는 갑이 기초로 했던 기존 민화를 찾아서 갑이 변형했다고 하는 부분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 창작성이 없기 때문에 비록 을의 민화가 갑의 민화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 나가야만 한다.
민화와 관련된 저작권 이야기는 위와 같은 내용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저작권 분쟁 시 민화인들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간략히 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실무에서는 저작권 침해인지에 대한 여부가 명확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고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고 난 이후보다는 자신의 행위가 남의 저작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될 때 미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글 하병현(변호사, 법무법인 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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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One comment on “민화작가가 ê¼­ 알아야 할 저작권 상식❶ 민화와 저작권, 더 이상 낯선 관계가 아니다

  1.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렇다면 현대민화 어느 작가의 그림을 자수화 하여 의류에 자수하는것도 저작권 침해가 될까요? 그 작가분 또한 전통 민화를 재해석 한것인지 경계가 모호합니다. 메일로 답변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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