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시작이자 끝, 선線

선 그리려면 정두서미법부터 숙지해야

잘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하나로 이어진 선이라 할지라도 선의 굵기와 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한 법,
출초 과정부터 소재별 특징까지 선을 그릴 때 전반적으로 유의할 사항을 알아보도록 한다.

– 시연 박수학 작가

초본 만들기

동양에서는 주로 팔분할법을 적용해 스케치한다.
모사하고자하는 작품 복사본의 길이 방향으로 복사본을 반으로 접고
반대방향으로 2번 더 접으면 8칸이 나오는데 접힌 선을 기준으로
스케치하고자하는 종이에 연필로 도상을 그려 출초出草한다.
완성된 스케치는 초草, 본本이라고 하며 이를 밑그림 삼아
바탕지를 올린 뒤 붓으로 본격적인 선작업에 들어간다.


다양한 선 모양

동양화 내에서도 한, 중, 일의 대표 선모양에는 차이가 있다.
민화에서는 다양한 선을 사용하므로 민화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다양한 필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까지
연습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직필
선을 그을 때는 직필로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직필로 그릴 경우 필촉으로 가늘게 선을 그릴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책거리를 그릴 때조차 자를 대지 않고 얇은 직선을 그었다. 붓을 눕힐 경우 선의 굵기가 일정치 않다.
직필로 선을 세밀히 긋는 연습을 통해 직선부터 작은 인물까지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묵법과 동양화의 주요 표현기법


삼묵법 묵墨이란 곧 먹을 얘기하는 것으로, 묵의 농도가 연한 것부터 진한 것까지 담묵, 중묵, 농묵으로 나뉜다.


구륵법 간단한 선만으로 윤곽선을 그리는 화법으로 민화에서 사용하는 방식.
민화의 경우 대개 윤곽선을 그린 뒤 선 안쪽에 채색을 하는 방식인 구륵진채법을 쓴다고 할 수 있다.
몰골법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붓에 먹물이나 물감의 농담으로 그리는 방법


구화점염법 구륵법과 몰골법을 함께 사용해서 그리는 방법

산과 나무 그리기

먼저 산의 외곽선을 그린 뒤 다양한 준법으로 큰 골짜기를 2, 3차에 걸쳐 묘사한다. 여기에 대미법이나 소미법을 통해 수풀을 표현한다. 산 능성에 위치한 작은 나무의 잎을 표현할 때는 붓을 가로 방향으로 툭툭 찍어 우거진 모습을 그려낸다.


나뭇잎, 풀 그리기

나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잎을 그리는데 대표적인 것이 점법點法이다. 점법은 나뭇잎뿐만 아니라 돌을 그릴 때도 사용되었다. 다음 기법들은 나뭇잎, 바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산수와 지형표현에 응용할 수 있으므로 손에 익을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하여 기본기를 쌓도록 한다.


침엽수 잎 그리기
사군자와 십장생의 하나인 소나무는 동양화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침엽수의 잎은 바늘처럼 뾰족한 선으로 그린다. 차륜법은 말 그대로 수레바퀴처럼 중심 방향으로 선을 그린 것이다.
반차륜법은 위쪽이 동그란 반원처럼 차륜법의 반만 그려 잎을 표현한다.
난침법은 바늘이 흩어져있다는 뜻으로 중심을 고정시키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그리는 방법이며
붓끝을 갈라지게 해서 그린 난침법을 파필난침법이라고 한다.

※ 군자를 표현한 소나무의 솔잎은 빳빳하게 그려야 한다.
선을 휘게 그린 잎모양은 물속에서 자라는 수초를 표현한 것이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활엽수 잎 그리기
잎이 넓은 활엽수는 나무 종류별로 각양각색의 나뭇잎을 갖고 있다.
대표 점법點法으로는 한자의 끼일 개介자 모양으로 그린 개자점, 오동잎을 그리고 잎맥을 그려넣는 오동점,
후추알갱이처럼 둥근 점을 조밀하게 찍는 호초점, 나무 줄기나 바위의 이끼를 표현한 태점 등이 있다.
위에 있는 잎은 크고 진하게, 밑에 있는 잎은 작고 연하게 그린다.


개자점을 그릴 때는 한쪽의 선을 그은 뒤 반대쪽의 선을 긋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 선을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긋는다.


수풀을 그릴 때도 선을 아무데나 막 긋지 말고 정성스레 긋도록 한다.


인물화

얼굴의 표현에는 세밀한 필선을 요하므로 선 연습이 필수다. 자연스럽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인체의 비율과 근육의 구조를 익혀두는 것이 좋다. 잘 그린 인물화는 인물의 성격과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그림이므로 인물에 대한 탐구가 더해져야 인물화를 잘 그릴 수 있다.

이목구비
눈 간략하게 그릴 때도 바라보는 방향과 안구의 입체감을 살려 세밀한 필선으로 표현한다.
코 코는 얼굴의 기준이 되며 볼 근육에 따라 콧구멍의 상하 위치가 다르다.
입 입을 그릴 때는 얼굴의 중앙 아래쪽에 위치를 정해 가로선을 하나 더 그린 뒤 이 기본선을 중심으로 입술 선을 곡선으로 이어 입의 윤곽을 그린다. 입 언저리와 인중은 직선적이고, 입이 벌어지는 부분은 약간 곡선으로 그린다.
귀 머리의 방향, 눈과 코의 위치를 통해 귀의 각도와 높이를 파악한다.

남녀의 비교
인물화를 그릴 때 남녀를 표현하는 선이 다르다. 여자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입술, 턱, 볼 등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하며 둥그스름하게 표현한다. 얼굴에서 광대뼈가 강조되지 않는다.
남자는 선을 각지고 힘차게 그리는데 대개 머리카락을 빳빳하게, 광대뼈나 턱을 포함해 골격이 두드러지게 그린다.


박수학

제2015-1호 궁중장식화 숙련기술자
한국전통민화 연구원 및 궁중장식화 전수관 운영

소재에 대한 이해가 첫 번째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가?’ 작가는 붓을 쥐기 전, 소재의 특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서 올바른 데생이 나오고 선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
십장생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를 중심으로 선을 살펴보도록 한다.

– 시연 금광복 작가



① 선을 그릴 때 사용하는 면상필은 대, 중, 소 3가지 크기를 사용한다.



② 선을 칠 때는 처음부터 강약을 확실히 표현해 생동감을 살리고 완성도를 높이도록 한다.
위 그림들은 선의 강약 없이 그린 작품으로 추후 설명할 본과 같은 부분을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이다.



③ 학의 다리는 얼핏 보면 가늘어 보여도 큰 몸을 받치고 있기 때문에 마냥 곱게 그릴 것이 아니라 강하게 그려야 한다.



④ 거북의 몸은 흐리게 그려도 좋지만, 등껍질은 단단하므로 강하고 진하게 그린다. 물과 파도는 연한 선으로 그린다.



⑤ 사슴의 얼굴 모양은 부드럽게 표현해야 하므로 중먹으로 흐리게 그리면 좋다. 뿔은 단단한 각질 또는 골질로 되어있으므로 강하고 힘 있게 그린다. 사슴의 등 부분은 굵고 진한 선으로 그리는데 이는 추후에 흰색으로 무늬를 찍기 위함이다.



⑥ 구름은 형상이 없는 것이므로 흐리게 그린다. 솔잎은 진한 선으로 힘 있게 친다.



⑦ 대나무잎은 강하게 그리면서 살짝 휘도록 표현한다. 배경의 호초점 등은 농담법을 주어 표현하며 바위선은 외곽선을 굵게, 가운데는 중간, 안쪽은 가는 선으로 치는 것이 좋다.


금광복

대한민국민화전승문화재 제2호
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민화 과정 지도교수

운필이 바로 서야 그림의 뼈대가 잡혀

민화는 필선이 정확해야 채색 단계에서 대상의 자연스러운 형태감을 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뭇가지와 풀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어설픈 그림이 되고 만다.
조선시대 풍속화의 쌍벽을 이루는 평생도와 경직도를 통해 골법용필骨法用筆을 구사해보자.

– 시연 윤인수 작가


① 민화에 보이는 풍속화는 주로 서민들의 생활상과 자연의 정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자연 묘사에는 수묵화붓, 인물 묘사에는 선붓(면상필)을 사용한다. 수묵화붓은 채색붓과 비교해 털이 가늘고 길다.


tip 붓에 따라 집필법도 다르게
수묵화붓은 붓대[軸]의 중간을 잡고, 선붓(면상필)은 털에 가깝게 잡고 그린다.
붓을 눕히는 점법이나 준법이 아니라면, 붓은 세워서 그리도록 한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삼묵법

② 실제로 근경의 소나무와 먼 산에 있는 소나무가 다르게 보이듯, 대상의 형태는 원근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③ 아교포수 전의 선묘에서 삼묵법은 채색에서 음영을 주는 바림 역할이다.
특히 나뭇잎을 그리는 점법에서 먹의 농담과 점의 크기가 입체감을 좌우할 수 있다.


선의 강약이 있는 나뭇가지

④ 나뭇가지는 사슴뿔처럼 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갈래를 쳐나간다.
여러 나무의 가지가 겹칠 때에는 앞의 나무와 뒤에 있는 나무가 겹치는 경계를 살짝 띄고 가지를 쳐나간다.
기둥이 두꺼운 나무는 구륵법으로 그린 후, 잎을 찍을 수 있도록 끝부분을 열어둔다.


질감을 살린 가옥과 인물


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의 풍속화에 등장하는 가옥은 주로 초가집과 기와집이다.
지붕에 올린 볏짚과 기와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초가지붕은 붓끝을 갈라지게 만든 파필로 위에서 내려 긋거나 붓끝을 이용해 가늘고 촘촘하게 아래에서 올려 긋는다.


⑥ 기와지붕은 평평한 암키와, 둥글고 긴 수키와를 구분해서 수키와 한 개당 암키와 두 개를 넣어 그린다.
세로선을 나란히 길게 긋고 짧은 곡선으로 기와를 나누어 그리는 방법 또는 한글 ‘니’자를 쓰듯 기와를 하나씩 연이어 그리는 방법이 있다.


⑦ 인물을 묘사할 때 얼굴을 비롯해 옷 밖으로 드러난 신체는 피부색으로 채색하기 위해 연먹 또는 대자로 붓을 세워 가늘게 그린다. 인물 동세에 맞춰 주름지는 옷의 윤곽은 상의와 하의 선 끝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윤인수

대한민국민화전승문화재 제1호
(사)한국전통민화협회 회장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