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를 모티브 삼은 일러스트, 무직타이거

“이게 정말 민화라고?” 누군가는 무직타이거 상품을 보고 민화를 전혀 떠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쉽사리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우리네 민화를 모던하게 디자인했기 때문.
무직無職의 몸으로 유유자적 일상을 즐기는 호랑이를 통해 현대인을 사로잡은 무직타이거를 만나보았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자유롭고 흥겨운 천하무적 호랑이

이렇게 핫한 민화브랜드라니! 디자이너 부부인 송의섭 대표와 배진영 실장이 이끄는 무직타이거는 설립 2년여 만에 뷰티부터 유통업체까지 각계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무직타이거는 ‘닥터자르트’, ‘프리스비’, ‘29CM’, ‘다시곰’, ‘하플리’ 등 여러 업체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온라인에 기반을 두었기에 코로나 사태조차 호재로 작용했다는 후문. 나날이 늘어나는 인기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 규모는 지난해 두 배 규모인 2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면 무직타이거는 그야말로 ‘무적’인 셈. 이들 부부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무직타이거를 론칭, 맨손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컨셉의 모티브가 민화라는 점이 흥미롭다.
무직타이거의 ‘무직無職’은 직장을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뜻하며 ‘뮤직’, 혹은 ‘무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업 디자이너로서 7~8년간 일하며 느꼈던 매너리즘, 획일적인 조직 문화를 탈피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고팠던 이들의 바람이 투영됐다. ‘타이거’는 말 그대로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이를 의미하며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인 ‘뚱랑이’와도 연결된다.

“사실 브랜드를 만들 때 치밀하게 계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기획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랑이를 떠올릴 만큼 호랑이는 저에게,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난히 친숙한 동물이지요. 전래동화부터 벽화, 민화, 설화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며 수호신, 민중, 양반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 호랑이들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습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송의섭 대표는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 외장 디자인을 담당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으로, 업무 현장에서 한국적인 컨셉이 중요함을 몸소 경험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인이 최종 선택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독일 등 해외 디자이너들과 경쟁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적인 디자인의 성과가 우수했기 때문. 한국적인 콘텐츠에 꾸준히 관심을 갖던 그이기에 우연히 접한 민화는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무직타이거 작업의 경우 송의섭 대표가 아이디어와 드로잉을 내놓으면 배진영 실장이 컬러링 및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모비스 GUI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배진영 실장은 탁월한 감각과 송 대표와의 이심전심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현대적인 민화를 선보인다.
“민화가 당시 대중들의 유행을 반영해 사랑받았다면 저희는 오늘날의 민화를 그려보고자 했어요. 시대를 불문하고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동물이나 도상 등을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바꿔보려 했습니다.”

현대인의 취향저격, 매력 만점 뚱랑이

무직타이거의 공식 데뷔무대는 2018년 5월 CJ E&M이 개최한 라이프스타일 컨벤션인 <올리브콘(Olivecon)>이다. 당시 휴직했던 부부가 온라인에 그림을 업로드한 것을 보고, 지인이 올리브콘 부스에 공동으로 참여해보자고 제안했기 때문. 부스에서 선보인 무직타이거 엽서, 패브릭, 핸드폰 케이스 등은 방문객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특히나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상품 속 호랑이, 사슴 등 전통 도상에 등장하는 동물을 가리키며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며 호평했다고. 행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도전해야 한다’며 과감히 디자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시도는 용감했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했다. 기업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헤쳐나가야 했기에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던 것. 일이 몰려들 땐 상품을 포장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고 물정을 몰라 사기를 당하기도 했지만 하루하루최선을 다하며 길을 개척해나갔다.


초기에 주력했던 아이템은 패브릭, 인테리어 등 리빙 제품으로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된 패턴 덕에 인기가 높았지만 시스템이 문제였다. 패브릭 아이템의 특성상 기획부터 출하시점까지 공정 속도만 4개월가량 걸리는데다 객단가를 맞추기 위해 대량생산하다보니 재고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아이디어로 손이 근질근질했던 이들은 그림을 재빨리 입혀 소량 생산할 수 있는 폰케이스, 문구류 등의 제품으로 눈길을 돌렸고 마케팅 채널도인스타그램으로 단일화해 20~30대와 활발히 소통했다.
젊은 층은 무심한 표정으로 뒹굴거리는 호랑이 캐릭터에 열광했다. 캐릭터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표정, 밖이 소란스럽든 말든 느긋이 게으름을 피우고 태연히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모습은 일상이 빡빡한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웃음을 안겨다주었다. 호랑이 캐릭터에 푹 빠진 고객들은 뚱뚱한 호랑이라는 뜻으로 ‘뚱랑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송 대표는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옛날 주문자의 의뢰를 받아 민화를 그리던 화원들의 활동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패턴사업에 주력했지만 대중들과 소통하며 호랑이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 영역에 집중해나갔어요. 애초 브랜딩 컨셉을 치밀히 계획한 것도 아녀서 사람들의 의견을 토대로 디자인을 변주해나갔죠. 이는 대중의 니즈와 취향을 반영한 민화와도 상통한다고 봅니다.”
무직타이거에는 뚱랑이를 비롯해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화호도 시리즈의 호랑이,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곰, 경자년을 상징하는 흰 쥐 등 개성 만점 캐릭터들이 포진해있다. 상품카테고리는 이어폰 케이스, 키링, 노트북 파우치, 에코백, 비치타올 등 20여개에 달하며 컬러별 상품 종류는 1,800여개다. 배진영 실장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한 것 또한 민화의 속성과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옛날 선조들이 민화를 생활 속에서 향유했던 것처럼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디자인 상품들을 사용하며 소소한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한국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것

현재 무직타이거는 프리스비, 29CM, 상상마당,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교보문고 등 전국 편집숍 20여군데에 입점했으며 브랜드를 최대한 유동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쇼룸을 운영하진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공식 홈페이지와 타사의 플랫폼 채널 등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신상품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해외 온라인몰과도 연계해 저변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송의섭 대표와 배진영 실장은 한국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을 내비쳤다.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요즘, 무직타이거가 한국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적인 디자인을 쉽고, 즐겁게 풀어낼 거예요.”

무직타이거

www.muzikti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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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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