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 “민화, 가벼이 ë³¼ 수 없는 위대한 그림”

강우방
미술사학자 강우방

강우방미술사가 강우방은 한국 박물관 행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한편, 폭넓고 독창적인 연구와 열정적인 후진 양성으로 한국 미술사학의 지평을 넓혀온 우리 미술사학계의 원로이다. 2004년 이후 (사)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인문학의 꽃’으로서의 미술사를 종전과는 전혀 새로운 관점과 이론으로 개척하는 작업과 강연 등으로 여전히 열정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향(一鄕) 강우방(姜友邦)은 탁월한 박물관 행정과 폭넓고 독창적인 연구, 그리고 열정적인 후진 양성으로 한국 지성계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미술사학자이다.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했다. 1980년대에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76년부터 경북대학교, 서울대학교, 이화여대 등 강단에서 미술사를 강의, 후학을 길러내는 한편,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미술사의 전반을 부단히 연구 탐색해왔다.
2004년에는 삼국시대 미술을 기반으로 한국 미의식의 새로운 정립을 목표로 한 ‘사단법인 일향미술사연구원’을 설립 더욱 심화된 연구 및 강연에 매진해 왔다. 이 연구원은 시대나 분야에 따른 세부적인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 미술사 전반을 유기적으로 엮어 나간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한국 미술사를 새롭게 해석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

그가 집필한 1백20여 편의 논문과 20여 권의 저서는 하나하나의 분량이 방대할뿐더러 스펙트럼이 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논문집인 와 , 개설서 성격을 지닌등은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으며 (2001, 예경), (2007, 솔) 등은 일반인들의 교양서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솔, 2007년) 과 일본 대덕사 소장 고려수월관음도의 조형언어를 면밀히 분석한 (글항아리, 2013)이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그는 학계뿐만 아니라 한국 박물관의 연구 기능 창달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약관이던 1968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봉직한 이래 경주박물관과 중앙박물관을 오가며 박물관 전문 공무원으로서도 탁월한 이력을 쌓았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11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실장을 지냈으며 2000년까지는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했다. 또한 2003년까지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문화재 및 박물관 행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의 본래 전공은 불교 조각사이지만 그간 쌓아온 성과를 일별하면, 강우방이라는 이름 석 자를 어느 한 분야에만 묶어 놓는 것은 실례일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의 연구 영역은 조각사를 뛰어 넘어 한국 미술사 전반, 나아가 세계 미술사 전반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그가 이끄는 일향미술사연구원은 회화, 조각, 공예, 건축, 복식까지 사유와 논의의 장을 확장함으로써 미술사 연구의 가능성, 한국적 미의식의 원류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더 큰 가치를 지향점으로 두고 순항 중이다.

민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미술적 현상

미술사학자 강우방이 민화를 처음 만난 것은 30대 초반 경주박물관에서 민화 연구의 선구자 대갈 조자용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이후 전공인 불교미술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으로 40여 년 동안 빠짐없이 민화 전시장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해 왔다. 이런 점에서 사실 민화 연구에서도 그는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라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분류와 상징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민화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노력해 온 조자용 등의 1세대 연구가와 그 뒤를 이은 윤열수, 정병모 등의 학자들이 없었다면 자신이 민화에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한국의 민화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민화의 용어 문제와 논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민화라는 현상을 그렇게 전제했다. 때문에 민화의 개념을 한가지로 정의하고 그것을 틀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모호하고 올바르지 않은 기존의 용어를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용어와 개념의 오류 문제는 심각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잘못된 개념과 용어들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지요.”
그는 2년 전부터 정의와 개념에 오류가 있는 미술사의 용어들을 바로잡는 데 진력하고 있다. 미술사 용어 하나의 오류를 수정하는 일은 하나의 논문을 쓰는 일 만큼이나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개념은 다른 연구들에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용어를 바로잡는 문제만큼 민화를 한국미술사의 흐름 속에 놓고 한국 미술의 원류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우방 미술학자
강우방 미술학자
 
관계와 관계 속에서 꽃피우는 인문학의 정점

그는 한국 미술사 중에서도 특히 삼국시대의 미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화작품은 잘 남아 있지 않지만 고구려 고분 벽화, 신라의 왕릉 및 묘 등에서 출토되는 단편적인 작품, 그리고 백제의 불교조각, 건축, 공예 등은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면서 그 시대의 미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취약하면 일반 회화를 다루는 미술사나 민화연구나 모두 빈약한 근거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되며, 결국 그 결과 또한 협소하고 지엽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최근 신라 천마총의 천마도에 그려진 동물이 말이냐 기린이냐 하는 논쟁이 그 하나의 예라고 했다.
“1973년 발굴 조사 당시 천마도의 동물이 말이라는 주장은 다소 성급했습니다. 그러나 기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기린의 전체적인 조형적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소지가 있었지요.”
그는 인터뷰 내내 인접학문이나 연구 대상 간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미술사학이 인문학의 여러 분야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는 ‘미술사를 인문학의 꽃’이라 정의했다.
이 점은 민화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민화 연구 역시 이러한 방향의 연구를 통해서만 한국 미술사의 한 분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 돼야 완성되는 가치

최근 민화 인구가 크게 늘면서 전문지가 탄생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된 현상에 대해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요한 것은 민화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양적 팽창만으로 민화 창작 및 민화 연구의 발전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화를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특이한 미술사 현상’이라고 보고 있는 그는 민화는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민화 그리기가 단순히 본뜨기나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그림에 어떤 의미가 들어가 있는가 하는 도상적인 관심이 수반되지 않으면 올바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물론 취미로 민화를 그리는 이들이 모두 민화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민화를 그리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림 실력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교양까지 쌓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세련성 동시에 추구해야

사실 민화는 작자가 없는 그림, 수복강녕을 비는 민중의 그림이라는 이유로 개별 작품이나 양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강우방은 지난 2000년부터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을 직접 그려보고 특정한 색채를 채색해 가며 그 문양과 그림 전체의 의미를 하나하나 분석해가는 독자적인 분석법인 ‘채색분석’ 기법을 민화에 적용하고 있다. 민화를 한국미술사학의 한 분야로 정립하기 위한 독창적인 노력이자 연구였다. 그는 최근 드디어 그 결과를 공개했다. 한 미술전문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민화-상징의 숲’이라는 논고가 바로 그것이다.
“미술작품은 어느 경우든 고차원의 정신세계이지요. 작가의 정신적 성숙도와 함수관계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민화 역시 ‘인류 공통의 본성, 무의식 세계를 기적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그림이라는 것이 이 논고의 주요 메시지입니다. 민화의 여러 화목(畵目) 중 세화(歲畵)부터 시작했는데 우선 작품분석부터 꼼꼼히 하고 있습니다. 민화 연구에서 비교적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것이 작품 자체에 대한 연구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끝으로 그는 최초의 민화전문잡지로 탄생한 월간 에 대해서도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지로서 민화계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지인 만큼 민화에 대한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널리 고른 시각으로 취재하고 소개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주목과 분석이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무의미한 양적 확산은 오히려 민화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는 것 또한 월간 의 역할이 아닐까요?”

 

글 : 한명륜 기자
사진 : 이주용 기자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