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의 화조도 특강 ⑥ 보주와 만병의 관계를 극명하게 밝히다

보주란 무엇인가, 만병이란 무엇인가, 보주와 만병의 관계는 어떤가. 이러한 문제들은 민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사학의 큰 문제이며, 더 나아가 세계미술을 풀어내는 중대한 열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것이 중대한 문제이라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그러한 중대한 문제를 한국의 민화에서 완벽히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저의 저서 《民畵》에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여러 번 다루었지만 지금 다루고 있는 화조도 8폭 병풍에서는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지난 호에서 두 폭만 다룬,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화조도 8폭 병풍 전체를 보여드립니다. 이른바 민화 전공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그저 꽃과 새에 대한 이야기 뿐 그 이상의 설명은 없습니다. 이런 화조화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민화 작품 자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의미를 밝히는 해석은 더더욱 없습니다. 민화 작가란 타이틀이 주어진 분들은 민화의 표현방법의 원리는 전혀 모른 채 모사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민화에 숨겨진 의미를 알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관심도 없나 봅니다. 민화는 실은 민화라고 따로 부를 필요가 없는 그저 ‘회화’입니다. 즉 민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국 회화입니다. 그래서 민화작가란 이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화가일 뿐입니다. 우리는 민화를 그린 사람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그림들을 멸시하거나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인류가 창조한 조형예술작품 가운데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통일신라시대의 위대한 건축과 조각인 <석굴암>은 그 기념비적 작업에 관여한 건축가나 조각가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 뿐인가요? 중국의 운강석굴이나 용문석굴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민화 작가의 이름을 모른다고 무시해서는 안 되고, 무식한 서민이 그린 못 그린 그림이라고 여기면 안 됩니다. 그래서인지 뜻밖에도 궁중회화만 모사하지 민화는 별로 모사하지 않으며 공모전에서도 궁중회화 모사품만 수상하므로 모사자들에게 궁중회화 모사를 계속 부추깁니다. 모사는 과정에 불과하지 목표가 아닙니다. 창작하려면 표현원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 8폭 병풍은 제1폭, 제5폭, 제8폭에만 만병滿甁이 있는데 모두가 화병이라 부르지요. 맨 밑 부분에 있는 이상하고 잘못 그린 듯한 그림들은 매우 중요한 조형임에도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꽃들을 보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모양들입니다. 그리고 겨우 보이는 작은 새와 나비들은 왜 있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지난 2월호에 이어서 4월호에서 제3폭부터 조형을 분석하고 상징을 해석해 보려 합니다.

제3폭 채색분석

제3폭을 보면 첫 눈에 무슨 그림인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상한 그림이고 서툰 그림이고 마구 그린 것 같습니다. 꽃 같은 모양이 세 개 있습니다. 하나를 크게 확대하여 보아도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맨 위 부분에 나비와 새들이 가지 끝이나 작은 꽃봉오리 같은 것 위에 앉아 있습니다. 보주를 모르면 이 이상한 조형들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맨 밑 부분에는 포토샵에 들어가 대비를 강하게 해보면 비로소 조형이 뚜렷이 보입니다.
나무는 끝이 두 줄기로 되어 있고, 좌우에 마구 터치한 이상한 조형들이 있습니다. 아주 못 그린 그림입니다.
그러나 앞서 해석했듯이 가장 강력한 기운을 나타낸 번개 같기도 하고, 만물을 생성케 하는 혼돈混沌의 세계 같기도 합니다. 만병에 비견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조형들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만병 안에 충만해 있던 강력한 기운을 밖으로 내어서 표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우 격렬한 조형이고 역동적인 조형이지만 가장 중요한 표현이어서 여기에서 보주목이 화생합니다. 채색분석하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니다.

1 먼저 그림의 일부를 선정하여 밑그림으로 그리고 채색분석할 준비를 합니다.
2 그다음 줄기를 채색합니다. 그런데 줄기를 일반적으로 표현하듯 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이 있을 것이나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잎들은 줄기에서 떨어지도록 했는데 이 역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잎이라는 것을 나타내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민화 역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표현했는데 현실에서 본 비슷한 모양을 취하여 설명하니 해석이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개 혹은 세 개의 보주를 잎 속에 내재하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화살표 한 잎을 그렇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3 보주꽃 중심에 빨갛게 칠한 보주가 모여 있습니다.
4 빨간 보주에서 기운이 발산하고 그 전체를 다시 둥근 보주로 삼은 것입니다.
5 전체적으로 6각을 이루고 있는데 6각은 물을 상징합니다. 둥근 보주들 사이에서 큰 다른 모양의 보주를 크게 표현하고 동시에 6각의 모서리에 둡니다. 보주의 확산이 시작합니다.
6 보주만 크게 학대하여 보주의 구조를 살펴보면 흥미가 있습니다. 매우 기하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그 사이 사이에서 빨간 보주들이 확산합니다. 모양이나 크기가 다르지만 모두 보주의 변주들입니다. 맨 가의 뾰족한 점에서 떨리는 선이 두 갈래 씩 뻗쳐갑니다. 그것이 번개라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의 일로, 바로 금강저(金鋼杵 : 인도 최고의 신, 즉 번개의 신인 제석천이 쥐고 있는 것으로 중앙 보주에서 번개가 양쪽으로 뻗어나간다는 것을 필자가 처음 알아냈다)에서 알아냈습니다.
7 채색분석한 전체를 보면 민화가 얼마나 고차원의 그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번개나 혼돈에서 보주목이 화생하는 굉장한 광경입니다. 보주목이라 이름 지은 것도 내가 보주를 알아냈으므로 그런 명명이 가능한 것입니다.
8 색을 반전시켜 보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런 방법으로도 채색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채색분석이란 것은 일정한 채색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색을 반전시켜보니 신비롭습니다. 민화란 원래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이렇게 채색분석을 해보아야 한 작품을 비로소 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내 글을 읽었다고 해도 하나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혼돈에서 화생하는 보주목이라는 주제를 옛 화가들은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제4폭 채색분석

이 폭의 그림도 역시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보주>를 충분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보주는 원래 형태가 없으며 더욱이 고정된 형태가 없지만, 주로 원이나 공 같은 구체球體로 표현을 많이 하고 육면체나 기타 8각형이나 여러 형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그림에서처럼 보주의 무한 확산을 표현하면 더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보주의 속성’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한 확산’입니다. 이 8폭 화조도에서는 모든 폭들이 보주목이되 ‘보주의 무한 확산’을 표현하고 있으되 폭마다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보주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주꽃 작은 봉오리 마다 나비가 화생하고 있습니다.
맨 밑에는 혼돈 혹은 번개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혼돈은 만물이 생기기 전의 가장 역동적인 상태입니다. 혼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혹은 번개라고 하는 것은 번개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주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번개입니다. 그러면 채색분석하면서 조형들을 살펴봅니다.

1 밑그림을 그립니다. 보주꽃 중심에 그려진 문양은 떡살이나 다식판에 흔히 표현되는 조형으로 지금 설명은 하지 못하지만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장 강력한 보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 중심의 보주에서 4개의 타원형 보주가 나옵니다. 반드시 4개여야 할 이유는 없어서 다섯 개도 좋고 8개도 좋습니다.
3 노란 색의 큰 보주 모양에서 빨간 작은 보주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처럼 2중이 아니라 3중으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표현의 원리를 알면 얼마든지 창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4 4개의 보주 갈래 사이에서 다시 작은 역시 2중의 보주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연꽃을 표현할 때 이렇게 여러 번 갈래 사이에서 연꽃잎 모양이 나와 무한히 확산하는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연꽃은 연꽃이 아니라는 제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조형의 전개를 보고 연꽃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단정은 앞으로 삼가야 합니다.
5 더 이상 확산을 그치고 그 사이사이에서 뾰족한 모양이 나와 연이어집니다.
6 그 뾰족한 정점에서 잎이 생깁니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해왔듯이 잎은 현실에서 보는 잎이 아니고 영기문입니다.
7 그 잎마다 끝에 보주가 맺히고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그동안 의문을 가져 왔던 이른 바 번엽飜葉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극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즉 번엽은 보주화寶珠化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특히 모란꽃 그림에 많은데 그 모두가 잎의 보주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지요. 알듯 말듯 하다가 이 그림을 보니 분명해 진 것입니다. 그만큼 이 그림은 중요하고, 따라서 이 민화가 많은 의문을 해소해 줍니다.
8 보주나무 줄기와 함께 두니 보주나무 잎의 끝에도 보주가 맺혀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제가 주장한 보주목이란 이름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토록 민화의 표현을 믿는가? 그렇습니다! 그동안 민화를 몇 년 동안 연재해 오면서 민화는 진리만을 표현해 왔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보주의 확산을 이런 방법으로도 표현한 화가의 창작의도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9 색을 반전시키고 보니 신비감이 납니다. 이처럼 채색해도 되지만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즉 채색분석 방법은 한 가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분명하게 이해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한 폭의 채색분석이 끝났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그림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제5폭 채색분석

제5폭의 영기꽃은 제4폭과 비슷하지만 발산하는 잎만이 없을 뿐입니다. 제5폭에는 만병이 있는데 보주와 만병과의 관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보주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만병의 조형이 보주에서 생겼다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만병이 완벽한 원입니다. 즉 보주입니다. 속에 다 보이는 보주는 처음 봅니다. 즉 안이 다 보이는 만병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만병滿甁이란 ‘가득 찬 병 혹은 가득 찬 항아리’란 말인데, 무엇이 가득 차 있는지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옛 사람의 뛰어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무한한 확산을 의미하는 보주의 집적을 만병 안의 중심에 표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여백에는 붉은 색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양이 불분명한 점 같은 것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만병 밖으로 끝이 뾰족한 3각형 모양들이 둘려져 있는데 이 역시 만병의 무한한 확산을 의미합니다. 보주꽃이 3개 피었습니다. 이 조형은 채색분석하며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보주꽃 봉오리 주변에 나비와 새가 날라 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채색분석하면서 조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채색분석하기 전에는 저 역시도 전체를 읽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채색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처음부터 끝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많은 조형적 진리를 발견합니다. 그러면 맨 밑의 만병부터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1 밑그림을 정확히 그립니다. 만병 가장 중심에 강력한 보주가 있으며 주변으로 6개의 보주가 생겨납니다.
개수는 상관없으며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고 인식하면 됩니다.
2 전체를 6각형으로 감싸고 있는데 무량한 물을 상징합니다. 즉 만병 안에 무량한 보주가 있다는 것은 무량한 물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3 보주, 즉 만병 밖으로 뾰족한 선들이 둘려있는데 이 조형도 만병의 무한한 확산을 의미합니다.
4 만병 안의 빈 공간에는 정확한 조형이 아닌 포착하기 어려운 조형들이 점처럼 무질서하게 가득 차 있는데 이는 혼돈을 의미합니다. 혼돈에서 만물이 생겨나므로 어떤 점에서는 이러한 혼돈에서 중심의 보주의 집적이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폭에서는 만병과 혼돈을 함께 표현한 것이어서 화가의 역량에 놀랍니다.
5 보라! 만병 중심의 보주가 가득 찬 육각형에서 직접 우주목이 생겨나지 않는가. 만병에서 우주목이 화생하는 광경을 이렇게 투명하게 보여 주는 그림을 어디에서 보았는가. 만일 보이지 않는 안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항아리에서 그저 보주목이 나오게 그렸다면 우리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그렇게 표현하면서 꽃병이라 부르니 안타깝습니다. 이처럼 표현하니 이제 꽃병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만병의 입 양끝은 제1영기싹으로 되어있고 검은 색으로 강조하고 있어서 제2영기싹에서 우주목이 화생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목의 잎들은 세 갈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잎모양입니다. 즉 제3영기싹을 이렇게 구상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가운데 잎은 붉은 색으로 칠했습니다. (5월호에 계속)


글·그림 강우방(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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