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의 화조도 특강 ⑤ 수 천 년 회화의 전통이 담긴 민화

그림을 처음 보아서는 파악하기 매우 힘들었지만, 밑그림을 그려 채색분석을 하며 단계마다 극적인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채색분석을 하며 이토록 행복할 수 있었던 민화를 2019년 초두에 만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만병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독특하게 표현한 만병은 처음이고, 특히 만병이 없는 폭들 중의 아랫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은 나의 학문적 역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인 ‘번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 그림에 웬 번개냐고 의아해 하겠지요. 자, 그럼 지금부터 이 그림을살 펴볼까요?


최근 아모레퍼시픽에서 기획한 <조선, 병풍의 나라> 전시에서 눈길을 끌었던 화조도는 실은 2006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민화, 변화와 자유로움>이라는 이름 아래 열렸을 때 이미 본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그 당시에는 무엇인지 몰랐었지요. 낯설고 도무지 무엇인지 몰랐던 그림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3년 만에 다시 만나 이제야 이 그림의 실상을 알게 되니 감회가 깊습니다. 이제 비록 세 폭에만 만병이 있지만 일단 <만병 화조도>라 부르기로 합니다. 어떤 병풍은 모든 폭에 만병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모두가 화병花甁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 민화연구자들도 화병으로 알고 있어서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세계 미술 5000년 전통을 알아야 하니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화병이라고 해버리면 위대한 그림이 무의미한 그림으로 되어버립니다.
저는 20대부터 민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동안의 모든 민화 전시회를 열심히 다녔고 수많은 작품 사진을 수집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무엇인지 몰라 글을 쓸 수 없는 사이에 후배들이 저서를 내면서 민화 연구를 주도해 온 셈이지요.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진정 아는 사람이라는 옛 말이 있지요. 저는 고구려벽화를 연구하되 이미 전공자들이 성과로 내놓은 것은 고구려벽화의 전체의 20%에 불과합니다. 저는 오랜 노력 끝에 나머지 80%를 완벽히 풀어내었고, 고려와 조선의 불화도 마찬가지여서 도상 중심으로 연구해온 불화 전공자들은 무엇인지 몰랐던 도상 이외의 80%에 이르는 조형을 해독하여 완벽히 풀어내어 마침내 고려 불화 <대덕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 한 점으로 350페이지에 이르는 저서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궁중회화를 열심히 조사하여 그 회화도 풀게 되자 드디어 그런 오랜 과정을 거쳐 민화를 완벽히 해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평생 걸려 고차원의 민화라는 그림이 마침내 풀린 것입니다. 화원이나 화승이 퇴임하거나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화가들이 마음껏 창작 의욕에 불타서 민화, 즉 우리나라 독창적인 민족회화가 탄생한 것임을 알게 되어 지난해 《民畵》(다빈치, 2018년)라는 저서를 마침내 출판했습니다. 그러므로 민화에는 우리나라 2000년의 전통이 축적되어 있고 세계적으로는 5000년의 전통이 축적된 그림이어서 가장 난해한 그림인 셈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난해한 <만병 화조도>를 금년 겨울에 다시 만난 것이고 글 쓸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비로소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현장에서 열심히 찍었지만, 조명이 고르지 못하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좋은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심하게 보정하여 그림이 옛스럽지 않아 제가 다시 보정하였지요. 밑그림을 이틀에 걸쳐 그려서 정리하여 보니 글쓰기 준비하는데 만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바로 그 준비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준비 과정에서 이 작품의 특징과 정신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계마다 스캔하며 채색분석하는 것은 확인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채색분석해 보아야 하나의 작품을 비로소 보았다고 말할 수 있고, 해독해 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채색분석을 배울 생각을 아니하니 통탄할 일입니다. 제1폭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1폭 채색분석

도무지 무엇인지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처음 보는 조형들이니 알아 볼 리 없지요. 게다가 꽃 네 개가 하나로 어울려 있어서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꽃 같은 것이 그려져 있지만 그런 꽃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림에는 ‘윤달에 선녀가 비단을 짠 듯한 꽃[閒閏玉女織錦花]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림의 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글입니다. 그림 그린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글께나 읽는 사람이 멋대로 쓴 것이지만 사람들은 문자기록을 너무 믿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기록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 꽃 같은 모양은 필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그 조형과 상징을 찾아낸 ’보주‘입니다. 대우주의 기운을 압축한 보주로 보주는 무량하게 확산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 그림에서 그런 속성을 명확하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보주는 만물생성의 근원이어서 영조와 영수가 화생합니다. 자세히 보면 나비와 벌이 함께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있고, 중심의 보주에서 상반신만 내민 영조靈鳥가 있고, 왼쪽 잎 위에 역시 영조가 앉아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새라고 하지만 민화에 나타난 새나 짐승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는 보주라는 만물생성의 근원에서 화생한 영조들로서 만물화생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도록에 실린 민화들은 너무 보정을 깨끗이 하여 원래의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대비를 강하게 하여 보니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입니다.
우선 만병 부분을 볼까요. 원래 그림의 상태도 오랜 세월 색이 바래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비를 시켜 보면 뜻밖에도 만병 안의 중심의 보주에서 사방으로 확산하는 놀라운 보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주에서 성립한 만병’이라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조형을 이 그림에서 만납니다.


만병 채색분석

1 먼저 밑그림을 그립니다.
2 만병의 중앙 부분을 그려보면 완벽한 원입니다. 보주를 상징하지요.
그 중심에 작은 보주가 있는데 그것이 만병의 핵심입니다.
3 그 중심에서 사방으로 보주들이 확산합니다.
그 사이로 잎이 사방으로 확산하지만 잎이 아니고 영기문이어서 가능합니다.
4 그러나 둥글어서 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다리꼴 굽이 생겨야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입이 길게 생기는데 실제 도자기에는 없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맨 위에서 제1영기싹으로 양쪽 끝을 마무리 집니다.
5 그런데 만병 밖으로 톱니바퀴 같은 모양이 왜 있을까요?
6 그것은 처음 그림에서 희미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정하여 보니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 만병 밖으로 계속하여 발산하는 것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톱니처럼 생긴 끝에서 계속하여 보주들이 무한히 발산하는 것을 그려 넣을 수 있습니다.
7 마침내 만병 안의 중심에 있는 보주의 확산 조형에서 보주목이 생겨납니다! 그러니까 보주목의 보주화생입니다.
이처럼 난해한 그림을 그린 화가는 도대체 누구일까?
8 그리고 그림의 색을 반전시키면 더욱 신비롭게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이렇게 채색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채색분석한 다음 색을 반전시켜 함께 실을 것입니다.


보주꽃 채색분석

이제 보주꽃을 채색분석해보기로 합니다.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꽃도 아닙니다. 그저 보주의 끝없는 확산을 보여주는 조형이지만 나무에서 생기는 것이니 보주꽃이라 해두기로 합니다. 꽃이란 씨앗을 맺고 씨앗이 승화하여 무한히 확산하는 것이니 보주꽃이라 해도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1 밑그림을 직접 그려야 합니다.
보주꽃 중심에 작은 보주가 있지만 전체 보주꽃이 성립하는 핵심적 존재로 크기는 작아도 그 힘은 매우 큰 것입니다.
2 그 보주에서 사방으로 무량한 보주들이 단계를 거쳐 확산합니다.
중심에서 확산하는 과정에서 작은 점들도 모두 보주들입니다.
3 점점 중복하며 확산합니다. 다시 계속하여 확산합니다. 점점 강력하게 확산합니다.
더 확산할 수 있으나 이쯤에서 머물러 버립니다.
4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장자리 뾰족한 곳에서 양쪽으로 두 갈래로 떨리는 선이 그려져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며 주목해야 합니다. 고구려 벽화를 필자를 따라 배우는 수강생들은 짐작할 수 있지만, 바로 이것이 보주의 확산을 마무리하는 ‘번개’입니다! 번개란 가장 강력한 영기문입니다.
5 그리고 그 보주에서 영조가 화생합니다. 원래 줄기에서 보주꽃이 피는 것이라 처음에 그려야 하나 마지막에 그려 넣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잎들도 역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로 역시 영기문입니다.
6 그 전체 그림의 색을 반전시켜 신비한 느낌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한 폭의 그림 해석이 끝났습니다. 보주와 만병과 영조와 그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인내를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병 안에 가득찬 보주, 즉 강력한 영기에서 생겨나는 보주목에서 영조와 성스러운 나비가 생겨나 그들 간의 주고 받는 행위에 의해 무량한 보주가 생겨납니다. 그 만물생성의 근원에서 영조가 화생하지만, 이것이 만물이 화생하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은 차차 증명해 나가고 있지만 더욱 더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이런 위대한 사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이제는 그 화가의 정체가 불가사의한 존재입니다.


제2폭 분석

그러면 제2폭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제1폭에는 만병이 있는데 제2폭에는 만병이 없고 무엇인지 모를 작은 획들이 무질서하게 마구 그려져 있어서 실망이 컸지요. 만일 만병이 그리도 중요한 상징을 품고 있다면 그것에 필적할 만한 굉장한 것이 있어야 할 것인데 아니어서 맥이 빠집니다. 왜 이런 거친 획들이 휙휙 그어져 있을까요? 무엇인가 있을 터인데 생각하며 포토샵에서 대비를 심하게 해보았더니 경악할 만한 조형이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무엇일까요? 엄청난 상징을 띤 만병과 필적할만한 조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형은 제가 밝힌 고구려벽화의 연구성과를 배워야 합니다. 여기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고구려 벽화에서는 번개를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카오스의 세계라 이렇게 혼돈스러운 조형으로 표현합니다. 최초에 천하가 만들어질 때, 혼돈이 있었다고 <노자老子>에 적혀있습니다. 혼돈은 혼란이 아니고, 만물이 화생하기 직전의 가장 역동적인 상태입니다. 그러니 만병과 맞먹는 것이 아니라 만병을 능가하는 조형입니다. 그러면 영조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보주꽃 근처에 나비나 영조가 날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돈을 나타낸 고구려 벽화의 그림을 찾아 보여드립니다.


제2폭 보주꽃 채색분석

1 그러면 채색분석해 보겠습니다. 우선 부분을 선택하여 직접 밑그림을 그려봅니다. 여기에 실린 모든 밑그림과 채색분석은 필자가 직접 한 것입니다. 누구를 시킬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습니다.
2 보주꽃의 중심의 작은 보주를 붉게 칠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보주입니다. 보주에서 빛처럼 영기문이 발산하고 다시 원으로 둘립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최소한으로 구상화한 중요한 보주입니다. 화면의 왼쪽 구석에 ‘紅桃花(홍도화)’라고 쓰여 있지만 보주꽃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3 보주를 더 채색하기 전에 나무줄기와 잎을 먼저 채색 분석합니다. 줄기 표현이 매우 거칩니다. 이것은 맨 밑부분의 혼돈의 세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잎들은 괴이한 형태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줄기 양쪽으로 잎들이 떨어져 있어서 환상적입니다.
줄기 끝에서 보주꽃이 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 정육각형 안에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거북 등껍질무늬라고 하는데 틀린 말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육각수 무늬, 六角水文>입니다. 물의 구조가가 육각이라는 것은 눈의 결정체를 촬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서 필자가 만든 용어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용어인 귀갑문龜甲文이라고 모두가 부르고 있으나 거북이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육각형 안에 이런 보주의 확산을 응축시킨 것은 바로 이 육각형도 보주임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4 다시 육각형 보주를 넘어서 보주가 무량하게 확산합니다. 마침내 보주꽃이 완성되는데 연꽃모양의 확산과 비슷하지요? 앞으로 연꽃도 연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나갈 것인데 이 조형이 그것을 증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5 주변 메모를 지우고 색을 반전시키니 과연 신비합니다. 보주란 실로 그처럼 만물생성의 근원인 만큼 신비로운 조형이어서 원으로 평면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자만, 완벽한 구체球體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고대 예술에서 표현한 보주목

그런데 만병에서는 반드시 ‘우주목=보주목’이 화생하여 영조뿐만 아니라 영수도 화생시킵니다. 가장 오랜 아시리아의 5000년 전 그림에서 보주목에서 영수가 화생하는 조형을 찾아 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만일 만병과 보주목을 필자가 밝혀내지 못했다면 어찌 아시리아의 이런 조형의 상징을 어찌 읽어냈겠습니까. 서양학자들이 모르는 고대 조형의 상징 세계입니다. 그러한 조형이 한국에서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만병 보주목에서 영수가 화생하는 그림이 나타난다는 것은 역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사슴 같지만 영화된 사슴이어서 영수라 불러야 합니다. 더구나 만병을 각진 직육면체로 표현한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토끼가 화생하지만 역시 영화된 짐승, 영수가 화생하는 것으로 현실에서 보는 토끼가 아닙니다. 이런 만병에서 영수가 화생하는 것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입니다.
보주목에서 영조가 화생하는 가장 오래된 고대의 예는이집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거가 불확실하지만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음에 틀림없습니다. 빨갛고 노란 보주들이 맺힌 보주목에서 온갖 영조가 화생하여 가지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인도에서 만든 카페트에서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영조들이 보주목에서 화생하는 조형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대개 보주들의 집적에서 보주목이 화생하여 영조들이 좌우대칭으로 화생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그림입니까. 그 오랜 전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병풍의 제1폭과 제2폭의 조형들을 자세히 채색으로 분석해 드렸습니다. 다음에 제 3폭과 제4폭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글 강우방(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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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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