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의 화조도 특강 ③ – 수 천 년 회화의 전통이 담긴 민화

민화는 얼핏 보면 서툰 듯, 혹은 대충 그린 듯 거칠게 그린 그림같지만 그 속에는 고구려 벽화 속 영기문부터 만물의 화생 원리를 담은 고차원적 의미가 깃들어있다. 다음 화조도 작품을 통해 드넓은 민화의 세계를 탐구해보자. (편집자주)


제4폭 연꽃을 다룰 때가 드디어 왔습니다. 이러가다 8폭 병풍을 쓰는데 8개월 걸릴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병풍 설명은 몇 마디면 끝날 것을 왜 이렇게 끝없는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만큼 품고 있는 상징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4폭의 연꽃은 다른 폭의 꽃들을 이미 자세히 분석했듯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연꽃이 아닙니다. 연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첫 눈에 우리가 흔히 보는 연꽃이 아니고, 처음 보는 조형들이 많아서 얼핏 보면 아주 못 그린 그림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엄청난 변형 속에 깊은 의미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제4폭 하반부 연꽃 채색 분석

1 하반부부터 분석해 보겠습니다. 맨 밑에 연꽃잎들을 해체하여 다시 구성한 연꽃잎 무더기가 있습니다. 꽃잎들을 영화시켜 갖가지 보주들을 밀집시켜 놓았습니다. 연잎이 보주화寶珠化하는 과정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습니다. 매우 오랜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보주란 항상 둥근 것이 아니라 타원체도 있고 끝이 뾰족한 모양도 있고 무한히 다양한 형태들이 있습니다. 연꽃잎들을 이렇게 보주화시켜 큰 덩어리를 이룰 만큼 모아 밀집시켜 둔 것은 이 부분을 출발점으로 하여 보주목울 화생시키기 위함입니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입니다.
2 연꽃잎 무더기에서 큰 연잎이 생겨납니다. 여래는 연꽃에서 화생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요? 그러나 실은 연꽃의 씨방 안의 많은 씨앗이 승화한 보주와, 연꽃잎의 보주화, 즉 보주에서 여래가 화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원래 불상이 전공이었으므로 누구보다도 그런 조형의 특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넓은 연잎에서도 수월관음 같은 보살이 화생하므로 연꽃잎과 연잎은 값은 가진 만물생성의 근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주화된 연꽃잎들에서 넓은 연잎이 화생합니다. 연잎의 중심에는 흔히 작은 둥근 보주 형태가 있고 그 보주로부터 긴 잎맥이 방사선 영기문처럼 사방으로 발산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연잎에서 다시 연잎이 화생합니다. 이런 화생의 원리를 모르면 이런 조형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3 그리고 마침내 거기로부터 줄기가 나오며 끝에 씨방을 맺습니다. 아예 반구형으로 변형시켜 놓고 무량한 씨앗들, 즉 무량한 보주들을 점선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그 씨방 위에는 선 몇 개로 표현한 곤충이 앉아 있으며 둥근 눈만 강조해서 곤충인줄 겨우 압니다. 아주 뛰어난 솜씨입니다. 이처럼 씨방에 곤충이 앉아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현상입니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이런 현상은 생명의 무한한 생성을 상징합니다.
4 연잎에서부터 두 줄기가 힘차게 뻗어 올라갑니다. 항상 두 줄기가 함께 뻗어 올라갑니다. 그래야 힘이 있고 하나는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하는 여유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넓은 연잎이 화생합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무엇인지 모를 역동적이고 추상적 형태가 마치 흐르는 듯합니다. 구름 같기도 하지만 구름이 아니고 유려한 조형의 영기문靈氣文입니다. 무엇이라고 특정한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때는 그저 포괄적인 용어인 영기문이란 용어를 씁니다. 현실에는 이런 조형의 형태는 없으므로 사람들의 눈에 잘 띠지 않아서 무엇인지 모릅니다. 원래 이 화면 가득히 이런 영기문으로 가득 채워 보주목을 화생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으나 그러면 너무 복잡하므로 좌우에 하나씩만 배치해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근원적인 영기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4폭 상단부 연꽃 채색 분석

1 그러면 다음에 이 화폭의 상단을 살펴볼까요? 그 줄기에서 다시 넓은 연잎이 화생합니다. 그리고 다시 연잎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연꽃잎들이 솟아납니다. 그리고 중간에서 줄기가 나와 둥근 꽃잎들이 나옵니다.
2 그리고 그 위로 가장 중요한 조형인 보주가 나오고 잎 같은 것이 양쪽으로 감싸주는 조형이 화생하는데 바로 이것이 이 화폭의 핵심입니다. 이 조형 역시 오랜 시간 걸려 수많은 예를 들어야 합니다. 인류가 창조한 조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동서양이 같습니다. 이 역시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그 좌우로 펼쳐진 잎들은 그러므로 수없이 많은 것도 있고 이 그림에서처럼 몇 개 있는 것도 있으니 만일 창작을 할 경우 그 때마다 화면 구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화폭의 정점은 바로 이 중앙의 조형입니다. 즉 보주를 양쪽에서 감싸는 잎 모양 영기문입니다.
3 연잎에서 나온 연꽃잎에서 줄기가 나오는데 그 끝에 씨방이 있고 씨방에서 연잎 같은 것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런 조형은 현실에 없습니다. 필자도 무엇이라고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보주에서 직접 연꽃잎이 화생하는 셈입니다.
4 그런 줄기가 좌우대칭으로 나오고, 다른 또 하나의 줄기가 아래로 향하여 화면을 훌륭히 구성합니다. 그 끝의 형태는 위의 두 줄기의 것과 다릅니다. 이처럼 맨 밑에서 출발한 보주의 집적으로부터 끊임없이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는 연꽃잎과 연잎이 번갈아 가면서 생성하고 마침내 씨방이 생겨 끊임없이 씨방의 보주가 생기며 계속 생명이 생성하여 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솜씨는 정교하지 않아 화원이 궁중에 있을 때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모든 화폭의 솜씨가 거칠지만 힘찹니다. 그리고 그림에 담겨진 고차원의 상징도 그대로입니다. 연꽃이 영화되어 이런 그림이 탄생하였으니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연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현실의 조형으로는 이러한 고차원의 상징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8폭 병풍의 꽃들은 현실의 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으니 이 연꽃도 현실의 연꽃이 아닙니다. 현실의 꽃을 이처럼 크게 변형시켜 고차원의 상징을 담은 그림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영화된 줄 모르고 현실에서 본 비슷한 꽃으로 설명하여 왔으니 민화의 위대성을 크게 훼손하여 온 셈입니다. 제5폭과 제6폭과 제7폭은 등장하는 영조가 다를 뿐 제 1, 2, 3폭과 대동소이합니다.


제8폭 하단부 채색분석

1 그러면 마지막 제8폭을 분석해 보기로 합니다. 이 폭의 꽃은 다른 폭의 꽃과 전혀 다릅니다. 중심의 보주로부터 무한히 확산하는 전형적 영기꽃들입니다. 아래에 한 쌍의 영조가 있고 맨 위에 더듬이가 셋인 나비가 있습니다. 그
런데 맨 밑 부분의 바위, 즉 영암靈巖의 형태가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포착하기 어려운 조형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2 우선 왼쪽 구석의 영암에 갖가지 보주를 부여하였습니다.
3 그 영암에서 제1영기싹이 힘차게 발산합니다.
4 제1영기싹을 중심으로 강력한 영기문을 이루는데 마치 영암같이 보입니다.
5 그런데 그 추상적인 영암으로부터 부정형의 짙은 남색의 거대한 조형이 구름처럼 생겨납니다. 엄청난 영기문이 화생하는 모습입니다. 가는 줄기들이 여기 저기 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그렇다고 잎 모양도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느닷없이 잎 모양이 생겨납니다. 물론 잎 모양의 영기문입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밑 부분 전체에 추상적이고 구상적인 영암을 표현하여 웅장한 모양을 만든 다음에 여기에서 보주목이 화생합니다.


제8폭 보주목 채색분석

1 그러면 영암에서 화생하는 보주목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영암 대신 만병滿甁을 두어도 마찬가지임을 알 것입니다. 영암에서 보주가 화생하는데 맨 위에서 보주를 맺고 있습니다.
2 그 중간에서 꽃이 피는데 실은 중심 되는 조형은 중심에 보주가 있고 사방으로 보주가 발산하는 조형으로 꽃이 아닙니다. 따라서 무한히 확산하기 시작합니다. 분석을 완성해보면 꽃이 아니고 무량한 보주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꽃이란 원래 ‘씨앗=보주’를 품고 있어서 민화에서는 이처럼 꽃을 무량한 보주꽃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보주의 실상을 모르므로 이런 꽃 모양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민화란 고차원의 그림이어서 아직까지 올바른 해독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3 보주꽃이므로 그 꽃에서 잎 모양 영기문이 두 갈래 나오고 그 사이에서 다시 연꽃잎 세 잎이 화생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조형입니다.
4 그 다음 붕긋붕긋한 꽃 모양이 생겨나지만 이미 전 호에서 자세히 그 조형의 실체를 밝혔으므로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보주에서 발산하는 무량한 제1영기싹들입니다. 다시 그 영기꽃에서 세 잎모양의 영기문이 생기면서 가운데 잎 모양에서 보주가 찬란하게 화생합니다. 보주 형태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5 그 중심적 큰 줄기 중간에서 가지가 뻗쳐나가면서 다시 보주꽃을 피웁니다. 그 보주의 확산을 완성하면 앞의 영기꽃과 같은 모양이 되고, 거기에서 두 갈래 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합니다.
6 큰 줄기 맨 밑에서도 영암에서 한 줄기가 나와 두 줄기를 이루는데 길게 뻗어나가 영기꽃을 피우고 역시 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합니다.
7 그 다음 맨 위 줄기로 올라가 보면 역시 화사하면서도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는 영기꽃이 핍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왜 이렇게 종래와 다른 꽃 모양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두거니와 이 8폭 병풍에 그려진 꽃은 현실의 꽃이 아니란 것을 바로 이런 화려한 꽃들이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8 그리고 그 영기꽃 위로 세 갈래의 잎모양 영기문이 발산하는데 즉, 제3영기싹을 상징하고, 아래로는 하나의 잎모양 영기문이 발산합니다. 즉 전체적으로 제3영기싹입니다. 그러므로 8폭 병풍에서 맨 마지막 폭에서 영기꽃의 실상을 웅변하고 있으니, 화가는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8폭의 전개과정을 생각하여 마지막 폭에서 대미를 장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8폭 병풍 한 점으로 4회에 걸쳐 자세히 분석하였습니다. 화조도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단지 꽃과 새를 화려하게 그린 것이 아닙니다. 수 천 년의 회화의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화조도의 신비한 실상을 밝히지 못한 것입니다.


통일신라의 조형과 민화의 연결고리

화조도의 유래를 다루기 위해, 가깝게는 통일신라 돌에 조각된 입수쌍조문立樹雙鳥文(도3)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용도는 알 수 없습니다. 모두가 지나치는 것이지만 문명의 발상 때부터 그런 조형이 만들어져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작품에 주목해 왔습니다. 여러 둥근 조각 가운데 화조도 작품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그 이전의 오랜 전통의 세계 여러 나라의 조형들은 앞으로 소개할 기회가 계속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月池館 앞에 있지만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페르시아 사산조의 영향을 받은 통일신라시대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공작의 꼬리 부분에서 생명의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탁본한 것을 가지고 분석하려합니다.


입수쌍조문 탁본 채색화 분석

1 중심축에 보주목이 있습니다. 도안화된 나무로 보주에 잎이 달린 모양입니다. 위로 따로 떨어져서 보주꽃이 있어서 다른 색으로 칠해보았지만 같은 나무입니다.
2 그 보주목 양쪽에서 공작 두 마리가 화생합니다. 즉 그렇게 좌우대칭으로 배치함으로서 보주목에서 만물이 화생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수많은 조형들을 보며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광경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3 그런데 꼬리 부분을 보면 왼쪽 공작 꼬리에서 하나의 생명의 싹이 돋고, 오른쪽 공작의 꼬리에서는 두 개의 영기싹이 돋고 나고 있습니다. 이미 필자는 고구려 수렵총 벽화에서 청룡과 백호의 몸에서 돋아나는 생명의 싹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으므로 이 봉황의 꼬리에서 생명의 싹이 돋는 것을 매우 놀랐지요. 이제 이 공작은 이미 공작이 아니고 영화된 영조靈鳥입니다.

고구려 벽화 속 영기문

고구려 수렵총 벽화에는 네 벽면에 사신이 그려져 있습니다. 먼저 청룡을 보면 꼬리 부분에 면으로 된 제1영기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백호 꼬리에는 두 개의 제1영기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놀란 까닭은 그 당시 이미 제1영기싹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필자가 이렇게 말해도 처음 듣는 분은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청룡과 백호는 영수靈獸의 카테고리에 들며, 공작은 현실의 공작이 아닌 영조靈鳥의 카테고리에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조형이 후에 자유로운 화면의 화조도로 변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민화의 화조도에는 항상 쌍조雙鳥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닭입니다.
다시 통일신라 화조도 조각으로 돌아가 주변의 연주문連珠文을 채색하여 분석을 마치고 ë³´ë©´, 단지 구슬이 연이어진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영조의 입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오는 것을 그처럼 표현한 것입니다.(도판 – 입수쌍조문 탁본 채색화 4번)

따라서 영조나 영수의 입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는 것은 필자가 수많은 작품을 채색분석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6폭의 공작도 모양은 같으나 현실에서 보는 공작이 아니고 영조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영조가 매우 커서 하나이지만 작은 영조를 그려 넣어서 쌍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이제 화조도가 단지 꽃과 새가 아니라 보주목에서 만물을 생성하는 우주적 차원의 장대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대에는 보주목과 쌍으로 된 새 그림이나 조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주목을 향하여 사자 모양의 영수가 마주보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민화에 보주목과 영화된 사슴이나 해태가 많은 까닭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조도 8폭 그림을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도6)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보주의 조형들만을 따로 보여드리겠습니다.(도7)


글·그림 강우방(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