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다스리는 용장군도 초본Ⅱ

도4 수령위水靈位, 지본채색, 53×37.5㎝, 제주대학교박물관 소장



이번 시간에는 지난 1월호에 이어 전국에 있는 수신水神의 대표 격인 용신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목아박물관 소장 용장군도 초본이 어느 지역의 무신도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용신의 다양한 형태

용신 중 가장 많이 모셔지는 신은 용왕신이다. 그 이유는 용왕이 물을 다스리는 신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신이 기도를 가장 잘 들어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용왕은 부부신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남신은 해일과 바람을 관장하고 여신은 비와 구름을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편 용신 부부 중 부인이 따로 모셔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신격의 명칭은 용태부인, 용신할머니, 용궁부인, 용왕부인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도1), (도2), (도3).
한편 용궁애기씨라는 명칭의 여신이 용신으로 모셔지는 경우도 있다. 애기씨라는 단어는 여자 아이나 시집갈 나이의 처녀 또는 갓 시집 온 색시를 높여 이르던 말이자, 궁중에서 어린 왕자나 왕녀, 왕손을 높여 이르던 말이다. 용궁애기씨에서 애기씨는 용궁에 사는 왕녀 또는 용왕의 신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용왕의 가족에게도 용왕이 지닌 능력이 있다고 여겨 신앙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도1 용왕도龍王圖, 견본채색, 84×51㎝,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도2 룡장군, 견본채색, 85×55㎝,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도3 용태부인, 지본채색, 97×72㎝,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지역별 무신도를 살펴보자

용장군 초본이 어느 지역 무신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무신도의 특징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별 무신도를 살펴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이북 지역의 무신도는 황해도 무신도를 제외하고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오래된 무신도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오래된 무신도들이 대부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러한 무신도들은 사용되었던 지역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광복 이후의 무신도, 특히 1960년대 이후 무신도의 경우 대량생산을 통해 동일한 도상의 무신도가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신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무속 형태를 함께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가장 특징적인 제주도 무신도를 살펴보자. 현재 남아있는 제주도 무신도 중 가장 오래된 유물은 제주 내왓당 무신도 10점이다. 현존하는 내왓당 무신도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세조실록世祖實錄》 세조 12년(1466) 7월 27일 조에 기록된 내왓당 관련 사건을 살펴보면, 내왓당에는 적어도 세조 12년 이전부터 무신도가 모셔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신도를 그릴 때 대체로 모본을 이용해 그리는 점을 감안하면 모본이 세조 때의 것일 가능성이 있으며, 내왓당 무신도 속 신들의 복장이 고려 말 이후부터 조선 중기 사이에 나타나는 복식과 유사하여 이들 무신도 도상이 적어도 1800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도5 용장군초, 지본수묵, 목아박물관 소장



내왓당 무신도 중 물과 관련된 신은 수령위水靈位로, 수령위는 제주 무가巫歌에서 수령상태자 마누라로 불리는 신격이다. 수령위 무신도 왼쪽 상단에는 붉은색으로 ‘水靈位’라고 쓰여 있고, 화면을 가득 채운 인물은 관을 쓰고 청록색 도포를 입고 분홍색 띠를 매고 있으며, 선추扇錘가 달린 붉은색 부채를 들고 있다.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고, 얼굴에는 기괴함을 넘어서 신성함이 표현되어 있다(도4).
이제 내왓당 무신도와 용장군 초본을 비교해보자. 한눈에 보기에도 도상의 유사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의 복장은 물론 인물을 묘사한 선묘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용장군 초본은 제주도 무신도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제주도에 남아있는 무신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내왓당 무신도 하나만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왓당 무신도의 봉안 위치가 명확하고 추정 연대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내왓당 무신도가 제주도 무신도를 대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용장군 초본은 제주도 무신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도5).
이번 시간에는 제주도 무신도인 내왓당 무신도와 용장군 초본을 비교해보았다. 다음에는 다른 지역의 무신도와 용장군 초본을 비교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용장군 초본이 어느 지역 무신도를 그릴 때 쓰던 초본인지 알려면, 무신도 지역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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