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망을 담다 – 백수백복도 초본Ⅰ

도1-1, 도1-2 백수백복도 초본, 지본수묵, 개인 소장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백수백복도 초본이다.
이 초본을 통해 사람들의 소망은 모두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수백복도 초본

백수백복도는 100개의 수壽자와 복福자를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실제 유물을 살펴보면 100개가 넘는 경우도 있고, 100개가 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100이라는 숫자를 사용한 것은 100이 완전한 수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100(백)을 우리말로 읽으면 ‘온’이라고 하는데, 이는 ‘온 세상’, ‘온 국민’ 등 ‘전부의’ 라는 뜻을 지녔다. 다시 말해 100개의 수壽자와 복福자는 세상의 모든 수복壽福인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백수백복도 초본은 온전하지 못하다. 이 초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사진자료로만 남아있기 때문에 유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유물 전체가 다 나온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초본 속에 그려진 글자의 수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사진을 통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첫 번째 특징은 초본이 한지에 그려졌다는 점이다. 초본에서 훼손된 부분을 살펴보면, 한지에서 볼 수 있는 장섬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초본이 한지에 그려진 초본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초본이 선묘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 초본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가는 선으로 백수백복도 속 글자의 외곽선을 그려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현재 남아있는 백수백복도를 살펴보면 굵은 필선으로 그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유물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가는 선으로 윤곽을 그린 후 그 사이를 먹으로 채워 넣어 그린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초본은 백수백복도의 복잡한 선을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외곽선을 그린 초본임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초본 속 글자가 12자 이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 폭당 글자 수가 12자 이하일 경우, 이 초본을 사용해 그린 그림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초본을 바탕으로 그린 유물을 찾아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정보라 할 수 있다.

도2 백수백복도, 지본수묵, 93×27㎝×12,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위당韋堂 김문제金文濟가 그린 백수백복도?

이번 시간에 소개한 초본과 유사한 형태의 유물이 가회민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백수백복도는 총 12폭의 그림으로, 12폭 중 1폭에는 각 폭당 12개의 글자가 그려져 있다. 마지막 1폭에는 8개의 글자가 그려져 있고, ‘做古鐘鼎 篆隷之韻 韋堂金文濟峕年七十’이라는 화제가 쓰여있으며, 화제 아래에는 낙관이 두 개 찍혀있다.
이 백수백복도를 그린 위당韋堂 김문제(金文濟, 1846~ 1931)는 조선 말기의 문신으로, 1874년(고종 1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후 예문관검열, 세자시강원설서世子侍講院說書·의정부사인, 이조참의·좌참찬 등 여러 벼슬을 지냈다. 그는 일본 정부에 협조하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청렴한 생활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김문제는 그의 청렴함보다는 서예 분야에서 더욱 유명한데, 추사 김정희의 종손으로 김정희의 서체를 이어받아 백수백복도를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백수백복도는 진짜 김문제가 그린 그림일까? 유감스럽게도 김문제가 직접 그린 그림일 가능성은 낮다. 다음 시간에는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김문제의 백수백복도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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