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선에 담긴 민화의 꿈 책가도(초본 4폭)

먹선에 담긴 민화의 꿈 책가도

민화는 이미 그려져 있는 밑그림인 ‘본’을 따라 바탕을 그리고, 그 위에 채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판화 형태의 민화가 발전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판화 형태의 민화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사대부계층에서는 판화를 매우 질이 낮은 그림으로 생각하였으며, 일반 서민들 또한 판화보다는 붓으로 그린 그림을 선호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서민들부터 사대부계층에 이르는, 민화에 대한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방책으로 ‘본’을 사용한 제작방식을 선택하였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책가도초본 지본수묵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책가도초본 지본수묵

이제 가회민화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가도 초본 4폭을 살펴보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문양을 간단하게 그려 넣고 각 부분마다 그 부분에 들어가야 할 색채명과 기법을 함께 적어놓았다. 화가들이 밑그림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고 그 내용을 따라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의 가장자리가 찢어지고 얼룩이 있는 등 초본의 보존상태가 좋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이러한 초본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초본 외에도 현재 남아있는 다른 초본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밑그림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각 부분에 들어가야 할 색채명과 기법을 함께 적어놓았다.
이 초본을 바탕으로 하여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는 통도사성보박물관에 소장 중인 서가도 8폭 병풍이 대표적이다. 이 병풍의 형태를 통해 책가도 초본 또한 원래 8폭이 존재했으며, 나머지 책가도 초본의 밑그림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책가도 초본과 통도사성보박물관 책가도를 비교해보면, 초본에 쓰여있는 내용들은 참고용일 뿐 화가의 성향이나 제작자의 주문에 따라 색채와 기법, 그림 내용까지도 언제나 변형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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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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