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옥션 대표 공상구

저평가된 한국 고미술품 단계적으로 성장시켜갈 것

지난 5월 마이아트옥션에서 70억 원에 낙찰된 <백자청 화오조룡문호>는 한국 고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미술시장의 호조를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경 매시장의 빛나는 주역, 마이아트옥션의 공상구 대표가 바라보는 고미술시장과 민화 이야기.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급랭모드로 얼어붙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미술품 전문 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이 괄목할 만한 성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은 약 811억 원으로 지난해 1446억 원의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 미술품 경매시장이 거의 반토막난 셈이다. 거래액 1위는 낙찰총액 301억원(지난해 상반기 526억 원)을 기록한 케이옥션, 2위는 286억 원을 기록한 서울옥션(지난해 상반기 758억 원), 3위는 152억 원을 달성한 마이아트옥션(지난해 상반기 57억 원)이다. 상위 3개사 중 마이아트옥션만 전년 대 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상반기 낙찰가 1위는 마이아트옥션이 개최한 제48회 메이저 경매에서 70억 원에 낙찰된 <백자청화오조룡문호白磁靑畵五爪龍文壺>가 차지했으며 2위는 서울옥션에서 25억 원에 거래된 쿠사마야요이의 < Infinity-Nets Green(TTZO) >, 3위는 케이옥션에서 15억 원에 거래된 김환기의 <북서풍 30-Ⅷ-65>이다. 업계에서는 ‘회화가 아닌 조선시대 백자가 최고가 1위를 차지한 건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지난 4월 내놓은 ‘1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는 ‘마이아트옥션의 놀라운 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1분기 고미술 및 한국화 부문의 낙찰가 TOP10 중 7점이 마이아트옥션에서 거래됐다는 것. 또한 1분기에 진행된 메이저경매 출품작 수량 중 고미술 및 한국화 출품작 수량이 67%라는 점, 매출액이 2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미술·한국화 부문의 잠재적인 가치와 이로 인한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미술시장의 복권復權이 본격화되는 것일까.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를 만나 고미술시장의 흐름과 향후 계획, 그리고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찰액 70억 원도 저렴, 고미술시장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업계의 핫이슈, 한국 고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백자청화오조룡문호>를 낙찰시킨 소감으로 운을 뗐다. 과거 최고가 작품은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철화백자용문호>로 낙찰가 841만 달러(당시 한화 66억 원)였다. 지난 3월에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8세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가 456만 달러(한화 6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마이아트옥션이 27년 만에 최고가 역사를 새로 쓴 것. 그러나 공상구 대표는 이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하나를 뒀을 뿐이라 담담히 말했다.
“고미술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려면 일련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어떻게 한 번 만에 최고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겠어요. 한국 고미술품은 저평가 돼 있습니다. 작품이 지닌 높은 가치에 비하면 70억 원은 오히려 저렴한 거죠. <백자청화오조룡문호> 위탁자도 시작가 70억 원에 아쉬워하면서 오래 망설이다 내놓으셨어요. 다행히 그 가치를 충분히 알고 계신 분이 낙찰 받으셨지요. 낙찰자분께서 항아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게 압구정 50평 아파트 값밖에 안된단 말이야?’ 진심으로 작품을 사랑하는 분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예요. 그날 경매를 기념하는 회식자리에서 제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번 낙찰 건은 희생정신으로 명품을 내놓은 위탁자와 어려운 경기에서 기꺼이 돈을 내놓은 구매자 두 분이 빚어낸 예술’이라고. <백자청화오조룡문호>가 70억 원에 낙찰된 건 고미술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 대표는 최근 고미술시장의 호조에 대해서도 차분한 기조를 이어갔다. 앞서 언급했듯 이제 겨우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어린 시절, 부친인 공창호 회장이 공화랑을 운영할 당시 뭉칫돈을 쥔 사람들이 화랑 앞에 진을 치고 찜해둔 작품을 서로 가져가겠다며 목청 높이던 모습, 요즘과 같은 경비·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전시를 진행할 때면 공 회장이 날마다 겸재, 단원 등의 명작들을 자가용에 한가득 싣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그다.
“과거 호황기를 누렸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겨우 15% 정도 회복됐다고 봅니다. 아직 멀었어요. 작품을 잘 ‘대접’해주기만 한다면 생각지 못한 작품이 쏟아질 거예요.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가진 작품들이 숨어 있어요. 그걸 끌어내는 것이 저희 몫이겠죠. 환경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고미술품 수출 규제 조항으로 시장의 판을 키우지 못하게 막는 구시대적 문화재 보호법이 개선돼야 하고, 미술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해져야 합니다. 컬렉터는 귀동냥으로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사야 해요. 그러려면 공부해야 됩니다. 사람들 따라 몰려다니며 작품을 사는 건 투기죠.”

민화 화단의 전방위적 노력이 전통채색화의 가치 드높여

민화나 궁중회화 등 회화의 흐름은 어떨까. 공 대표는 민화계 이론가들의 활약과 민화 화단의 관심에 힘입어 최근 5~6년 전부터 전통채색화의 가치가 훌쩍 높아졌다며 반색했다.
“옥션 회사를 운영한 지도 13년차인데, 첫 경매에서부터 전통채색화를 다뤘습니다. 전통채색화에 대한 시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민화계에서 ‘독수리 오형제’라고 표현하는 이론 및 실기 전문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웃음). 연구 부문엔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과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책임학예사, 국제화 부문엔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 교육 부문엔 송창수 동덕여대 교수, 화단 전반을 아우르는 유정서 월간
민화 발행인. 이분들께서 서로 활발히 협력하시니 전통채색화 시장이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죠. 민화를 그리는 작가님들의 열정도 대단하시고요. 이렇게 똘똘 뭉쳐있는 분야는 처음 봤어요. 이렇듯 바이어가 아닌 분들이 ‘우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작품 가격이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저변이 넓어진다는 거죠. 일례로, 2015년 이전만 하더라도 ‘요지연도’하면 3억 원짜리 경기도박물관 소장품이 최고가 작품이었어요. 이후 9억, 10억짜리가 등장했고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한 요지연도가 저희 경매에서 20억 원에 낙찰됐지요. 민화 화단의 전방위적 활동이 결국 20억 원에 달하는 요지연도를 탄생시킨 것과 다름없어요.”
이처럼 공 대표는 민화 화단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마이아트옥션에서 현대민화 경매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매의 특성상 잠재적인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은 헐값에 팔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작가들의 경우 경매보다 전시를 통해 진면목을 알려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백자청화오조룡문호>, 18세기, 높이 56㎝, 구경 19.5㎝, 저경 20㎝
마이아트옥션이 개최한 제48회 메이저 경매에서 70억 원에 낙찰되었다.

‘슈퍼맨’ 아버지 닮고파 고미술계 입성

공상구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으며 2011년 마이아트옥션을 설립했다. 그의 부친인 공창호 마이아트옥션 회장의 뒤를 이어 고미술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이 마치 슈퍼맨 같았어요. 평소 온화하시면서도 일에서만큼은 철두철미하신 아버지를 닮고 싶었죠. 고미술업에 뛰어들면 나도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처음엔 아버지께서 이 일이 험하다며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굳이 하고 싶다면 서울대를 가라고 하셨죠. 결국 서울대 동양화과에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그림은 못 그리지만 서예를 오래 했거든요(웃음). 테스트도 하셨습니다. 하루는 미국 뉴욕 소더비 옥션 도록에 나와 있던 겸현 우상하의 호랑이 그림을 슬쩍 보여주셨어요. 제가 그 그림을 보자마자 ‘집에 있는 그림과 비슷하다’고 했더니 속으로 합격점을 주셨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일을 하면 할수록 애정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게 재미있었죠.”
마이아트옥션의 2021년 메이저 경매·온라인경매 낙찰총액은 93억 원, 2022년 메이저 경매·온라인경매 낙찰총액은 130억 원이다. 152억 원을 기록한 올해 상반기 메이저경매·온라인경매 낙찰총액은 지난해 1년 낙찰총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공 대표는 만족하지 못한다.
“매출만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송구스럽지만, 매출 150억 원이라는 건 부끄러운 이야기예요. 다른 산업에서도 몇 천억 단위는 거뜬하지 않습니까. 갈 길은 멀지만,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호안우보虎眼牛步의 자세로 한걸음씩 내딛는 공상구 대표.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는 경매 현장 속에서 결국 ‘진심만이 통하더라’는 그의 말처럼, 요동치는 미술시장에서 고미술시장에 대한 그의 진심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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