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전국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기획전시가 연이어지고 있다.
민화 작가가 참여한 테마전시를 비롯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故이만익 작가 재조명전 등 민화인들에게 창작의 모티프를 안겨줄 행사가 풍성하다. 천고마비의 계절, 영감을 살찌울 전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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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 작가 재조명전

이만익 – 별을 그리는 마음

소마미술관이 故이만익 작가의 10주기를 맞이해 작가 재조명전 <이만익-별을 그리는 마음>을 개최한다.
보기 드문 초기작까지 대거 공개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고뇌어린 시간과 우리네 문학과 풍경을 열렬히 사랑했던 서정적 면모까지 두루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문지혜 기자

그림이 자기다워진다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자기는 되어져 완성된 채로 있는 것이 아니며 유동하기 때문이다. 또 그림과 더불어 자기도 변모된다. 작가는 그 순간순간에 성실하여야 하며 솔직해져야 한다. 화가는 철저한 자기 부정의 고비를 넘겨야 하며 언제고 닥치면 또 넘어보겠다는 각오가 서야만 할 것이다.
– 《이만익 에세이:그립다·보고싶다·갖고 싶다》 (1999)


한국 전통에서 ‘가장 자기다운’ 미감을 발견한 이만익(李滿益, 1938-2012) 작가. 판화를 연상케 하는 뚜렷한 선과 색감으로 독보적 미감을 구축한 그의 작품은 전통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민화 작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故이만익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현재) 소마미술관이 2023년 2월 5일(일)까지 작가 재조명전 <이만익-별을 그리는 마음>을 개최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만익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잘 알려진 굵은 선과 화사한 색감의 작품은 물론, 그의 초기작까지 아울러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임지연 소마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며 이만익 작가의 독자적 화풍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 초기작의 비중이 50%에 달하며 작품 전량 모두 유족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것에서 찾은 ‘나다움’

이만익 작가는 경기중 3학년이던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미술신동’이었다. 당시 중학생이 국전을 수상한 사실이 논란이 되는 바람에 공모전 규정에 ‘대학 3학년 이상 출품가능’이란 조항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진학한 그는 3학년이 되자마자 보란 듯 국선에서 세차례 연속 특선을 수상했지만 ‘나다운’ 그림에 대한 갈증은 가시질 않았다. 급기야 백일 된 아들과 아내를 한국에 남겨둔 채 프랑스 유학을 택했고, 역설적으로 외국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에 눈뜨게 된다. 그간 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기법을 덜어내고, 가장 원초적인 선과 색만으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이룩한 것이다.
전시 1부에서는 1950년대 전쟁을 전후로 제도권 미술계 안에서 그린 초창기 유화 작품을, 2부에서는 이만익 작가의 독창적 화풍이 잘 드러난 1960-1980년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카이브실에서는 드로잉, 사진, 도서를 비롯해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역임했던 그의 제작물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도슨트 오디오는 아카이브실에 전시된 그의 저서 《이만익 에세이:그립다·보고싶다·갖고 싶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

동 아시아 민화의 뿌리-중국 년화

새해가 되면 복을 기원하며 대문이나 집안 곳곳에 그림을 붙인다. 다양한 상징에 서민들의 꿈과 소망을 오롯이 담아 그린다. 대중과 친숙한 민중의 예술, ‘민화’다. 중국에도 그런 민화가 있다. ‘년화年畵’라 불리는 중국의 민중회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종류와 내용 또한 다양하다. 고판화박물관은 동 아시아 민화의 뿌리라 불리는 중국 년화, 그중에서도 쉬이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 70점을 선별해 12월 31일(토)까지 특별전을 선보인다.

글 김송희 기자 사진 고판화박물관 제공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9월 23일(금)부터 12월 31일(토)까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동 아시아 민화의 뿌리-중국 년화>전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선학 관장이 최근 5년여 동안 수집한 新유물로 텐진 양류청, 소주 도화오 등 중국 유명 년화 산지를 망라하고 다양한 문신, 고사, 희곡, 미인, 화조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는 점이 큰 미덕
이다.
주요한 작품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텐진 양류청에서 총 초기에 제작된 <화조도> 6곡 병풍이다. 이 중 2점은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초충도 1폭과 화조도 1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초로 공개되는 <오곡풍등> 초충화훼도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도1). 1미터에 가까운 대형 화면에 목판으로 테두리를 찍은 후 색깔을 바른 판인필회版印筆繪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중국의 유명 화점인 ‘대염증戴廉增’ 화점畵店에서 제작되었다.
병풍 중 또 다른 작품인 <화조도>는 제목이나 발행화점의 표기가 따로 없으나 판화의 미감이나 색감 등을 따져 보았을 때 대염증 화점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도2). 이 또한 판인필회版印筆繪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색 판화의 색감이 조화로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서양의 동판화기법이 가미된 청 중기 소주 도하오에서 생산된 세계적인 판화인 <‘수’ 문자도> 작품과 유명 희곡인 호접배 년화, 담랑(사마귀) 삼동도 등이 주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미인도 년화와 동자도 년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도3), (도4). 목판년화를 대신하여 서양에서 전래된 새로운 인쇄방법인 석판년화가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고사년화인 ‘삼국지 장판파’ 석판년화와 ‘십일면관세음보살’ 석판화 작품 또한 쉬이 만나볼 수 없는 희귀한 작품들로 놓쳐선 안 될 관람 포인트다.
한선학 관장은 “동 아시아 민화의 뿌리인 중국 년화를 관람하면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민화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볼 수 있는 귀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국립광주박물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가 지난 9월 26일(월)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역 연계망을 활용해 2024년까지 ‘故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국립광주박물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남도가 굵직한 특별전으로 2022년 가을의 대미를 장식한다. 시대와 장르를 망라한 유수의 명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故이건희(李健熙, 1942-2020) 컬렉션’의 지역 순회전이 광주 지역을 시작으로 경남, 부산에서 연이어 개최된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지난 10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에서는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과 가치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 미술계에 서양화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역사적으로 변화되어가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맥락을 훑을 수 있다.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50점), 대구미술관(7점), 전남도립미술관(6점), 광주시립미술관(30점)이 소장한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45명의 작가 9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개최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 첫 번째 지역 특별전을 개최한다.
당시 선보였던 문화재들을 토대로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정리 중인 이건희 기증 고려청자를 포함, 한국 39건 62점의 새로운 전시품까지 총 170건 271점을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와 겹치지 않도록 근현대 미술품은 빼고 조선전기 화원 이상좌의 <이상좌불화첩李上佐佛畫帖>(보물)을 비롯하여 김홍도의 <답상출시도踏霜出市圖>, 홍세섭의 <화조도> 등 고미술 명작 위주로 특별전을 구성했다. 서울에서 열린 전시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와 김홍도의 마지막 기년작인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또한 광주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지난 10월 28일(금)부터 내년 1월 25일(수)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11월 11일(금)부터 1월 29일(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한다.
한편, 지난해 4월 故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문화재와 명작 등 수집품 2만 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기증 1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부터 4개월 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었던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는 관람객 34만여명이 다녀갔다.
2023년에는 대전광역시를 비롯한 7개 지역(대구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2024년에는 제주를 비롯한 3개 지역(전북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충남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

작지만, 그 가치는 결코 작지 않은 신비의 세계. 국립춘천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풀벌레 그림을 테마로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 작가 혜진과 공동 작업한 그림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글 문지혜 기자 자료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보이지 않는 티끌 하나에도 온 우주가 담겼다 《화엄경》’고 할진대, 하물며 생명을 지닌 곤충의 세계는 어떠하랴. 옛 사람들은 풀벌레를 통해 세상살이를 보았고, 그 깨달음을 그림으로 나누고자 했다. 이 같은 선조들의 혜안에 주목, 국립춘천박물관이 개관 20주년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을 개최한다. 김울림 국립춘천박물관 관장은 “옛사람들은 풀벌레를 자세히 관찰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였으며 이를 그림으로 그려 교훈이나 소망을 담고자 하였다. 옛 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소개하여 이를 ‘공존’이라는 가치 속에서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날개를 지닌 나비, 매미와 같이 우는 벌레를 그린 작품으로 구성된 1부 <날고飛, 울다鳴>, 사마귀나 쇠똥구리 등 기어가는 벌레와 고슴도치 그림을 선보이는 2부 <뛰고躍, 기다蠉>, 화보 속 사생寫生의 흔적을 통해 옛 화가들의 시선과 화법을 조명한 3부 <풀벌레를 관찰하는 시선과 화법>으로 전개되며 정선·심사정 등이 그린 초충도를 포함해 79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소장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주요 박물관·미술관 소장 문화재 가운데 엄선된 작품으로 구성했다.

현대 민화 작가와 함께 한 특별전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혜진 민화 작가와의 콜라보 작업이다. 혜진 작가의 작품으로 박물관 특별전 타이틀벽을 전시했으며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나왔던 작품을 비롯해 총 7점의 민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혜진 작가는 출품작에 대해 “옛 그림을 모티브로 고양이가 보는 풀벌레를 바라보는 시점, 풀벌레가 주인공인 그림 등 다양하게 확장하여 작업했다.
그림에서는 기르던 고양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 길냥이 등 다양한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고양이’에 생명이 순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별전과 연계해 인문·예술 강좌,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한다. 풀벌레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잊고 있던, 또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될 것이다.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 <미물지생微物之生에 우주가 있다>

본태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시

삶을 아름답게, 생활을 풍요롭게

본래의 형태, 본래의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를 지닌 본태박물관이 10주년을 기념하며 특별한 전시를 개최했다. 민화가 지닌 여러 가지 길상의 의미를 테마로 삼아 병풍 대작大作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다채로운 민화를 통해 우리 그림의 ‘본태本態’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글 김송희 기자 사진 본태박물관 제공

본태박물관이 10월 14일(금)부터 12월 31일(토)까지 개관 10주년 기획전 <삶을 아름답게, 생활을 풍요롭게>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 병풍 34점과 1점의 화첩을 만나볼 수 있다. 민화가 지닌 여러 길상을 테마로 전시가 구성된다는 점이 큰 미덕이다.
첫째는 번영과 출세다. 여기서는 <책거리>, <금계도>, <곽분양행락도>, <백동자도>를 통해 후손들이 출세하여 잘 되길 바라는 선조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음으로 규범과 교훈에 주안점을 둔 테마가 이어진다. <문자도>, <구운몽도>, <고사인물도>, <삼국지연의도>가 주요 작품으로 전시되는데 작품 면면에서 당시 사람들이 주요하게 생각하던 덕목과 교훈 등을 오롯이 발견할 수 있다. 민화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이라면 바로 이것일 테다. 바로 건강과 장수. <십장생도>, <청록산수도>, <요지연도> 등 스케일이 큰 작품이 이어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했던 요즘이기에 더욱 마음 깊이 와닿는다. 꽃 중의 왕 <모란도>가 주요 작품으로 전시되는 곳에서는 부귀와 영화를 <화조도>와 <호렵도>가 주인공으로 펼쳐진 곳에서는 평안과 안녕을 염원해볼 수 있겠다. 궁중장식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일월오봉도>와 <책가도> 또한 놓칠 수 없는 작품인데 그 옛날 왕실의 권위와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기세가 대단하다.





이처럼 민화에는 사람들이 소망하고 기원하는 일반적인 꿈과 바람이 담겨있다. 건강하고 장수하길 바라는 마음,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 부귀영화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 등 민화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소망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시 관계자는 “지금 우리와 같은 마음을 소망하던 선조들의 그림을 통해 현재와 이어진 전통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그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민화뮤지엄 <민화의 비상>展 Chapter.3

민화, 조선의 팝아트

‘민화는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용감하게 탈피하고 현대민화의 범주를 다각도로 확장해 나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한국민화뮤지엄이 기획한 시리즈 전시 <민화의 비상>展이 어느새 세 번째를 맞이했다. 이번엔 팝아트와 민화의 만남이다.

글 김송희 기자 사진 한국민화뮤지엄 제공

한국민화뮤지엄(관장 오석환, 오슬기)이 다가오는 11월 2일(수)부터 11월 7일(월)까지 서울 한국미술관에서 <민화의 비상>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슬기 관장의 기획으로 2019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시리즈 기획전, 그 세 번째로 ‘민화, 조선의 팝아트’라는 주제로 참신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면서 신선한 환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에서는 한국민화뮤지엄과 조선민화박물관 소장품 중 팝아트적인 표현이 관찰되는 유물과 전시를 위해 선정된 29인의 현대민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슬기 관장은 전시에 들어가기 전 “개별 작품에서 관찰되는 시각적 유사성과 더불어 그 시작점에서 수반되었던 사회, 경제적 변화, 예술 향유 계층의 저변화, 작품에 활용한 모티브의 원천 등에서 민화와 팝아트는 서로 닮아있다”며 귀띔했다. 팝아트가 1950~60년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소수 엘리트가 독차지하던 유미주의 예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과 삶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열었다면, 민화는 조선 후기 새롭게 부상한 여항인이나 부유한 상인계급을 기반으로 과거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회화가 저변화되는 과정에서 탄생됐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민화에서 시각적인 면으로도 팝아트와 유사한 표현을 관찰할 수 있다. 일례로 도식화된 윤곽선, 평면적이고 정형화된 도상 표현 방식은 신문 삽화나 만화를 활용한 팝아트, 책거리의 다시점, 역원근법에서는 팝아트의 콜라주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 관계자는 “팝아트라는 개념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팝아트와 유사한 표현이 서구 사조가 소개되기 전 이미 민화에 내재되었던 것”이라고 전하며 “이전 1회, 2회 전시에서 살펴본 민화의 현실주의, 표현주의와 유사한 표현이 민화에 이미 나타나 있다는 사실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화의 비상>展은 11월 10일(목)부터 12월 25일(일)까지 영원관광센터에서 앵콜 전시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상설전시

대한제국 첫 궁중 연회

조선시대 궁중에서 열린 행사들을 기록한 그림들은 시기에 따라 제작 주체나 의도가 달라지기도 했는데, 때때로 이러한 그림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되기도 했다. 대한제국의 첫 번째 궁중 연회를 그린 <신축진찬도>는 황실 위상을 강화하려던 고종 황제의 의지가 담겨 있다.

글 우인재 기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열린 여러 궁중 행사들 중 일부는 기록화로 전해지고 있다. 16-17세기에는 행사 담당자들의 결속을 다지고자 그림을 제작해 나누어 가졌고, 18세기 영조대부터는 제작된 그림을 왕실에 바쳤다. 이후 18세기 후반 정조대에 들어서는 왕실에서 행사 장면을 병풍으로 제작해 관련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왕실 기록화는 제작 시기에 따라 제작 주체와 의도가 달라지곤 했는데,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황실 연회를 그린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에서는 고종 황제와 황태자(순종)의 황실 위상을 강화하고자 했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오는 12월 25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 전시되는 <신축진찬도>는 1901년(신축년) 음력 5월에 열린 대한제국의 첫 번째 궁중 연회를 남긴 기록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실의 어른인 효정왕후의 71세를 경축하는 이 행사는 경운궁(현재의 덕수궁)에서 개최되었다. 여러 날에 걸쳐 열린 연회 중에서도 특별히 다섯 행사의 장면을 10폭 병풍에 옮겨 담았으며, 황제의 나라인 대한제국의 위상에 맞는 기물과 복식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사료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600여 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수많은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예술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현재 서양 미술의 근간을 형성할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글 우인재 기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여 년 동안 수집한 컬렉션이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에 찾아온다.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가톨릭 신앙과 수도원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645년이라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유럽을 지배했다. 기나긴 통치기간 동안 오트스리아와 유럽의 수많은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화가와 음악가 등 문화예술 분야를 후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10월 25일(화)부터 2023년 3월 1일(수)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서는 피터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얀 브뤼헐 1세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명화와 공예품 등 96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 중에는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갑옷 4점도 전시되며, 이를 통해 당대의 역동적인 시대상과 분위기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1892년 고종이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가 13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양국간 수교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16~19세기까지 수집한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작품을 통해 유럽과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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