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시대와 문화를 담다! 근현대 디자인박물관

근현대 디자인박물관
근현대 디자인박물관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개화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박암종 관장이 25년간 수집한 관련 자료 1,60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새로운 시각의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외국에서 유입된 디자인적인 요소와 한국 고유의 공예적인 요소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아름답게 직조된 우리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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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처럼 시대 밝혀온 디자인

2008년 개관한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 박암종, 이하 박물관)은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지어졌다. 2층과 3층은 상설전시장으로, 지하 1층은 특별전과 세미나 등 행사가 이루어지는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1층은 차를 마시며 전시를 둘러본 소감을 나누기 좋은 카페, 4층은 학예연구실, 5층은 디자이너들이 모일 수 있는 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상설전시장은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생산된 디자인 자료들을 일곱 시기(태동기, 정체기, 발아기, 초창기, 발전기, 도약기, 성숙기)로 구분, 전시한다.
시대별로 디자인의 변천을 살펴본다는 것은 달리 말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살피는 또 하나의 기준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시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인간의 손을 거쳐 실체화된 모든 생산물이 곧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읽는 근현대

좁은 의미의 디자인은 주로 제품디자인과 관련되며, 산업 혁명을 거치며 제품을 대량 생산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개념이다. 이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디자인 태동기는 역사상 개화기에 해당된다. 1800년대 후반,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의 지배를 받으며 정체기에 접어든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디자인 선각자들이 유럽의 개념과 문물을 일본식으로 풀어낸 디자인을 접하게 된 시점이다. 한쪽에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공예의 개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시기다. 특히 1930년대는 모더니즘의 시기로 이상이 디자인한 김기림의 기상도(1936) 표지 장정은 지금 보아도 파격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순수 예술가들이 디자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1945년 광복과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친 발아기에는 사회주의를 선전하는 정치선전물이 많이 등장했으며 점차 대학에 디자인학과가 개설되는 등 디자인이 중요하게 대두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인 1961년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디자인은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각종 진흥정책이 집중되었다. 디자인 전문지인 월간 <디자인> 창간과 포니자동차를 앞세운 1976년 발전기에는 각종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며 국가역량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도약기에는 한국적인 디자인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우리 디자인의 정체성을 고심하는 시기였다. 2000년대 성숙기에는 이런 고민이 국제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성과를 보였다.
이런 역사적 흐름을 언론 매체, 단행본, 포스터와 같은 인쇄물과 제품 및 포장, 광고 디자인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경험이 이 박물관만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박암종 관장은 상설전시 기획의도에 ‘밤하늘에 빛나는 7개의 별-북두칠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북두칠성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곧 박물관의 소장품인 셈이다.

일상의 미적 가치를 재조명한 기획전시

박물관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우리 주변의 디자인을 발굴해 주목할 만한 기획전을 꾸준히 열어온 기획력을 꼽을 수 있다. 이 기획전들은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현재 디자인산업의 최첨단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이나 실험적인 디자인을 소개해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의 교본이 되기도 하고, 미처 그 기능과 미적 가치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친숙한 일상품을 전시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도 한다.

박물관은 아이디어 보물창고

특히 민화작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이 될 법한 전시들도 눈에 띈다. 이들 전시에는 민화와의 공통점이 있어 더욱 눈길이 간다. 2009년 경인년 호랑이 맞이 <어흥~전>, 2012년 개관4주년기념 특별전 <간판역사100년전-간판, 눈뜨다>, 2014년 개관6주년기념 특별전 <이발소그림전-별천지신천지> 등이다.
<어흥~전>은 전통적인 호랑이의 도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해학적이면서도 용맹한 우리 호랑이의 멋을 살리면서 각자의 개성을 더한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간판, 눈뜨다>전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을 통한 시대상 읽기를 시도했다. 개화기 세계 각국의 담배를 선전하는 간판이나, 윗부분에 고리를 달아 거는 작은 간판 등 관람자들의 향수를 자아내는 다양한 간판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암종 관장은 “과거 민화가 실용화로서 집안을 장식했던 풍습이 시대를 내려오면서 점차 변했다. 더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형 간판으로 집안을 장식하는 사례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며 민화와 간판 그림의 관계를 설명했다.
지난가을에 있었던 <이발소그림전>은 1960~70년대 대량으로 유통되며 서민들의 그림, 이발소그림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흔히 이발소그림이라고 하면 저렴하고 저급한 것으로만 인식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디자인적 요소-과감한 생략과 색채-와 서민들의 예술 향유 욕구를 충족시켜준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화제가 되었다.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는 박물관

사립박물관은 나라의 지원이나 설립자 개인의 자본금만으로 운영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수준 높은 전시를 꾀하고 양질의 교육을 선사하는 문화예술 기관으로 거듭나기까지 수입 증대를 통한 안정적인 운영은 필수요소다. 박물관 운영 경력 7년차에 접어드는 박암종 관장의 비법은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 다른 곳과 차별화된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차별화된 문화상품과 교육

이를 위해서는 박물관의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상품의 개발과 일반 대중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남과 같아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콘텐츠가 기본입니다. 문화상품도 어디에나 있는 거라면 굳이 사려 하지 않아요. 박물관이 보유한 콘텐츠를 응용하면 어디에도 없는 상품이 나오죠.”
박 관장은 도깨비를 소재로 개발한 페이퍼토이를 소개했다. 박물관의 소장품에서 이미지를 따오고 각양각색의 소망을 담아 캐릭터화했다. 돈돈깨비, 튼튼깨비, 다산깨비 등이다. 근대의 일러스트를 포스터잇이나 엽서, 파일 등으로 제작한 상품들도 인기라고 한다.
또 대학 전공과정과 맞먹는 교육으로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고, 청소년들에게는 흥미·적성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학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편집디자이너인 박 관장의 경력과 인맥을 살려 전문 강사진이 진행하는 디자인 역사문화 아카데미와 진로 직업체험 프로그램, 어린이 창의체험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다. 관람객들이 1시간 안에 완성해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험도 다채롭다.

mini interview.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박암종 관장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우리 박물관에서 확인하세요”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박암종 관장아무리 일제가 강압적으로 우리 것을 탄압하려고 해도 우리 공예와 예술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해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일본인이 먼저 알아보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또 하나의 디자인이 들어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가 들어오는 일이라, 개화기에는 신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외부의 것이 물밀 듯이 들어오는 시기였어요. 전통과 현대, 우리 것과 남의 것이 혼재되는 양상도 보이죠. 우리 디자이너 역시 선진국의 문물을 선망하거나 다소 경도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국적인 요소를 자신의 디자인에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결과물이 미쓰비시 백화점에서 포장재로 사용했던 비천상 보자기라거나 귀면 또는 치우천왕의 도상을 활용한 ‘붉은 악마’의 이미지 등이죠. 우리 DNA 안에 내재한 콘텐츠가 자꾸 발현되는 겁니다.
이런 우리의 역사가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이 흔치 않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더욱 입소문이 나고 많이들 찾아오고 있어요. 그러나 남녀노소 전공불문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30길 36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연휴
  • 관람요금 : 대인 5,000원 / 소인 4,000원
  • 문의 : 070-7010-4346~7

 

글 : 윤나래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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