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 김현자의 채색화 문양실기 – ‘화문華文 F lower Pattern’ 그리기

<영조법식>의 화문에는 9종류가 있다. 이 중 해석류화海石榴華, 목단화牡丹華, 연하화蓮荷華의 상징적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들 문양은 덩굴풀이 뻗어나가는 듯한 당초唐草무늬로 꽃과 어울려 그려지기도 한다.


해석류화海石榴華, 석류의 상징적 의미

석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다산과 자손의 번 영을 상징한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인물 장건(張騫, ?~B. C.114)이 황하의 근원지를 찾아보기 위해 서역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안석국安石國에 들러 석류를 가져왔다고 전 해진다. 석류와 관련된 중국의 옛 문양 가운데 ‘유개백자榴開百子’ 라는 도안이 있는데, 이는 아들을 많이 낳을 것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당나라 때 학자인 이연수李延壽가 편찬한 《북사北史》 제56권 에는 다음과 같 은 기록이 실려 있다.

“제齊의 안덕왕安德王 연종延宗이 조군趙郡 이조수李祖收 의 딸을 왕비로 삼았다. 후에 황제가 이택안李宅晏을 총애 하자 왕비의 어머니 송씨가 석류 두 개를 황제에게 바쳤는 데, 여러 사람에게 물어도 그 뜻을 알지 못하자 황제는 그 만 던져버리고 말았다. 이조수가 아뢰기를 “석류는 자방子 房 속에 알갱이가 많습니다. 왕께서 새로 혼인하셨기에 왕 비의 어머니가 그 자손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친 것 입니다”하였다. (그 뜻을 깨달은) 황제는 크게 기뻐하여 이 조수를 경卿의 반열에 오르게 하고, 아름다운 비단 두 필 을 하사하였다.”

고사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석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 김현자, 산을 바라는 기복의 상징이었다. 조선시대의 전통 혼례용 활 옷이나 원삼에는 주로 석류·포도·동자 문양이 장식되는데, 이는 열매가 많이 맺히는 것처럼 자손, 특히 아들을 많이 낳 으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석류모양으로 조 형된 비녀 ‘석류잠石榴簪’이 여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또한 석류는 문갑이나 장롱, 도자기 등의 장식문양으로도 애 용되었고, 사군자四君子 다음으로 그림의 소재로 각광받았 다. 또 석류는 불교에서도 생명 잉태와 자손 번영의 의미로 상징되기도 했다.

목단화牡丹華, 모란의 상징적 의미

모란꽃 문양은 연꽃보다 약 천 년 뒤에 나타났다. 상고上古 시절에는 모란을 목작약으로 불렀으나, 당 이후 목작약을 모란이라고 불렀다. 당나라 측천무후 때 모란이 장안에 크 게 번성하였다고 하며, 이후 모란은 번영과 창성을 의미하 는 꽃이 되어 부귀와 행복의 상징으로도 널리 애호되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피일휴(皮日休, 834~883)가 지은 시구 가운데 모란을 노래한 유명한 구절이 있다. “다 떨어지고 남은 붉은 꽃잎에서 비로소 향기를 토해내는데, 사람들은 모란을 ‘꽃 중의 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른다네” 바로 이 때문에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일컬어지며, 일품의 관직과 최고의 지위를 상징하게 되었다. 송나라 유학자염계 주돈이(周敦燎, 1017~1073) 역시 <애련설愛蓮說>에서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자이다…” 라고 하여 모란이 부귀를 상징함을 찬송한 바 있다. 이처럼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으로서 불화 또는 민화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연하화蓮荷華, 연꽃의 상징적 의미

연꽃은 우리나라 단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양요소이 다. 연꽃은 아시아 남부와 북호주가 원산지이지만, 이집트· 그리스 등지에서도 생명창조와 영원불사의 상징으로 이용 되었다. 불교에 앞서 생겨난 브라만교의 신화 중에는 연꽃 이 혼돈의 물 밑에서 잠자는 영원한 정령 나라야나Nārāyana 의 배꼽에서 솟아났다는 내용이 있다. 연꽃이 이처럼 우주 창조와 생성의 의미를 지니게 된 이유는 그 독특한 생장과 정과 관계가 깊다. 수많은 꽃 중에서 유독 연꽃만이 꽃과 열 매가 동시에 피어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다. 이러한 연유에서 연꽃은 고대로부터 ‘생성’과 관련된 의 미를 부여받았고, 급기야는 불교의 상징으로 성립되기에 이르렀다. 연꽃은 민간신앙에서도 다산의 의미를 상징한다. 중국의 민속신앙 가운데 연생귀자連生貴子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뜻은 귀한 아들을 연이어서 많이 낳기를 축원하는 의미이 다. 연화蓮花의 연蓮과 연생의 연連이 동음동성이므로 서 로 상통하는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연꽃의 독특한 생 장 특성이 다산의 의미로 승화된 셈이다. 또한 연꽃은 불교에서만 전용된 소재가 아니다. 연꽃은 불 교가 중국에 전래되기 이전부터 도교와 유교에서 군자의 상징으로 비유되었다고 전해진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피 어나도 물들지 않고 청아하게 피어나기 때문에, 유교에서 는 덕망이 높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 주돈이는 에서 “꽃 가운데 국화는 속세를 떠난 군자 요, 모란은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군자라 생각한다” 고 찬 양했다.


글·그림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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