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표창 수상한 영원한 박물관인 허준박물관 관장 김쾌정



민화로 다시 피워낸 동의보감 속 약초로 활기찬 시간 선물할 것

김쾌정 허준박물관 관장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뜻깊다.
허준박물관 설립 18주년을 맞이한 데다 박물관에서 재직한지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 오는 3월 허준박물관 개관 18주년 특별전 <동의보감 속 약초 민화전>을 앞두고, 허준박물관에 들러 전시에 대한 이야기와 그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숙원이었던 약초 기획전, 민화로 피어나다

“허준 선생의 대표적인 의서 《동의보감》에는 1,212가지의 약재가 나오는데, 그중 ⅔가 식물성 약재예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웬만한 것은 다 들어가 있지요. 작약, 연꽃, 할미꽃, 패랭이 등 아름다운 꽃들도 참 많아요. 약초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민화 작품을 통해 우리 약초와 민화의 가치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는 3월 23일(목)부터 허준박물관에서 열리는 개관 18주년 기념전 <동의보감 속 약초 민화전>을 앞두고 김쾌정 허준박물관 관장이 남다른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은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자 2005년 설립된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민화특별전에서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초를 주제로 민화 작가 46명이 작업한 회화 및 도자기, 패브릭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허준박물관에서 여는 민화 특별전이 새삼스레 느껴질 수 있지만, 김쾌정 관장은 오래 전부터 박물관 콘텐츠와 결합한 민화 전시를 고려해왔다고.
“2005년 일본 히로시마에 위치한 세계적인 철강기업 다이코[大興]에서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부채에 그린 약용식물> 전시회를 개최하고, 해당 전시의 도록을 보내주었어요. 내용이 참 멋지더군요. ‘언젠가 우리도 약초 특별전을 개최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전시를 열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허준박물관은 2017년에도 박물관 개관 12주년을 맞이해 건강과 장수를 테마로 한 민화 특별전 <長生을 위한 염원>을 개최해 성료했다. 송규태, 박수학, 황치석, 이병숙 등 원로 및 중진 민화작가들이 참여했던 해당 전시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민화 화단에서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6년 만에 열리는 민화 특별전과 더불어 ‘허준박물관 약초원’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박물관 옥상 야외정원과 근방 2,600㎡ 규모의 부지에 마련된 약초원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초 140여종이 자라는 자연 체험학습장이다. 특별전을 시작할 무렵 피어날 매화를 비롯해 도라지꽃, 석창포, 옥잠화 등 다양한 약초들을 감상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2022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김쾌정 관장(우) Ⓒ문화재청


2만여 점에 이르는 한의학 자료 수집·연구, 2022 대통령 표창 수상

올해는 김쾌정 관장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 시기다. 1973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학예사로 시작해 한독의약박물관 관장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에 몸담아 온 지 꼭 50년째가 되는 해이기 때문. 재직 기간 동안 2만여 점에 이르는 한의학 자료수집과 보존·학술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에는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2022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그가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학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출신인 김쾌정 관장은 재학 시절부터 고려대 박물관을 비롯, 각종 박물관 행사 및 발굴 작업에 참여해왔으며 졸업 후 ROTC 장교로서 육군사관학교 초대 국사 교관으로서 2년여간 생도를 가르쳤다. 전역 이후에는 학창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에 입사했다,
“(주)한독이 회사 창립 20주년,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한독약사관 10주년을 기념해 74년 문을 열 한독의약박물관 준공을 앞두고 학예직을 모집했어요. 입사시험 문제가 ‘서양 의학의 한국 전래에 대해 논하시오’였습니다. 국사를 가르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삼국시대 서역부터 시작하여 서양과 문화를 교류하기에 이르기까지 종이 앞뒷면으로 빽빽이 글을 적어 시험지를 제출했습니다. 7명이 응시했는데, 혼자 합격했죠. 이후 박물관 말단으로 입사해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어요. 박물관 재개관을 준비하다보니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지요.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귀한 자산이 되었네요.”
김 관장은 한독의약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청계천, 장한평, 인사동 등지에 위치한 고미술상, 헌책방 등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의역학 분야의 귀한 유물들을 수집했다. 당시 보물 제1234호 《의방유치》를 비롯해 보물만 6점을 수집했으며 2004년 정년퇴임 이후 이듬해 허준박물관 초대 관장직을 맡은 이후에도 국내외 한의학 자료 2,500여점을 수집, 이 가운데 허준이 전염병 치료에 관해 저술한 의서 《신찬벽온방》, 성종 대 응급 치료법을 담아 발간한 의서 《구급간이방》을 지정문화재로 등록시켰다. 한국의 7번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을 국보로 승격시킨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훈민정음》(국보 제70호),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난중일기》(국보 제76호) 등 국내 다른 세계기록유산들은 국보인데 반해 동의보감만 보물인 것이 타당치 않다고 여겨 국제박물관협회, (사)한국박물관협회, 허준 기념사업회 등 6개 기관 및 단체와 손잡고 문화재청에 공문을 보내는 등 수년 간 공을 들여 보물로 지정됐던 《동의보감》을 2015년 국보 제319-1호, 2호, 3호로 승격시켰다.




한국민중박물관협회 산파 역할 등 박물관 발전 위해 전방위 노력

국내 박물관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70년대 열악한 문화적 환경에서 “박물관을 푸대접하는 세태가 섭섭하다”며 하소연하는 박물관 관계자들의 힘을 모으고자 당시 29살 막내였던 김 관장은 협회 창립을 건의, ‘그럼 협회를 만들어 보라’는 선배 관장들의 말에 앞장서 정관을 작성하고 체계를 정비하는 등 1976년 (사)한국박물관협회의 전신인 한국민중박물관협회를 창립하는 데 기여했다. 조자용 초대회장을 포함한 32명의 회원이 한국민중박물관협회 창립총회를 개최한 장소가 바로 그가 근무하던 한독의약박물관이다. 1998년에는 박물관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술적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박물관 최초의 학술단체인 ‘한국박물관학회’를 발족하기도 했으며 2004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한 ‘제20차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를 성료하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사)한국박물관협회 제8대 회장(2015-2018) 및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2015-2018)직을 역임하며 한국 박물관 문화를 성장시키고,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그야말로 반세기 동안 박물관인으로서 살아온 외길 인생. 김쾌정 관장은 앞으로도 박물관 지킴이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박물관과 함께 한 지도 벌써 50년이 다 되었네요. 감회가 남다릅니다. 최근에는 박물관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발전하면서 자료 수집뿐만 아니라 전시와 교육 등 다각도에서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요. 문화적 역량을 성장시키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존·발전시켜가는 핵심 기관이 박물관·미술관인 만큼 많은 분들께서 우리 박물관·미술관을 즐겨 찾아주셨으면 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쾌정 | 허준박물관장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 학예직으로 입사, 관장직을 거쳐 정년퇴임 후 이듬해 허준박물관 초대 관장으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50년 간 박물관인으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2022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으며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사)한국박물관협회 제8대 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직을 역임했다.


<동의보감 속 약초 민화전>
3월 23일(목)~10월 8일(일)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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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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