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연화年畵의 위상 중국 민화가 심상치 않다

면죽연화마을의 연화벽화

중국민화인 연화年畵가 변하고 있다. 지난 8월 쓰촨성 면죽연화綿竹年畵마을 답사를 다녀왔다. 4박 5일의 짧은 일정에서도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시진핑의 정치 프로젝트 ‘중국몽中國夢’, 즉 ‘중국의 꿈’ 선전에 중국민화인 연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정치와 민화가 밀월관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역사상 드문 일로서, 앞으로 그 변화의 추이가 주목된다. 그동안 서민그림으로 폄하되던 연화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연화마을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면죽연화마을이 시범마을로 지정되면서 대대적으로 정비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면모를 띠게 되었다. 면죽연화綿竹年畵마을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민화마을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꿈에서 비롯된 연화의 위상, 그리고 연화마을의 조성 등 중국에서 일어난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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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꿈과 중국연화의 밀월관계

중국민화 연화年畵중국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인 청도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항 천장에 ‘애愛’가 쓰인 문자도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민화 문자도라 무심코 사진을 찍다 보니, 누군가 낙관이 찍혀있어서 재미있다고 했다. 그 낙관을 보니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중국몽中國夢’이었다. 그러고 보니 청도를 가기 위해 탄 비행기의 모니터에서 계속 중국꿈 선전을 하고, 북경 공항에 중국꿈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이 생각났다. 중국몽이 무얼까?
시진핑이 주석으로 취임한 2013년 3월 17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시도하기 위해 ‘중국꿈’이란 이상을 제시했다. ‘Chinese Dream’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과 같은 통치 이념이자 정치 구호다. 초기의 중국꿈 광고 이미지는 오성기처럼 붉고 강렬했다. 공산당 포스터로 회귀하는 느낌이었다. 상류계층을 향해서는 부패한 관리를 숙청하는 ‘타호打虎’의 살벌한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 시기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급격하게 부드럽고 친근하며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중국민화인 연화와 전지剪紙 등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정치적인 구호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복福, 수壽와 같은 길상吉祥을 기원하는 키워드를 내세운 것이다. 민간인에게는 그들의 기호에 부합하는 이미지와 글들로 부드럽게 달래고 있다. 채찍과 당근의 양면 정치인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아니 ‘헐크’처럼, 중국꿈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사회주의의 강렬한 이미지고,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순수한 민간미술의 이미지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정한 중국의 얼굴일까?

중국 문화부흥 중심에 선 연화

중국꿈은 중국 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프로젝트다. 시진핑은 2013년 3월 13일 주석에 취임하면서, 다음 같은 일성을 발했다.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꿈’이란 바로 중국 인민의 이상을 체현한 것이고, 우리 선조들의 끊임없이 분투하고 진보를 추구해온 영광스러운 전통을 깊이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꿈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중국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중국정신을 발양해야 하고, 중국의 민족정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꿈 뒤에는 사회주의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중국의 길은 바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길이라고 했다. 중국꿈은 중국적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이라는 의미다. 초기 중국꿈의 포스터나 이미지가 붉은 중국 오성기와 주먹을 불끈 쥔 이미지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동안 자본주의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사회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지들이 강렬하다.
한편, 중국꿈의 이미지로 연화를 사용한 것은 시진핑의 중국꿈 연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꿈이란, 궁극적으로 인민의 꿈이기에 반드시 인민에 의거해 실현해야 하고 반드시 부단히 인민을 위하여 복지를 마련해야 한다.”

인민의 꿈과 민간미술과 연화의 이미지와는 딱 부합된다. 초기의 사회주의적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지고 민간미술의 친근하고 부드럽고 순수한 이미지로 중국꿈은 새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난히 많이 활용하는 이미지가 동자, 즉 어린아이다.
사회주의의 뿌리 위에 자본주의의 꽃을 피워 성공을 경험한 중국이다. 중국꿈에서 사회주의적 이미지와 민간미술의 이미지로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듯하지만, 그 선택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꿈의 진정한 모습은 어느 한쪽을 택하기보다는 두 이미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중국꿈 공익광고는 통치에 민화가 활용된 첫 번째 예로 기록될 것이다. 민화의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다가서기에 쉬운 방편이다. 우리도 언젠가 정치 쪽에서 민화를 활용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면죽연화마을의 새로운 가능성

민화마을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쓰촨성 면죽연화마을을 방문한 뒤, 줄곧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의문이다. 답사 당시 “우리도 민화마을 만들자”라는 말이 너나없이 튀어나올 만큼, 면죽연화마을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마을은 민화마을 만들기에 적절한 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면죽마을이란 어떤 곳인가? 이곳은 명나라 때부터 중국 민화인 연화를 그려왔던 전통적인 연화마을이다. 청나라 때에는 이곳에 연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즉 작방(공방이라고도 부름)이 300여 개에 달했다고 하니, 연화가 얼마 성행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은 ‘연화가방年畵街坊’이란 이름으로 연화마을이 꾸며져 있다. 몇 십 개의 연화 스튜디오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연화를 제작하고, 연화나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연화 실습을 하는 마을이다. 최근에 연화 시범마을로 지정되어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졌다.
면죽연화마을에는 모든 집의 벽면에 연화가 그려져 있다. 그 연화는 각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대문에는 스튜디오 이름을 적은 편액을 달았고, 대문의 양쪽 벽면에는 검은 나무 액자 안에 각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연화의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그 집이 어떤 종류의 연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인지를 방문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연화마을 부근의 마을 집에는 모두 연화벽화를 그려서 마을 전체가 연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연화의 임팩트를 경험할 수 있는 마을인 것이다.

국내 민화마을 조성요건과 가능성

중국민화 연화年畵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제천에 ‘민화마을’이 조성되고 있고, 홍천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제천에서 민화작가들을 유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벽화에 민화를 그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곳은 민화마을이라기보다는 민화벽화마을에 가깝다. 중국처럼 민화작가들이 모여서 작업을 해야 진정 민화마을이 되는 것이다.
민화마을을 조성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작가들을 초빙하려면 그만한 배려와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당장 그 예산을 어디서 충당할지부터가 고민이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기대는 것이다. 연화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도 지방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서 이러한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연화마을이 그만큼 수익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충무(현 통영)의 동피랑처럼 전국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자생성을 가질 때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마침 연화는 시진핑의 ‘중국꿈’ 프로젝트와 밀월관계라,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사실은 틀림없다.
민화마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입지조건이다. 면죽마을의 풍광은 아름답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연못이 있고 마을 사이로 운치 있는 개울이 흐른다. 민화마을이 관광지가 될 만한 곳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이 그러한 예다. 영월의 산골에 위치해 있지만, 사립박물관 중에서 관람객 수로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김삿갓 계곡이라는 관광지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치가 민화마을 성공유무를 가리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민화마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테마다. 낙후한 마을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민화는 대중성, 친밀성, 현대성, 그리고 전통성 등 많은 매력을 가진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낭만적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큼 넉넉지 않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실적 잣대만 대고 안전만 추구한다면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 간의 적절한 접점을 찾는 지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글 : 정병모(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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