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민화 Today’ 시리즈 <장생도 Today>를 기다리며

‘장수’에 대한 확장된 시선으로 저마다의 ‘장수 유토피아’ 펼쳐내길

월간민화와 동덕여대 민화학과가 공동주최하고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이 기획과 진행을 맡은 ‘민화 Today’ 시리즈가 다섯 번째를 맞이했다. 이번 메인 테마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염원을 담은 ‘장생도’.
특히 이번 <장생도 Today>부터는 일부 공모전 체제를 도입, 50% 비율에 해당하는 작품을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전시 기획자인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과 ‘십장생도’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온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책임학예사를 만나 장생도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에서의 ‘장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돌아보고, 이번 전시의 초안을 잡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 유정서(월간민화 발행인) 정리 김송희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참석자]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책임학예사)

파급력 지닌 ‘민화 Today’
현대 민화작가들의 훌륭한 연구 발표의 장

유정서
월간민화와 동덕여대 민화학과가 주최하고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님께서 기획과 진행을 맡으신 특별기획전 ‘민화 Today’가 어느덧 다섯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 책거리를 시작으로 화조화, 문자도, 영모화로 이어진 민화 Today 전시는 해마다 참신한 기획과 우수한 작품성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는데요. 올해의 주제는 장생도입니다. 특히 올해 <장생도 Today>부터는 일부 공모전 체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50%는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최측에서 작가를 선정하고, 나머지 50%는 공모를 통해 공정한 심사로 선정할 계획입니다. 민화 Today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변화를 통해 성장을 도모해가고 있는 시점인데요. 본격적인 좌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민화 Today를 안팎으로 지켜봐 오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민화 Today 전시를 기획하신 정병모 교장님께서는 이 전시를 어떻게 보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정병모

정병모 ●
한국민화학교 교장

민화 Today의 파급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기획전인 <책거리 Today>만 보더라도 전시 이후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일례로 최근 공모전 출품 경향을 살펴보면 책거리 화목이 굉장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책거리 붐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자체에 대한 호응도 현재까지 해외 순회전이 이어질 정도로 여전히 뜨겁습니다. 순회전의 이력을 읊어보자면 2019년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마치고 그해 8월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에서, 2021년 2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국내 순회전을 선보였습니다. 그해 5월에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한국의 봄’ 축제에 메인 전시로 초대를 받았고, 바로 6월부터 9월까지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한국문화원에서 유럽순회전을 가졌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책거리 Today>가 현재는 작년 4월부터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산하의 비엔나 밸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 4월까지, 그러니까 약 1년 동안 우리 민화가 그 유명한 박물관에 걸려있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이제 민화계를 대표하는 전시 시리즈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정서
네. 교장님께서 <책거리 Today>를 중심으로 민화 Today의 파급력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책거리에 이어 다른 화목들도 세계적인 미술 주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민화 Today의 역할이 참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박본수 책임학예사님께서는 바깥에서 민화 Today를 어떤 시각으로 봐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박본수
80년대에 한국화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수묵화 중심이었죠.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민화 작가들을 기반으로 잊혀져 가던 채색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과거에 수묵화, 문인화, 감상화 위주로 연구되고 향유되었던 전통 시각문화의 중심이 채색화로 이동된 것인데요. 민화 인구가 10만에서 어언 20만이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작가들이 단순히 전승 모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화, 즉 ‘당대의 민화’ 혹은 ‘우리 시대의 민화’를 모색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민화 Today 전시가 작가들이 이룬 성취를 드러내 보이는 발표의 장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뿐만 아니라 민화를 관람하는 대중에게도 현대민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민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생도와 십장생도의 의미와 역사,
조형적 특징과 미학적 가치까지

유정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올해 개최하는 <장생도 Today>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주제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전에 장생도의 개념에 대해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장생도라고 하면 십장생도를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 장생도와 십장생도가 같은 말은 아니지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신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책임학예사님께 먼저 그 개념과 역사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본수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인간은 모두 장수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이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장생도는 말 그대로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러 길상적인 소재들로 그린 그림입니다. 많은 궁중회화와 민화가 그러하듯 장생도의 기원은 중국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고전 《서경》의 홍범편에서는 인간의 다섯 가지 복인 오복五福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입니다. 장수하는 것, 부자가 되는 것, 건강하고 편안한 것, 덕을 쌓는 것, 평안히 살다 명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복의 첫머리에 ‘수壽’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중국에는 장수를 의미하는 길상의 소재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그리고 이것들은 발음에서 기원한 것들이 많죠. 이를테면 박쥐[蝠]가 복을 상징한다거나, 여든을 의미하는 질耋과 발음이 비슷한 나비[蝶]를, 70세 노인을 의미하는 모耄와 발음이 비슷한 고양이[猫]를 장수의 상징으로 그립니다. 우린 이러한 상징을 받아들이긴 하나 어딘가 익숙하진 않죠.

정병모
그렇게 장수를 상징하는 여러 소재 중 열 가지를 취사 선택해 그린 것이 십장생도인 것이죠?

박본수

박본수 ●
경기도박물관 책임학예사

그렇습니다. 십장생도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해, 달,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대나무, 영지버섯, 거북이, 학, 사슴 등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하거나 생명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자연과 식물, 동물 등을 소재로 하여 장수의 뜻을 담아 그린 거죠. 여기에 복숭아를 추가해 모두 열 세 가지 정도의 소재가 우리 궁중장식화 및 민화에 그려지면서 십장생도의 체계를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십장생은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만이 갖는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에요. 도교와 신선사상을 바탕으로 불로장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상 장식화죠. 십장생도가 그려진 역사는 고려 말 이색(李穡, 1328~1396)이 쓴 시 〈세화십장생歲畵十長生〉이나 조선 초에 성현(成俔, 1439~1504)이, 임금의 하사품인 세화 십장생을 받고 쓴 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을 보면 십장생도는 고려시대에 세화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한 조선시대에는 오봉병과 함께 궁중의 주요 공간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장식화이자 국혼인 궁중 가례의 식장, 그리고 대왕대비나 왕비의 수연 장소 등에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궁궐에서 선호되던 십장생도가 조선 후기에는 광통교에서 많이 팔렸는데요. 풍물가사인 《한양가漢陽歌》의 대목을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유정서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십장생과 장생,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면 좋을까요? 전시의 기획자이신 정병모 교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병모
사실 더 한국적인 것을 꼽으라면 십장생도라고 할 수 있어요. 장생도가 우리 아시아 전체가 공유한 회화 문화이긴 하나 우리는 그것 중 열 개를 세트로 체계화했다는 것에서 특이점을 갖죠.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십장생도에 국한시키기 보다는 오래 사는 것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장생도를 지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아주 먼 옛날부터 현대까지 모두가 염원하는 장수에 대한 심볼, 장수 유토피아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전시가 되면 좋겠어요. 사실 작게 보자면 우리 전통 베갯모에서도 장생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어요. 수저집, 침통, 심지어 아주 작은 생활용품 속에도 알게 모르게 장생의 상징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생활미술부터 버라이어티한 병풍까지 우린 어디에나 장생을 펼쳐낼 수 있는 셈이죠. 우린 이미 삶의 어디에나, 어떤 것에든지 ‘장수 유토피아’를 구현해내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 와 이것을 어디 하나에 국한하기보다는 장생이란 의미로 포괄적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믿어보죠.

박본수
저도 장생에 초점을 두는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모화에 속하는 나비와 고양이 그림, 문자도에 속하는 수복도, 나아가 중국 와당에 쓰인 길상어 ‘연년익수延年益壽’와 같은 것까지 장수와 관련한 것들이라면 모두 포함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더욱 다채롭고 폭넓은 작품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시에 자수나 나전칠기 등 민속공예적인 측면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는 융합의 공간이 마련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8세기 무렵부터 이미 일본인들은 십장생을 조선의 것이라고 이해했고, 1920년대 아키바 다카시(秋葉隆, 1888~1954)라는 일본의 민속학자는 “이 민속은 조선사회에 존재하는 경로민속敬老民俗으로 볼 수 있으며, 중국에는‘십장생’이라는 말이 없으며, 십장생에 관한 그림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수집가셨던 허동화 선생님(1926~2018)의 자수 유물을 보면, 베갯모, 수저집, 주방용품, 문방구 등 십장생 문양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민속 그 자체인 셈이죠. 이러한 점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정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의견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주제를 정리해보죠. 이번 <장생도 Today>는 십장생의 열 가지 도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장생과 장수, 즉 오래 사는 것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전시라 정리 할 수 있겠습니다. 보다 자유롭고 확장된 시선의 장생도 작품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에게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네요. 작가들이 또 중요하게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 장생도의 조형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와 더불어 함께 유념하면 좋을 만한 장생도만의 고유한 특성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병모
장생도는 그야말로 종합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생도 병풍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여덟 폭, 열 폭, 심지어 현재 전시되고 있는 것들 중엔 열여섯 폭짜리도 나와 있는데요. 그 안에 영모화, 화조화, 화훼화, 산수화 등 굉장히 다양한 화목이 담겨있습니다. 종합적인 장르를 통해 장수의 유토피아가 구현되는 것이죠. 작가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내가 생각하는 장수 유토피아는 무엇인가’일 것입니다. 결국 어떠한 화목을 통하든 그 중심이 되는 것은 ‘장수 유토피아’이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민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한 ‘그림 자체가 가지는 긍정 에너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수를 상징하는 장생도는 길상의 소재에서 오는 생명력, 그로 인해 전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굉장한 그림입니다. 색채나 조형적인 면에서도 너무 어둡거나 무겁게 표현하기보다는 밝고 명랑함을 잃지 않고 ‘해피 바이러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화가 지닌 밝은 정서를 한껏 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본수
저는 조형적인 특징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18세기 십장생도와 조선 말기, 그러니까 19-20세기의 십장생도가 가지는 조형적인 특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십장생도가 표상하는 낙원의 이미지가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州를 일컫는 선계仙界의 공간인 삼신산三神山이었던 것이 점차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변하게 되는데요. 파도와 물결 묘사에서 그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거센 파도 무늬가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성이라면 ‘바다 가운데에 위치한 공간이자 물보다도 아래에 있다’는 삼신산의 신화적 설정을 묘사하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으며, 비교적 제작 시기를 올려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그러한 수파묘水波描가 사라지거나 잔잔한 물결이 산의 계곡물처럼 표현되는 구도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십장생도에서 나타나는 낙원의 이미지가 삼신산에서 심산유곡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정서
이러한 점들은 작가들이 필히 참고할 만한 부분들이군요. 그런데 혹시 장생이나 십장생이 낯선 장르로 느껴질 우려는 없을까요? 현대회화에서 장생의 개념을 가지고 그린 그림들을 더러 볼 수 있나요? 이만익 화가처럼….

박본수
지금 기억나는 분은 오승우라는 화가인데요.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유화로 많이 그린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 밖에 박생광, 이만익, 임옥상 같은 화가도 장생도류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정병모
운보 김기창의 바보산수나 청록산수에서도 장생도의 흔적을 볼 수 있지요. 사실 장생도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동네를 잘 둘러보면 목욕탕 벽면이라든가, 길가의 담장에 십장생 문양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유정서
그러고 보니 장생도가 그렇게 낯선 장르로 느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장생도 Today>를 앞두고 작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공모의 방식을 일부 도입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텐데요. 아까

정병모
교장님께서 살짝 언급해주셨던 ‘내가 생각하는 장수 유토피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것도 일종의 기대하는 바가 될 수 있겠죠. 이것의 연장 선상에서 한 말씀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장수 유토피아’ 구현하길

박본수
이 시대에 맞는 장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명 60세를 넘기기가 어려웠어요. 장생의 개념이 지금과 차원이 달랐던 거죠. 지금은 수명 80세는 기본이죠.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어요. 의료나 위생이 지금 같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장수에 대해 더욱 간절했고, 죽기 전에 어떻게든 대를 이으려고 했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현대에는 물리적으로 오래 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들이 생겨났어요. 바로 ‘잘 사는 것’이죠. 어떻게 잘 살 것인가, 나아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가 화두가 된 시대인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열 가지, 또는 열 세 가지의 소재에 갇히지 말고 작가 자신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장생과 어떻게 결부시킬 수 있을까, 그것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병모
아주 멋진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까 제가 말했던 것도 바로 그 말과 맥을 같이합니다. 꼭 소나무, 대나무, 사슴이 아니어도 된다는 거죠. 누군가는 인물화로, 누군가는 산수화로, 누군가는 전통방식의 영모화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장수 유토피아’를 펼쳐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본수
맞습니다. 유토피아는 사실 상상할 수 있으나 구현될 수 없는 이상적인 공간이죠. 여전히 전쟁이 있는 이 시대에 ‘평화’를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다툼이 아닌 ‘화해’를 그릴 수도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장수, 장생의 의미를 조금씩 확장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정서
작가들이 저마다 그려낼 장수 유토피아가 벌써 기대됩니다. 그러면 이제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두 분께서 이번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주실 텐데요. 작품 선정에 있어서 주목할 점들에 대해 간략히 짚어주시고 마무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본수
저는 바로 앞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보겠습니다. 자신의 작은 이야기부터 큰 이야기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했을 때 그 작품은 더 큰 설득력과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야기는 독백처럼 쓰인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에게 읽히고 통하는 이야기여야겠죠. 민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대중성이잖아요. 모두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현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정병모
저는 민화다운 민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생이란 주제를 정한 것도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의 열망들, 그 긍정성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요. 이를 너무 어렵고 무겁게 표현하기 보다 쉽고 즐겁게 표현한 작품들이면 좋겠습니다. 해피 바이러스를 담아서 말이죠.

유정서
네, 공모를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유용한 조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늘 좌담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올해 여름, 길상의 기운으로 가득할 <장생도 Today>의 전시 현장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