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스튜디오 대표 한정혜 – 바늘 끝으로 그려내는 소망의 예술

한땀 한땀 수놓은 기물마다 곱게 붓질한 듯 화사한 그라데이션을 뽐내고,
색색의 실이 교차된 정교한 책갑 문양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전통자수의 현대화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한정혜 대표를 만나보았다.


바늘로 치유하고, 꿈을 수놓다

니들스튜디오(대표 한정혜)가 지난 6월 5일부터 11일까지 토포하우스에서 개최한 제3회 회원전 <자수책거리(刺繡冊巨里)>는 한정혜 대표의 30여년 자수경력이 집결된 산물이다. 푼사와 꼰사, 깔깔사 등의 자수실로 기존의 자수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칠보수, 기러기격자수, 국화수, 파도문격자수 등을 선보이면서도 각 작품마다 회원들의 직업, 취향 등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회원전을 기획, 지도한 한정혜 대표는 “전통의 간결화, 현대화에 중점을 둔 전시”라며 “전체 작품의 초본 작업에만 20개월이 걸린 대장정”이었다고 회상했다.
한정혜 대표가 자수를 시작한 것은 그의 결혼 무렵으로, 딸의 혼례에 사용할 댕기를 직접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전통자수의 명장 고행자 선생에게 자수를 배울 때 함께 따라다니며 바늘을 잡았다. 그렇게 익힌 자수는 기도이자 명상이었다.
“밤 11시부터 새벽 두세 시까지 수를 놓던 시간만큼은 온전한 저로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잡념도, 슬픔도 모두 잊을 수 있었지요.”
그는 둘째딸이 심하게 아파 힘들었던 시기도 자수를 통해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지영 작가에게 규방공예를 배우며 작업의 스펙트럼을 서서히 넓히던 그는 워싱턴 지역으로 발령 받은 남편을 따라 2004년 미국으로 향했다.
“때마침 한국문화원에서 초대 작가를 공모한다는 소식에 그간 작업한 자수 작품을 출품해 선발됐어요. 전시 이후 작품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워싱턴 교민이나 주재원들에게 자수를 가르치거나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행사 등을 도맡았죠. 자수 덕분에 미국에 머물렀던 3년을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당시 규방공예 강사가 드물었기에 김지영 작가가 문화센터를 떠난 뒤 몇 안 되는 제자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규방공예반 수업 의뢰가 들어왔던 것. 당시 그는 자수 경력 10여년을 바탕으로 보자기 명장인 김현희 선생으로부터 보자기와 자수를 새로이 배우던 중이었다. 뜻밖의 제안에 한편으론 망설였지만, 순조롭게 수업을 진행하며 선생으로서 준비된 면모를 발휘했다. 자수에 대한 열의는 날로 깊어져 2007년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전통복식과 입학 및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선생이 개설한 전통자수 전문지도자 과정으로 이어졌다. 2010년 대학원을 졸업 후엔 주변의 권유로 자수공방인 니들스튜디오를 열게 된다. 공방 이름은 큰딸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통자수의 세계화’란 포부를 담고 있다.

“수업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중시합니다. 모던한 작업을 통해 우리 자수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어요.”
한정혜 대표는 한국 전통자수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 착안해 프랑스 전통자수도 공부해 수업과 전시에 활용한다. “회원들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설렘을 느낀다”는 그는 수업시간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현재 니틀스튜디오의 회원은 약 30여명으로 2015년부터 2년마다 회원전을 개최하고 있다. 그는 다가올 전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오는 12월에는 오매갤러리 기획전인 자수 단체전 <자수신세계>에 참가하며 내년 10월 자수와 페인팅을 결합한 개인전, 다음 회원전은 ‘꽃과 나비’를 주제로 개최할 예정이다.
“자수의 매력이나 성취감은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요. 늘 응원해주는 가족과 자수를 곁에 둔 건 큰 축복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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