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국문화원 안성민 특별전 – 전통과 현대의 민화, 경계에서 대화하다

지난 3월 11일 뉴욕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안성민 작가의 특별전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색채의 회화 작품을 통해 동시대미술의 모티브가 된 민화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 글 김해연 사진, 영상 뉴욕한국문화원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조윤증)이 지난 3월 11일 2020년도 아시아위크 특별전으로 안성민 작가의 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뉴욕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 대규모 동양 미술 행사인 아시아위크에 맞춰 기획됐다. 이 기간에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은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미술계 전문인들로 붐빈다. 전통적인 민화 작품은 한국 고미술 전문 갤러리인 강컬렉션(KANG COLLECTION)에서 대여했는데, 뉴욕에 기반을 둔 기관들이 서로 협력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명과 벽면 바탕색을 활용하고, 갤러리 밖에 있는 전통 사랑방에 작품을 배치하는 등 관람객이 다각적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부분이 돋보인다. 특히 책거리를 소재로 한 의 반대편 벽면에는 전통 책거리가 전시되어, 마치 100여 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질러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흥미롭다. 이러한 배치는 관람자가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안성민 작가의 작품은 매우 독창적이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의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전통 회화인 민화를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산수화, 책거리, 모란도 등 민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기존 양식에 색다르게 가미된 모티브와 표현법에서 그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작가의 도전 정신이 엿보인다. 예를 들면, 전시장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작품을 통해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다문화가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하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전통 민화의 강렬한 색채를 재현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여 역동적으로 풀어낸다. 서양의 찻잔과 동양의 국수를 혼합한 모티브는 화면 안에서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찻잔에서는 국수와 날카로운 산봉우리가 마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이 분출되어 나온다. 라는 작품의 수납장에서는 수묵으로 그려진 산이 나와 점점 비대해지면서 화면 밖 관람객의 공간으로 나온다. 전통 민화가 2차원적인 평면에 머물러 있다면, 안 작가의 작품은 깊은 공간감과 동적인 표현법으로 화면이 관람객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키면서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감을 좁힌다.

전통 책거리 병풍의 맞은편에 전시된 는 작가가 전통 민화인 책거리를 현대적이고 철학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병풍은 화면을 지그재그로 세워부분서 그림 속 모티브가 감상자에게 가깝거나 멀게 느껴지도록 하는 입체적인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전통 책거리는 병풍으로 제작되었으나, 이 작품은 병풍이 아닌 캔버스와 같은 편평한 판 위로 장황을 했다. 작가는 병풍과 전혀 다른 형식을 선택하고, 형광 안료와 조명 등 현대 기술을 활용해 입체감을 구현하였다. 또한 작품의 구도에는 전통 민화의 역원근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서양식 원근법도 적용하여 새로운 공간 표현을 창출해내고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책거리 작품인 은 갤러리 밖에 있는 전통 사랑방에 전시됐다. 가 전통 책거리 병풍과 마주 보며 대화하고 있다면, 화면 중앙에 서양식 의자를 그려 넣은 이 작품은 전통 공간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필자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전시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굴지의 미술관 관계자들이 별도로 예약하고 관람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전시는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이지만, 뉴욕한국문화원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해연 | 컬럼비아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일본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다.
뉴욕의 퀸즈 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크리스티 옥션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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