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여전히 천하의 근본이다 농업박물관

농업박물관
농업박물관

2050년 정도의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식량부족이 인류 멸망 위기의 원인으로 그려졌다. 과학자는 천대받고 농부는 더 비전 있는 직업군으로 인정받는 극 중 설정은, 비록 픽션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경이 산업의 주를 이뤘던 시대에 만들어진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농업박물관은 산업규모에서 그 비중은 줄어들었어도 그 가치만은 여전히 드높은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농업협동조합에서 건립한 사립박물관이다.

농협 조합원이 기증한 농업 유물 토대로 개관

1980년대는 영농의 기계화가 활발히 진행됐던 시기로, 농사 방법이 현대화되고 농업기구가 기계화되면서 과거에 소중한 생산수단이었던 전통 농기구는 점점 그 필요가 줄어들었다. 농협은 1985년 박물관 건립을 위해 농업유물 수집운동을 전개했다. 농업유물 수집운동은 전국 1,300여 개의 지역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 기증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장의 활용도는 낮아졌지만 함부로 버릴 수 없어 창고에 쌓여있거나 처치 곤란한 전통 농기구들을 한데 모아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농협의 취지는, 농민에게도 공감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모은 농업유물들을 중심으로 1987년에 농업박물관을 개관했고, 2005년 대대적인 변화를 통한 재개관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농업박물관은 5천여 점의 농업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 2천여 점을 상설 전시와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농기구 유물을 통해 만나는 농업의 역사

농업박물관 전시실은 층별로 농업역사관, 농업생활관, 그리고 농업 홍보관으로 나뉜다. 1층의 농업역사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용했던 농기구를 위주로 농업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실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신석기 시대부터, 쌀농사를 짓게 된 청동기 시대를 거쳐 농경의 변화과정을 농기구를 통해 보여준다.
논농사를 짓는 한국, 중국, 일본의 농기구는 대개 비슷해보이지만, 기능 자체가 같더라도 크기나 디자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농기구가 만들어진 지역이 같더라도 만든 사람에 따라 그 모양과 용도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만든 사람의 손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도 된다.
조선시대와 근현대 유물의 경우 대부분 조합원이 기증해준 실제 사용 농기구인데, 시기별 구분이 아니라 용도별로 분류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장을 위한 농기구로는 씨앗을 갈무리하는 뒤웅박과 곡식을 저장하는 뒤주를, 곡식을 빻고 가는 도정을 위한 농기구로는 벼의 껍질을 벗기는 매통, 디딜방아 등을 볼 수 있다. 수확과 탈곡을 위한 도구는 바람을 일으켜 곡물의 쭉정이, 겨와 먼지 등을 가려내는 풍구나 키 등이 있다.
실용적인 용도인 동시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농기구도 있다. 살포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역사가 깊은 농기구다. 아무나 쓰는 농기구가 아니라 마을의 권위 있는 어른이 지팡이처럼 짚고 다니기도 했고, 살포 끝에 달려 있는 쇠를 이용해 물꼬를 트고 막는데 사용했다. 살포로 흙을 떠서 물을 막거나 물길을 여는 등 물을 다스리는 일은 그만큼 권위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임금이 직접 예순이 넘은 신하들이나 존경 받는 어른에게 살포를 선물할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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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곧 생활이었던 시절, 선조들의 삶 엿보기

인간 생활의 3요소인 의·식·주가 모두 농사와 관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생활에 농업이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농사가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농업박물관 2층 농업생활관에서는 옛 농촌의 논과 밭, 농가주택, 전통 장터의 모습을 모형 등으로 재현하여 선조들이 살아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크게 논과 밭, 전통 가옥 및 장터 등으로 구획된 전시실은 모형으로 표현된 생활 모습을 눈으로 감상하는 동시에 귀로도 느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논농사와 밭농사의 모습을 모형으로 구현하고, 각 계절에 걸맞게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 새 소리, 노동요가 흘러나오는 등 청각적 요소도 소상히 재현됐다. 이러한 농촌 풍경 속에는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얼과 추구하는 가치 또한 담겨있다. 수확 전, 곡식을 먹으러 달려드는 새를 쫓을 때 휘두르는 농기구 ‘태’는 직접 새에게 휘둘러 맞추는 것이 아니라 땅을 치거나 소리만으로 그 역할을 다 하기 때문에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 있다. 협동을 기치로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서로의 농사일을 돕는 두레에 관련된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두레에 사용했던 농기는 농업박물관에 열 점이 소장돼 있는데, 이 중 네 점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농업생활관에서는 그 중 크기가 작아 상설전시가 가능한 논산 주곡농기를 볼 수 있다.

농협의 역사와 미래 농업의 모습을 한 눈에

농협박물관 지하 1층에는 농협홍보관과 특별전시실이 있다. 농협홍보관은 농협의 역사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곳에서는 쌀, 김치, 축산물 등 농협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나 농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의 역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같은 층 특별전시실에서는 <미리보는 미래농업 꿈과 희망을 담다>전이 진행 중이다. 제19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작년 11월 11일 시작해 올해 6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농사가 이뤄지는가’에 대한 체험 전시로 변이정보를 예측해 생산량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우수종자와 토양을 선택하여 로봇을 통해 경작하며 품질 검사와 포장을 통해 유통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이는 미래 농경의 형태를 살펴보고, 나아가 미래농부의 주거와 생활을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
2012년에는 농업박물관과 별도로 쌀 박물관을 개관했다. 쌀은 오랫동안 주식이었고, 그만큼 우리나라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렇듯 중요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쌀에 대한 가치가 줄어들고 있고, 소비도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 쌀 박물관의 건립목적은 각종 전시와 교육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시로 쌀 소비를 증가시키기는 쉽지 않으므로, 쌀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궁극적으로 ‘쌀을 왜 먹어야하는가’에 대해 공부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쌀을 이용한 요리체험을 해본다거나, 허수아비나 설피 등 농업용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교육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mini interview. 농업박물관김재균 관장

농업박물관 김재균 관장“첨단 전시 기법으로 농업 가치 드높일 것”
김재균 관장은 2005년 농업박물관 재개관 시 내부 공모를 통해 처음 농업박물관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관장으로 재직했다.
“농업박물관은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 주 설립목적입니다. 처음 개관 당시와 비교한다면 농업이 국민경제에 참여하는 양적인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죠. 농업종사 인구만 해도 80년도에는 2~30%였는데, 지금은 5%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농업의 가치가 줄어들었다고 보면 안 됩니다.”
산업 분야에서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농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량안보라는 말도 있듯, 농업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인식을 확고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과거에 단순한 유물 중심 전시였다면, 2005년 재개관부터는 영상장비나 시청각자료 등 첨단 전시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입체 전시, 첨단 장비에 의한 과학적인 전시로 바뀌면서 공유하고 교류하고 동참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죠.”

  • 위치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16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
  • 관람시간 : 하절기(3~10월) 09:30~18:00 / 동절기(11~2월) 09:30~17:3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신정, 설 연휴, 추석 연휴
  • 관람요금 : 무료
  • 문의 : 2-2080-5727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이의정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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