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자낙푸르 여인들의 민화, 미틸라 회화 Mithila Painting

최근 국내에서 독자적인 미술형식을 가지고 있는 네팔과 인도의 민화 전시가 열렸다.
우리 민화와 닮은 듯 다른 그들의 작품에서는 신과 교감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포천에 있는 갤러리 향원재(Gallery 香遠齋)에 소장된 미틸라 회화(Mithila painting)를 통해
네팔 자낙푸르 여인들의 마음과 예술성을 느껴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살이의 근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자연환경, 생활, 풍습, 문화에 따라 그 양상은 다르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연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마음을 담아낸 그림이 민화民畵라고 할 수 있다.
조선후기 서민들은 자연물과 역사적 고사를 상징으로 하여 민화에 소망을 그려냈다. 더불어 민화는 나쁜 기운을 막는 문배門排 세화歲畫이면서, 유교 덕목으로 사람다움을 가르치는 감계화鑑戒畵의 역할도 했다. 집안에 좋은 기운을 담은 그림을 걸어 복을 기원하면서 벽사辟邪의 뜻으로 나쁜 기운을 막고자 하는 풍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존재한다.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와 네팔에도 우리와 비슷한 민화가 있다.

네팔 민화를 그린 자낙푸르 여인들

네팔은 깊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나라다. 네팔 사람들은 인구 수 보다 더 많은 신을 모시고 있어 신의 수를 다 헤아리기도 힘들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을 경배하고 찬미하는 것이다.

도2 <코바르/Kohbar> 49×36.5㎝, 갤러리 향원재 소장

네팔 민화인 미틸라 회화(Mithila painting)도 신과 관련된 의례화로, 네팔 동남부 테라이(Terai)의 자낙푸르(Janakpur) 마을에서 그려지는 그림이다. 자낙푸르의 여인들은 생활예술가로서 농사를 지으면서 대대로 신에게 바치는 벽화를 그린다. 엄마와 할머니가 벽에 그리는 그림을 보고 배운 딸들은 고대로부터 전해져온 자연숭배와 자연예찬의 사상을 표현해 집의 흙벽에 나무, 새, 코끼리 등을 그렸다. 특히 종교적인 축제와 결혼은 그림의 중요한 소재이다. 가족과 마을의 의례 행사를 위해 진흙을 바르고, 쌀을 빻아 염료를 만들어 벽을 치장했다. 자신들이 믿는 힌두의 신들을 초청하여 인간세계를 지탱하는 대지에 경배를 드리고, 집 주위에 서려있는 불길함을 제거해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그림이 미틸라 회화다.
미틸라 회화는 힌두신인 라마와 시타의 결혼식이 처가인 고대 미틸라 왕국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때 라마신의 장인이자 미틸라의 왕인 자낙(Janak)이 결혼식장에 예술가들을 불러 결혼식 모습을 그리게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자낙푸르 마을에서는 새해를 기념하고 결혼을 축하하는 그림에 공을 들인다. 신랑과 신부가 결혼을 하고 첫날밤을 보내는 신방을 코바르(Kohbar)라고 하는데, 화려한 색으로 <코바르/Kohbar>(도2)라는 벽화를 그린다. 벽화의 내용은 결혼식의 모습을 담기도 하지만, 대나무(남성의 상징인 링가)와 연꽃잎(여성의 상징인 요니)에 꽃, 물고기, 새, 뱀 같은 자연물과 신화 속의 신들의 모습을 상징적 도상으로 배치하여 신의 은총과 부부의 행복과 다산을 기원한다. <코바르>를 그릴 때 여백 없이 가득 도상을 그려 넣는 것도 기원의 의미를 충만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에게 축복을 기원하며 그리다

네팔 사람들은 돌, 나무, 새 등 모든 것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세상 어느 곳도 하찮은 곳이 없다고 믿으며, 그러한 따뜻한 마음을 네팔 민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미틸라 회화에는 농경적 삶과 종교적 축제에 관련된 내용이 주로 표현된다. <유토피아/신의 축복>(도1)은 마을 모습을 다섯 개로 나눠 묘사했다. 그림 속 사람들은 논에서 곡식을 키우고 거둔다. 다른 사람들이 밥을 짓거나 거둔 곡식을 창고 쌀독에 채우는 모습도 보인다. 화면 아래쪽에는 농장에서 강물을 끌어다 과일과 채소를 키우고 잘 자란 과실을 따고 있다. 또 신전이 있는 광장에는 아낙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신에게 꽃을 바치고, 놀이패 같은 무리가 재주를 부리고 있다. 그 아래 장터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온갖 생활 용품을 바닥에 늘어놓고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그릇과 아이들 옷, 큼지막한 채소, 과일 등 없는 것이 없다. 근처에 수확한 채소를 수레에 가득 싣고 아들과 함께 장터로 향하는 여인도 보인다. 마을 모습에 대한 생생한 표현 덕분에 그림을 바라보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편, 왼쪽 위에는 열심히 일하고 정성으로 신을 모시는 가족의 소박한 일상이 묘사되어 있다. 집안 작은 화덕에서한 여성이 가족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고 있는 중이다. 담도 없는 마당에는 온 가족이 각자의 일로 분주하다. 방아로 곡식을 찧고, 젊은 여인들은 맷돌을 돌리면서 아기도 돌본다. 저마다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고,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장작을 팬다. 복작복작한 아이들도 엄마를 도와 분주히 움직인다. 짬을 내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까지 그들에게는 소중한 소망인 듯하다.

도3 <유토피아/마을풍경> 48.55×75㎝, 갤러리 향원재 소장

도4 <유토피아/豊漁> 36.5×49.5㎝, 갤러리 향원재 소장

변화하는 현대의 미틸라 회화

미틸라 회화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대자연의 축복으로 얻어진 삶의 풍요로움과 신에 대한 감사이다. 그림 속 세상은 강에 물고기가 가득하고 나무에 과일이 풍성하며, 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뱀도 유유하여 평화롭기 그지없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중국의 옛 시인 도연명이 그리워했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또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정성껏 표현되어 있다.
네팔 사람들은 <유토피아/마을풍경>(도3)과 같이 일상의 평화를 신에게 기원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삶의 매순간 유토피아를 기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전통적으로 이어온 회화에 현대 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이 스스럼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그려 세계여행을 꿈꾸고, 자전거가 그려진 <유토피아/豊漁>(도4)에서 볼 수 있듯이 기계문명의 편리함도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작가들은 가부장적인 권위와 성폭력 등 네팔의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비판 의식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네팔 민화를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자낙푸르 여인들이 신에게 바치는 생활예술 ‘미틸라 회화’는 벽에서 캔버스로 옮겨져 시대의 그림이자 세계인들과 함께 하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글 안호숙(갤러리 향원재 관장, 인문예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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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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