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예 작가 갤러리 향원재 초대전 – 달빛처럼 해맑은 색채, 햇볕처럼 뜨거운 열정

민화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전통과 창작을 오가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은 물론, 부단히 활동해 거의 해마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남정예 작가. 그가 9월 한 달 동안 초대전이자 24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남정예 작가를 만나 작품철학과 열정 가득한 민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정예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날, 불볕더위는 산들바람에 문득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그날의 바람을 꼭 닮아 선선하고 부드러웠지만, 작업실 곳곳에는 여름 한낮의 열기보다 더욱 세찬 열정이 배어있었다. 민화를 시작한지 어느덧 24년.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면서 창의적인 구도와 그만의 선연하고 산뜻한 색상의 작품세계를 구축했고,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활동해 무려 2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남정예민화연구원을 운영하고 홍익대학교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도 출강해 민화의 저변을 넓히는 일에 기여하고 있는 남정예 작가. 그가 오는 9월 1일(토)부터 9월 28일(금)까지 경기도 포천에 있는 갤러리 향원재에서 초대전이자 24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미공개작과 인기 연작이 출품되다

다소 급박하게 초대된 터라 예전에 선보였던 작품들도 전시되지만, 처음 출품되는 작품도 여럿 있으니,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터.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소망〉은 남정예 작가가 액운을 쫓고 부귀를 염원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걸어둔 작품으로, 본래는 전시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작품 속 호랑이는 모란꽃밭에 숨어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모습이 부감(High Angle)으로 포착되어 호랑이의 몸은 마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고, 반대로 도도한 표정은 뚜렷해 민화 특유의 해학과 익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작이다. 특히 모란꽃의 검은 테두리는 순은이 변색된 것인데, 이 또한 나름대로 화사한 매력이 있어, 어떤 우여곡절 인생이라도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는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갤러리 관장님이 너무 열성적이셔서보답하는 마음에서 출품을 결정했어요. 변색된 모란 테두리를 다시 칠할까 생각도 했지만, 크게 어색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서 그냥 두었어요. 작품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기쁨이 있다고 할까요. (웃음)”
처음 선보이는 전통민화도 있다. 남정예 작가가 평소 작업해 둔 화조도로, 현대화랑에서 열린 대규모의 화조도 전시가 세간의 이목을 끌어 이와 흐름을 맞추기 위해 출품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남정예 작가 특유의 영롱한 색감이 잘 살아있어 연작의 대부분이 판매된 〈내가 부르는 노래〉도 전시된다. “가수가 기쁨을 담아 노래를 부르듯, 저도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민화를 그려요.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다행이라고 할까요? 저는 창작의 고통이 크게 없고, 그저 즐겁더라구요. (웃음)”

창작민화는 모티프를 단순화해야

많은 이들이 남정예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그만의 생생한 색감에 대해 엄지를 추켜세운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색감을 구사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창작민화의 구도는 많이 고민한다고. “특별히 어떤 색감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와요. 색감이 생기 넘친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아마도 제 성격이 반영된 게 아닐까요. (웃음) 하지만 창작민화의 구도는 깊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소재와 이야기의 모티프를 단순하게 추리고 에센스(Essence)를 뽑아내는거죠. 전통민화는 한 그림에 소재와 이야기가 많아서 현대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못 주는 측면이 있어요.”

반오십년을 그려도 여전히 즐거운 민화

남정예 작가는 오는 10월 말부터 두 달여 동안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초대전을 개최한다.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특히 15000평 숲에 백두산 호랑이를 놓아서 기르기로 유명한데, 남정예 작가는 이 특징을 살려 오직 호랑이 그림만 출품할 예정이다. 역시 급하게 초대됐지만, 작품을 미리 준비한 덕분에 전시를 개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민화는 작업이 오래 걸리는 장르에요. 그러니 평소에 꾸준히 작업해두어야 갑작스러운 전시 제의에도 응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먼저 민화를 즐겨야 가능하겠죠. 앞으로도 즐겁게 민화를 그리며 전통과 창작,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로 남고 싶습니다.(웃음)”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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