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풍속도 초본

이번 시간에 소개할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풍속도 초본 2폭 중 1폭이다.
등록된 명칭과 전시된 명칭이 다른 풍속도 초본을 통해 유물 연구의 중요한 정보로서
명칭을 통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풍속도 초본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한지에 먹으로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 상단이 크게 훼손되어 있고 화면 전체에 균열이 있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말이 한 마리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알 수 없는 글씨가 쓰여 있다. 말 아래에는 개, 해태, 수탉이 나란히 배치됐다. 동물들 아래 사각형의 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사람들이 있는 부분은 연회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인물 군상의 상단 중앙에는 나이 든 두 남녀가 앉아있고, 오른쪽에는 5명의 인물이 모여 앉아있다. 상단 왼쪽에는 요리를 하는 여인이 있고, 아래로 편하게 앉아있는 여인과 쟁반을 든 여인이 있다. 쟁반 든 여인의 주변에는 개 한 마리와 상 앞에 두고 앉은 인물이 있다. 정중앙에는 갓을 쓴 한 인물이 꿇어앉아 나이 든 남자에게 잔을 올리고, 그 뒤에는 쟁반을 든 아이가 서 있다. 아이 옆에 갓을 쓴 두 명의 인물이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6명의 갓 쓴 인물이 등을 보이며 앉아있는데, 이들 앞에는 상이 하나씩 놓여있다.
그림의 주제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인물 군상 가운데 상단 중앙에 앉아있는 두 명의 인물과 정중앙에 꿇어앉아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행동을 통해 회갑연回甲宴을 주제로 그린 풍속도임을 알 수 있다. 상단에 앉아있는 두 노인은 잔치의 주인공으로, 부부 중 한 사람이 회갑을 맞으면 부부가 함께 자리에 앉아 축하를 받는 풍습이 반영된 것이다. 꿇어앉은 인물이 잔을 올리는 것을 ‘헌수獻壽’라고 하는데, 특히 환갑잔치 때 부모의 장수를 바라며 잔을 올리는 의식을 말한다.

왜 동물과 인물을 나누어 그린 것일까

초본은 같은 초본이라도 용도에 따라 쓰이는 방식이 다르다. 풍속도 초본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초본의 크기는 세로 24.2㎝, 가로 17.9㎝로, 실제 병풍이나 족자로 제작하기에는 작다. 또한 인물 구도와 표현이 정연하지 못하며, 인물 도상 위에 동물 도상들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도 채색 직전 상태의 초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풍속도 초본은 그림을 제작하기 위한 초본이 아니라, 다양한 도상을 그려놓고 그중에서 필요한 도상을 선택하기 위한 일종의 도안 모음이라고 보아야 한다.
도1은 현재 ‘풍속도 초본’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그러나 전국 박물관의 소장품을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는 e뮤지엄 사이트(www.emuseum.go.kr)에는 ‘풍속화’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필자미상풍속도筆者未詳風俗圖라는 이명칭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명칭을 통해 이 유물이 처음 등록될 당시에는 완성되지 않은 풍속화로 간주하였던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실증적 조사와 연구를 거친 유물의 명칭이 등록된 때와 다르게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같은 유물을 두고 정보로 등록된 명칭과 실제 전시된 명칭이 다른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시를 위해서든 연구를 위해서든, 유물 정보를 공개한다면 이용자의 혼동을 막기 위해 명칭정도는 통일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


글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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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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