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빚어진 한국인의 삶과 영혼 종로구 견지동 목인박물관

종로구 견지동 목인박물관
종로구 견지동 목인박물관

서울 종로구 견지동 골목길에 자리한 목인박물관은, 겉에서 보면 흔하디 흔한 인사동의 갤러리나 공방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한의원을 돌아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안내를 따라가 보면, 자그마하지만 주변의 풍경과 너무나 다른 꿈 같은 공간이 나타나 어리둥절하게 한다. 마치 아이들의 솜씨로 만든 것 같은 자그마한 나무 인형, 목인(木人)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 상여 목조각, 민화와 같은 민중 정신문화 담고 있어

종로구 견지동 목인박물관목인박물관. 한국 사립박물관 중 소장품의 성격에 대해 가장 직관적인 명칭을 가진 박물관이 아닐까. 목인이란 나무를 사람 형상으로 깎은 것으로 목우(木偶)라고도 부른다. 악한 기운의 퇴치, 신령스런 힘이 자신을 돌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혹은 장식의 의도로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사용해 온 것으로 그 종류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사실 이러한 목인을 만드는 행위는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상당히 중요한 문화현상이다.
목인박물관의 목조각은 대부분 상여로부터 나온 목조각이다. 장례에 쓰이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들이다. 해방 이후 빠른 산업화와 현대화를 거치며 마을 뒷산에 있던 상엿집이나 상여곳(상여를 모셔 두던 공간)은 거의 사라져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상여와 그 목조각을 정성들여 모아 온 이가 바로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이다. 70년대 외국인 친구의 집에 한국의 전통민속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그가 한 점 두 점 모은 작품들이 1만 2,000점에 이른다.
이 목조각들은 단순히 노리개나 장식품이 아니라 당시 민중의 삶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이다. 물론 상여의 재질 자체가 오래 버티는 목재로 만들어지지 않아 연대가 아주 오래 된 작품은 없지만, 근현대 한국인들의 생활사에 대한 단서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상여를 장식했던 목인들에는 당시 민중들의 복식문화와, 그를 통한 사회상 등이 반영돼 있는 것.
무엇보다도 이러한 목조각들은 죽음을 대하는 우리 민중의 근본적인 태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운명과 인연이 극명하게 갈리며, 남아 있는 이들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사건인 장례식에 쓰이는 상여 조각은, 한국인이 중히 여겼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설립 10년, 국내외 민속 목조각 아우르는 소장품과 전시

목인박물관은 설립 10주년을 바라본다. 2005년 11월에 박물관 등록을 마쳤고 이듬해인 2006년 3월에 오픈하면서 개관기념 특별전 을 열고 세상에 그 존재를 알렸다. 크리스천이자 성공한 기업가가 상여의 목조각을 모은다는 사실이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박물관은 입소문을 탔으며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목인박물관의 10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시공간의 구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얼핏 건물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시공간이 깊고 입체적이다. 전시실 한 곳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다른 전시실은 1955년 축조된 목조건물로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인 건물이다. 이 공간 2층은 목인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들인 목인과 상여 등이 설치되어 있는 상설전 공간이며 1층은 기획전과 대관 전시 등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재미있는 것은 1층 공간이다. 목조로 되어 있는 기둥이나 천장도 그렇지만 바닥에 어른 가슴팍 높이 정도 되는 깊이의 정사각형 공간이 있다. 전쟁 직후에 지어졌던 건물이기에,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축주가 집 안에 만든 방공호라고. 박물관 측은 이 공간을 특별한 효과를 내는 전시 설치에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미술작가들에게 대관할 경우 이를 십분 활용하게 한다고 유광숙 학예실장은 설명했다.
한편 조금 전면에 나와 있는 콘크리트 건물의 3층은 차를 마시면서 김 관장이 수집해 온 석조 민속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 관장은 설립 초기부터 함께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표방해 왔고 그러한 비전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목인박물관의 연혁은 10년으로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목인박물관은 해매다 알찬 전시로 설립 이래 많은 관람객들을 이끌었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을 3회에 걸쳐 시리즈 전시로 풀어냈으며, 2011년 여름특별전 , 2012년 소장품전 등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민속 목조각 작품들을 주제로 한 전시로 세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현재 목인박물관은 오는 25일부터 상여의 머리를 장식했던 용수판(龍首板) 특별전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 용수판은 뒤에 묵서로 명문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미술사학자들도 관심을 갖는 유산이다. 실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용수판 중에는 조선 영조 시기에 만들어졌음을 알려주는 명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용수판은 총 600여 점이지만 김 관장이 현재도 꾸준히 수집 중이라 그 갯수가 항상 늘어난다고. 목인박물관 유광숙 학예실장의 주도로 이 용수판들은 몇 가지의 분류를 거치며 의미를 찾고 있는 중이다.

Interview.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
“하늘이 도운 목인박물관, 독특한 문화유산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목인박물관 관장목인박물관이 문을 연지도 벌써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간 관람객들에게 사랑받는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김의광 관장의 목표는 한결같았으며, 그 노력은 박물관 관람 정책이나 공간 구성에 도 반영되어 왔다.
크리스천이 상여의 목조각을 모으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한국 목인이 민화처럼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올 때까지 매진할 뜻을 밝힌다. 견지동 한복판에 세월을 건너뛴 것 같은 환상적인 전시공간을 얻게 된 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할 만큼 그는 전통 문화 앞에 겸손한 지성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전통 목인의 무엇이 그를 이토록 이끌어 온 것일까. “세계 민속 목공예품이나 조각상에서 볼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백자나 민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김 관장은 한국의 목인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 전통 목인은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면 살아 있는 전통으로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 (오후 6시 30분 입장마감) / ※정기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 관람요금 : 일반 5,000원 / 19세 미만, 65세 이상 3,000원
  • 문의 : 02-722-5066 / mokin@mokinmuseum.com(예약 및 관람 가이드 요청)

 

글 : 한명륜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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