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을 향한 첫 걸음 – 분채, 봉채 다루기

분채와 봉채의 경우 대다수의 민화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안료이지만, 흔한 재료이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생각한 나머지 ‘기본’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색감, 혹은 원하는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채와 봉채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터, 이번 시간에는 민화 작가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 재료들의 특성과 사용법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 글 월간<민화> 편집팀 사진 이주용 기자

분채, 봉채, 암채 – 합성안료의 정의 및 특징

현대 민화에 자주 사용되는 분채粉彩, 봉채棒彩 및 안채顔彩는 20세기 후반 일본에서 제조되어 우리 민화를 비롯한 채색화 안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거의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유통구조에 의해 형질과 특징에 대한 정보가 미약하거나 왜곡된 내용이 많다. 간혹 분채를 석채나 토채와 같은 천연안료로 잘못 인지하고 사용하거나 심지어 채색문화재에도 적용된 경우가 있어 올바른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글, 자료 김현승 ((주)가일전통안료 대표)


1. 분채 粉彩

분채는 우수한 천연 호분胡粉과 다수의 화공 유, 무기안료를 물리적으로 배합하여 특정 목표로 하는 색을 만든 착색 안료이다. 다종의 화학 안료(pigments)를 배합하여 착색하므로 목적하는 거의 모든 색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1) 분채의 특징

분채

분채는 호분과 일부 작가들의 인식처럼 혼합물을 고온에 소성하여 제조하는 것은 아니며, 다음의 표처럼 고유의 CAS 번호를 지닌 안료를 물리적으로 혼합하여 제조한다.
호분은 현란한 화공안료의 색감을 전통적인 색감으로 순화시켜주며, 높은 은폐력과 질량감으로 채색화에 필요한 채색층의 중량감을 실현해 준다. 성분상 친화적이지 않은 화공 안료로 착색된 분채끼리 혼합할 때에도 천연 호분의 중합 작용 덕분에 작가들은 색의 엉김이나 들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표는 A社가 분채 ‘고대녹청’을 제조하기 위해 9가지의 색소를 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분채를 만들 때 많은 종류의 색소를 착색 경우에는 채도가 낮아져 어둡고 답답한 색감으로 발색되기 쉽고 때로는 합성 발색체 특유의 형광螢光 빛이 난다.

분채 ‘고대녹청’의 성분 조성표

CAS No. Pigment No.
13**-53-6 pigmentGreen-*
64**-23-3 PigmentYellow-3
————- PigmentWhite-*
1129**-00-8 PigmentWhite-27
12713-03-0 PigmentBrown-**
5***-75-* Pigment******-**
****-**-* Pigment****-*
***-**-* Pigment****-**
*****-**-* Pigment*****-*
2) 분채의 장점

일본에서는 분채를 “수간水干”이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 편상片狀을 띈다. 착색 후에 나무판에 제품을 발라 건조시킨 뒤 나무판에서 떼어낸 그대로를 포장하기 때문이다. 분채가 자칫 변색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계를 사용한 연마작업을 할 수 없어서 편상의 분채를 그대로 유통하고 있다.
분채는 천연 호분을 체질로 사용하므로 아교와 적절하게 배합되면 바탕지에 채색시 대단히 안정된 채색층(Layer)을 형성한다. 호분의 추가 배합이나 추가 착색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색감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3) 분채의 단점

분채는 ‘동양의 파스텔(Pastel)’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며, 황산바륨 또는 전분류澱粉類의 저가 체질안료 대신 고가의 천연 호분을 사용한 안료이다. 분채는 화공 유, 무기 안료이자 착색제로 사용한 착색 안료로서 시간이 지나면 자외선에 의한 화학적 탈·변색의 우려가 있다. 질박하고 차분한 색감과 채색층이 잘 형성된다는 것이 장점이나 호분으로 인해 가시광선의 흡수량이 많아 과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 나거나 원색의 발랄함을 상실하기도 한다.

4) 우수한 분채의 선택

양질의 천연 호분과 안정된 화학공학으로 생산된 착색제가 사용된 제품이 좋으며, 충분한 착색의 시간을 거쳐 만든 분채의 색감이 깊고 품질이 우수하다.
분채를 아교에 갤 때 색막色膜이 분리되어 뜨는 제품은 착색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것일 수 있고, 채색 작업 중에 붓촉에 색이 물들거나 붓을 세척해도 지워지지 않으면 제조사에서 저질 유기안료를 착색제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색감이 탁하거나 어두운 것 보다는 선명한 색감을 선택하여 조채調彩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봉채 棒彩

봉채

봉채의 발색 성분은 분채와 동일하며 분채의 고운 입자를 아교 등의 접착제에 배합하고 막대기 형태로 건조한 것이다. 실제로 몇몇 색상의 분채를 아교와 함께 혼합한 후 다시 건조 시키면 특별한 색감의 봉채를 얻을 수 있다.
봉채에 함유된 아교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쉽게 갈리나 별도의 아교를 첨가하여야 안료가 바탕지에 안정으로 착상되며, 반대로 너무 진하면 보관 중에 공기의 습도에 의해 아교가 녹아나거나 갈아쓰기 어려울 수 있다.
천연 유기안료(연지, 쪽)를 대신하여 바림이나 담채화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상품이며 실용적이다.


3. 안채 顔彩

안채

기본적으로 봉채와 동일한 재료를 접시에 담아 건조시킨 상품이며, 일본에서는 휴대성에 중점을 둔 파생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을 흡수한 붓촉으로 표면을 녹여내면서 사용하는 안료이다. 교착제의 배합 농도와 건조가 기술 관건이며, 입자가 충분히 곱지 못한 경우에는 바닥 부분에 굵은 입자가 침전되기도 한다. 역시 민화에서는 담채화나 분채의 바림에 주로 사용된다.

노윤숙, <화조도>


정제된 안료의 자연스러운 발색

채색화는 바탕재와 안료의 결합이다. 전통 채색의 결합에선 아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탕 작업과 채색 단계에 따라 아교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정제된 안료와 자연 염료를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발색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시연 노윤숙 작가


재료 준비

건조된 연잎은 따뜻한 물에 12시간 정도 담가 놓고 진한 노란빛이 감돌
때까지 염액을 우려내며, 커피 여과지를 사용해 잎을 걸러낸다.
연잎 외에도 회화나무꽃, 치자 등 다양한 자연 염료를 경동시장 약재상
에서 구입해 바탕색을 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


초본 및 바탕 작업


1. 초본 위에 순지를 고정해놓고, 종이의 표면이 매끄러운 쪽에 먹의 농도를 조절해 꽃은 담묵淡墨, 새와 나뭇잎은 중묵重墨, 나무는 농묵濃墨으로 그린다. 전통 채색에서는 채색층을 견고하게 하는 아교포수가 중요하다. 모포를 깔고 한 귀퉁이에 초를 뜬 순지를 올려놓은 뒤, 연잎 우린 물과 교반수를 섞어 평붓을 이용해 순지가 골고루 적셔지도록 한 방향으로 포수한다. 평붓은 물에 충분히 적셔 놓았다가 물기를 제거해서 사용하며, 포수할 때 종이가 희끗희끗하거나 얼룩이 지지 않았는지, 교반수가 일정한 두께로 칠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아교포수가 끝나면 순지를 들어 교반수가 화면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고, 마른 모포 위에 옮겨서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 채 말린다. 또한 염액의 빛깔이 은은하게 배어나올 정도만 바탕색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채광이 있는 낮에 작업하며, 비가 오거나 실내가 추운 경우에는 종이가 더디게 마르므로 포수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밤에 진하게 칠한 바탕색(좌)과 자연채광 아래서 칠한 바탕색(우) 비교

밑색 칠하기

가루형태의 분채는 채도가 높고 아교로 곱게 개어서 사용한다. 아교가 섞인 봉채는 색감이 맑고 물로 녹여서 사용한다. 밑색은 밝은 색으로 칠하며, 그 위에 반복해서 안료를 쌓아올려야 하기 때문에 묽고 연하게 칠한다.


3. 분채나 호분을 아교에 곱게 개는 작업을 소홀히 하면, 그림에서 색이 떨어져나가거나 바림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물기가 없는 접시에 호분이 충분하게 적실만큼 아교수를 넣고, 둥근 유화용 나이프로 입자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갠다. 개어 놓은 호분에 세배 가량 물을 넣고 수비법水飛法을 사용해 입자가 큰 안료를 가라앉히고, 물에 뜨는 부분만 꽃잎 밑색에 사용한다.


4. 호분이 한 번에 두껍게 올라가면 바림이 어렵다. 접시 가장자리에 붓을 닦아내며 수비를 거쳐 맑아진 호분을 장미 꽃잎에 2~3회 칠한다. 수선화의 꽃잎은 호분에 봉채 연노랑을 조금 갈아 넣어 채색한다.


5. 분채를 갤 때 아교의 농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발색이 달라지거나 배접할 때 색이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나뭇잎의 앞쪽 이파리는 분채 녹청에 황과 호분을 약간만 섞어 밑색을 칠한다. 뒤쪽 이파리는 등황을 물로 갈아서 호분과 섞은 후, 봉채 황토를 조금 갈고 튜브물감 백록을 붓에 약간만 덜어 넣어 채색한다.


6. 마가목 열매는 분채 주에 적주를 섞어 채색한다. 붉은색 안료를 갤 때는 다른 안료보다 아교 농도를 진하게 해야 바림할 때 밑색이 닦이지 않는다.
7. 새의 배와 등은 호분, 날개와 머리는 튜브물감 백록에 호분을 조색해 채색한다. 나무는 봉채 대자에 튜브물감 은서(먹+호분)를 섞어 채도를 낮춰 칠한다.

봉채 대자만 채색한 나무(우)와 은서를 섞어 연해진 나무(좌)의 색감 차이


바림하기

밑색이 마르면 더 짙은 색 혹은 소재의 고유색으로 안료를 조색해가며 그늘진 부분, 휘어진 부분, 접힌 부분 등 입체감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바림을 한다. 주로 중심부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채색된 안료를 풀어주듯 채색하며, 색이 중첩될수록 물의 양을 더하고 아교의 농도를 낮춘다.


8. 장미 꽃잎은 분채 산호와 홍매를 섞어 바림하고, 튜브물감 홍매를 조금 더 섞어 짧게 속바림을 한다. 바림색이 밑색을 다 덮지 않도록 꽃잎 사이의 경계와 끝부분을 남긴다. 수선화 꽃잎은 튜브물감 은서에 호분, 금다를 조금 섞어 농도와 면적을 달리하며 2회 바림한다. 마가목 열매는 가지가 뻗어나가 열매가 무겁게 떨어지는 부분에 분채 연지와 양홍으로 바림한다. 꽃잎과 마가목 열매의 마감선은 바림색에 봉채 대자를 조금 더해 그으면 자연스럽다.


9. 나뭇잎은 앞쪽 이파리는 봉채 초와 본남, 뒤쪽 이파리는 봉채 황토에 주를 섞어 바림한다. 앞쪽 이파리의 바림은 잎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굽어진 위쪽과 아래 부분, 뒤쪽 이파리는 굽어진 위쪽과 끝 부분을 향하도록 한다. 가운데 잎맥을 따라 잎을 반씩 나누어 바림하면 한 번에 바림하는 것보다 깊이감이 생긴다. 앞쪽 이파리의 잎맥은 튜브물감 농록에 금다, 뒤쪽 이파리의 잎맥은 고대주에 금다를 섞어 가늘게 그린다.

잎맥을 따라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바림한 모습




10. 새의 날개, 꽁지는 분채 군청에 호분과 먹을 조색해 채색 범위를 좁혀가며 여러 번 바림하고, 깃 모양을 따라 호분으로 덧선을 그린 뒤 바림색에 먹을 조금 더해 균일하지 않은 모양으로 털을 친다. 배의 털은 분채 주와 등황으로 앞쪽은 촘촘하게, 뒤쪽은 느슨하게 치고 호분으로 더 쳐서 마무리한다.

노윤숙

혜정민화연구회 지도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객원교수

양금옥, <화병모란도>


공들인 바림만큼 빛나는 색감

비단에 그린 <화병모란도>를 통해 바탕 및 바림작업의 기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원하는 색은 한 번 만에 나올 수 없으며 연한 색으로 여러 번 바림할 때 맑고 깊이감 있는 색을 만들 수 있다.
주요 소재를 중심으로 안료 다루기 기초 내용을 살펴본다.

– 시연 양금옥 작가


초본 및 바탕 작업


1. 초본 위에 비단을 놓고 시침핀으로 고정시킨 뒤 연한 먹으로 흰 꽃잎, 중먹으로 여러 색의 꽃들을 그려 초를 뜬다.


2. 수틀에 딱풀을 바른 뒤 초본이 그려진 비단을 당기며 붙인다. 비단 위에 아교포수를 할 경우 천이 늘어나기 때문에 팽팽히 당긴다.


3. 비단에 평붓으로 아교물과 백반을 섞은 교반수를 골고루 칠한다. (해당 작품에서는 알아교로 만든 교반수 100㎖를 사용) 반수는 비단이나 종이 등 바탕에 막을 만들어 물감의 번짐을 막고 보풀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며 천연 아교의 경우 오랜 기간 색을 보존할 수 있다. 아교의 농도가 진하면 실크가 갈라질 수 있으므로 농도 조절에 유의하도록 한다.

tip 교반수 만들기

물아교
사용하기 편리해 입문자들이 사용하기에 좋다. 분채 사용시 권장비율은 물아교 : 물 = 3 : 7 이다.

막대아교
펜치로 막대아교(20g)를 2~4등분하여 유리병에 넣고 물 100㎖를 부어 6시간 동안 놓아둔다.
이튿날 냄비에 물을 가득 넣은 뒤 불린 아교가 담긴 그릇을 놓고 중탕한다.
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에 계속 저어가며 녹여준다. 백반은 1g 넣는다.

알아교
알아교 1½ 티스푼에 물 200㎖, 혹은 알아교 : 물 = 생수뚜껑 1개 : 종이컵 1잔, 백반 쌀 1알 크기를 넣는다.
막대아교처럼 중탕하여 사용하거나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렌지에 30초 정도 돌려 사용한다.


밑색 칠하기

분채(호분) : 교반수 = 1티스푼 : 3티스푼의 비율로 교반수를 넣고 분채를 갠다. 이때 헤라(유화 나이프)를 사용해도 되지만 입자를 최대한 곱게 개기 위해 손가락으로 개는 것이 좋다. 분채를 교반수에 30분 정도 담가 놓으면 분채를 더욱 쉽게 갤 수 있다. 호분의 경우 전용 약사발과 붓을 별도로 구분해두면 관리하기 편하다.


4. 연한 색부터 채색한다. 호분으로 흰색 모란과 연꽃의 밑색을 꼼꼼히 잘 칠한다. 초보자들이 채색 작업 과정에서 손에 안료가 묻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붓을 쥔 손바닥 아래에 휴지를 받쳐놓으면 채색 작업시 손에 안료가 묻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5. 호분에 분채 황토 살짝 넣어 복숭아를 칠하고 여기에 황토를 조금 더 넣어 석류를 칠한다. 봉채를 쓸 때는 물을 적당량 부어 먹을 갈 듯이 갈아서 쓴다. 봉채를 많이 갈면 진하며 흐리게 사용하고 싶다면 물을 많이 넣어 사용한다.
6. 봉채 주홍으로 붉은 모란, 봉채 본남으로 화병을 칠한다. 분채 녹청, 분채 주황, 분채 황토를 2:1:1의 비율로 섞은 색으로 나뭇잎을 칠하고 분채 녹청으로 연잎을 칠한다.


바림하기

소재의 종류 및 특성에 따라 바림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채색필로 원하는 색을 채색 후 해당 면적이 마르기 전에 물을 묻힌 바림필로 두세 번 바림해 자연스레 그라데이션을 준다.


7. 기본적으로 붓을 세워 바림하지만(7-1) 붓의 중간부분까지 닿을 정도로 바림하면(7-2) 한 번에 바림할 수 있는 면적이 크므로 바림면적에 맞춰 붓을 사용한다. 봉채 본남에 먹을 조금 섞어 나뭇잎을 바림하며 해당 부분이 마르고 나면 분채 주홍을 같은 방식으로 바림한다. 나뭇잎 뒷면은 분채 녹청, 황토, 주홍을 섞어 채색한다.(7-3) 이처럼 비단이 바탕일 경우 비단 뒷면에 상호 보완이 되거나 앞면과 같은 색을 칠하는 배채背彩 방법을 통해 색감을 더욱 선명하거나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다.


8. 분채 양홍과 군청을 섞어 보랏빛 모란꽃, 분채 연지로 붉은 모란 꽃잎을 바림한다, 이때 꽃잎이 서로 맞닿은 부분은 외곽으로부터 0.1㎜ 띄워 바림한다. 바림할 때는 색이 맑게 나올 수 있도록 붓을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빼고 안료에 담가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9. 연잎의 잎맥을 표현하기 위해 잎맥 간 공간을 조금 띄워 바림한다. 봉채 본남으로 연하게 바림한 뒤 바림한 면적이 마르고 나면 다시 같은 부분을 두세번 바림하면 색감을 한층 진하고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봉채 대자로 잎 끝부분을 바림한다.


10. 연꽃과 복숭아 끝 부분은 분채 양홍으로 바림한다. 호분이 채색된 경우 바림이 잘 안되므로 바림붓을 눕혀 살살 바림하도록 한다. 복숭아 뒷면에 봉채 본남에 분채 녹청을 섞은 색을 칠해 자연스러운 복숭아빛을 표현한다.


11. 석류는 분채 연지로 밑색을 1차 바림 후 분채 적대자와 양홍을 섞어 2차 바림한다. 복숭아처럼 표면이 매끄럽진 않고 거칠다는 점을 유의해 색감이나 붓터치를 비교적 강하게 바림한다. 투명한 석류알을 표현하기 위해 석류알 끝에만 점을 찍듯이 분채 양홍을 찍고 바림한다.


12. 바림의 방향을 달리함으로써 꽃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다. 분홍 국화는 분채 연지로 끝에서 안쪽으로, 황색 국화는 분채 연지에 황토를 섞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림한다.


13. 선 작업을 마무리해 작품을 완성한다. 분무기로 수틀에 물을 뿌려 풀을 불린 뒤 비단을 떼어 작품을 배접한다.

양금옥

서원 전통민화연구소 운영
(사)한국민화협회 자문
가회민화아카데미 10기 회장

서민자, <어해도>


농담과 색의 변주로 봉채의 매력 십분 발휘

봉채는 교반수가 달리 필요 없어 사용하기 간편하면서도 특유의 맑은 색감 때문에 분채와 더불어 즐겨 사용되는 안료다. 봉채에 다양한 색과 먹을 섞으면 화사하고도 편안한 색감을 낼 수 있는데, <어해도>를 통해 봉채 활용팁을 살펴보도록 한다. 작품에서 사용한 안료는 먹과 호분을 제외하고 모두 봉채이다.
– 시연 서민자 작가


1차 바림 작업


1. 순지에 초본을 그린 뒤 교반수(물 500㎖기준 알아교 2½티스푼 분량, 백반 ½티스푼)를 고루 칠한다. 아교포수 작업이 끝나면 수감에 먹을 조금 넣어 바위에 맨 처음 바림할 색을 만든다. 봉채를 사용할 때는 물을 충분히 넣은 뒤 접시에 갈아 사용하여 봉채가 지닌 맑은 색감을 살릴 수 있도록 한다.


2. ①의 색으로 바위의 그늘진 부분을 바림한다.


3. 같은 색으로 물고기를 바림한다. 돌출된 눈을 표현하기 위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그리듯 채색필로 수감색을 진하게 채색한 뒤 물붓으로 바림한다.
4. 비교적 탄탄한 부위는 진하게 바림해 힘 있게 표현한다. 몸체와 붙어있는 지느러미는 연한 색으로 바림해 몸체와 연결된 모습을 자연스레 묘사한다.
5. 물고기를 묘사할 때는 머리 부분에 중심을 두고 앞부분을 진하게 바림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연하게 바림해야 역동적인 움직임을 연출할 수 있다.


붓 하나로 중첩된 색상 표현하기


6. 붓털이 긴 산수필을 활용하면 두 가지 색상을 중첩해 표현할 수 있다. 먼저 황토에 붓을 푹 담궈 충분히 안료를 적신 뒤 붓 끝에 녹청을 찍어 차륜법으로 물풀을 그린다. 물풀을 거듭 그릴수록 녹색의 물풀이 황색 물풀로 자동 그라데이션되며 다채로운 색감을 낼 수 있다.


7. 군청에 녹색을 섞은 색으로 물풀이 겹쳐진 부분을 칠함으로써 물풀에 무게감을 준다. 물결의 색과 물풀의 색이 겹쳐지며 땅에 박힌 물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게 되는 것이다.


8. 같은 방식으로 산수필에 황토, 그리고 황토에 먹을 섞은 색을 차례로 적신 뒤 새우와 게를 몰골법(沒骨法, 윤곽선 없이 색채나 수묵을 사용하여 형태를 그리는 화법)으로 그린다.


2차 바림 작업


9. 바위의 1차 바림색이 마르고 나면 황토에 먹을 섞은 색으로 바위를 2차 바림한다. 수감색을 바림한 뒤 황토색을 바림하는 이유는 순서를 거꾸로 했을 경우 바위의 수감색 부분이 녹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10. 호분에 주색, 적색을 살짝 섞은 색으로 물고기 지느러미 끝은 진하게, 안쪽은 연하게 바림하여 투명한 질감을 묘사한다. 물고기의 몸체와 보색인 색을 활용함으로써 그림에 생동감을 주었다. 물고기 입, 아가미도 같은 색으로 바림한다.


3차 바림 작업 및 세부묘사


11. 주에 먹을 섞어 대자색을 만든 뒤 바위를 3차 바림한다. (원래 ‘대자색 봉채’도 있지만 시연자의 경우 시판용 대자색의 텁텁한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자색을 만들어 사용하며 시판용 대자색은 기록화에 등장하는 나무 기둥 등 두께감 있는 소재를 묘사할 때 사용한다.) 맑은 색감을 지닌 봉채의 특성 때문에 바위를 거듭 바림한 뒤에도 피마준이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12. 지느러미에 핏기를 더하기 위해 작은 붓에 적색을 묻힌 뒤 지느러미 끝부분에 정교한 필치로 살짝 바림한다. 이처럼 다양한 색상을 활용한 바림 단계가 많을수록 색에 깊이감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하면 그림을 망칠 수 있으므로 유의하도록 한다.


13. 물고기를 바림했던 수감색의 농도를 되직하게 만든 뒤 비늘을 묘사한 칸들을 절반 정도 가려준다는 느낌으로 비늘을 그린다.
14. 비늘을 그렸던 색보다 흐린 농도로 덧선을 그려넣어 입체감을 준다. 한쪽 방향으로 덧선을 넣은 뒤 나머지 한쪽도 마저 덧선을 그림으로써 비늘 부분에 깊이감을 준다.


15. 군청, 녹청, 수감을 섞은 색으로 물결을 바림해 마무리한다. 호분을 섞으면 색이 탁해지므로 유의한다. 파도가 심하게 일렁이듯 굴곡을 많이 주어도 되지만 이 그림에서는 평화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일직선으로 바림했다.


16. 먼저 만든 황토에 대자, 녹청을 넣어 바탕색을 만든 뒤 전체적으로 고루 칠해 그림을 차분한 분위기로 완성한다.

tip 바탕색 정하기

배접 과정을 고려해 바탕색과 농도를 정한다. 이때 최종 단계인 액자 프레임까지 염두에 두도록 한다. 이 작품에서는 바탕색이 마르고 난 뒤 같은 색으로 다시 한 번 바림하여 총 두 번 바림했다.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을 아래 위에 넣거나, 1차 바림 및 2차 바림색을 달리 해도 좋다.
서민자

호정회 지도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겸임교수
대한민국 전통명장 전예제 10-명15호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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