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제1회 개인전 – 그림이 된 기억에 책갈피를 꽂다

반복되는 패턴은 공간의 경계를 지우고, 각각의 형태가 연속성을 띠며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유발한다.
민화 책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반복적인 문양과 선으로 새로운 조형적 공간과 상상의 세계를 담아내고 싶다는 김혜경 작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온바림’의 회장 김혜경 작가가 3월 4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경인미술관 제5관에서 제1회 개인전 <책_갈피>를 개최한다. 온바림은 수원에 있는 박하경 작가의 ‘明子와 樂 우리그림연구소’에서 민화를 배운 작가들이 전시를 위해 모인 모임으로, 단체명에는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온전하게 조화를 이뤄 계속 퍼져나가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적 감성이 돋보이는 연화도 등 재현민화와 책거리·문자도를 주제로 새롭게 접근한 창작민화 작품 총 16점을 선보인다.
“예전에 반복되는 선이나 문양, 대칭관계, 자기 유사성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프랙탈 등에 관심을 갖고 서양화 작업을 했어요. 민화를 배우면서 책거리에 나타난 다양한 패턴과 반복되는 직선도 유심히 살펴보게 됐죠. 이런 것들을 창작 작업과 접목해 일상에서 기억하고 장면과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갈피를 꽂아놓듯 표현한 작품을 모아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또한 김 작가는 2차원과 3차원의 세계를 이어 시각적 감흥을 일으키고, 그림 속 깊고 넓은 공간을 동서양에서 각각 여백이나 패턴으로 표현하는 차이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인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2차원에 표현해 착시를 일으키는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 상식과 논리를 뒤집는 이미지로 철학적 그림을 그린 벨기에의 화가 ‘마그리트’의 방법론을 오마주하며 민화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전시의 대표작 <책거리 1902>는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높낮이가 다른 4개의 모듈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 혹은 상상과 현실이 교차되고, 펜로즈의 삼각형을 비롯해 여러 기물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든다.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민화의 세계

김혜경 작가는 강남대학교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부터 15년 넘게 지정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애니메이션 배경 작업을 했다. 청춘 시절을 돈도 벌고 그림도 그리는 일로 채웠다고 생각했지만, 창작욕은 텅 빈 채로 지나온 것 같았다고. 그러나 3년 전 박하경 작가를 만나 민화를 배우고 창작에 대한 교감을 나누면서, 채우고 비우는 시간은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재현과 창작이 작품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하게 된다며 말했다.
“현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민화란 재현과 창작 과정이 유기체처럼 순환하면서 만들어질 수 있죠. 지금 우리가 바라는 염원과 모습을 기발한 상상으로 담아낸 채색화를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작업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며 예술적 영감과 동시대성을 융합한 그림으로 재미를 주고 싶다는 김혜경 작가. 첫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추구하는 민화의 다층적 면모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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